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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Sep 13. 2020

늦은 때는 없다. 여섯 살 아이에게 처음 알려준 것

걸음마 육아, 엄마 나이 여섯 살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된다. 가정보육으로 꽉 채운 3주. 예상했지만 다음 주도 어린이집은 휴원 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물론 처음 5개월 전만큼 힘들진 않다. 당황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육아와 가사였다. 여전히 혼자이지만, 생각을 조금 고쳤다. 일까지 하지 않아도 됨에 감사하기로.





창 밖의 계절이 두 번 바뀌었고 아이도 훌쩍 자랐지만 그래도 여섯 살이다. 여전히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육아로 손이 바쁜 와중에 고민이 하나 더해졌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방목 육아에 종지부를 찍고 아이와 책상에 함께 앉아.





일, 이, 삼...
기역, 니은, 디귿...




아이의 교육을 위해 워크북을 시작해 보았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이 가장 두려운 나. 막연한 두려움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등교는 교문을 지나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 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머지않은 현실로 다가왔고.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져 더욱 걱정스러웠다. 미래의 담임 선생님, 반 친구들, 학습과제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격렬하게 놀았다. 로봇 만들기, 공격 놀이를 하면서.






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다 한다. 문제는 엄마가 알려준 적이 없다는 거였다.










일, 집안일, 육아까지. 뭐든 처음이었던 나는 n년차 숙련자와 달리 어떤 일이든 내 안에 답이 없어서 만들어가야 했는데. 한꺼번에 몰려든 일은 모두 급하고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다. 어찌 되었든 처리해야 했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는데 그중 육아와 교육을 가장 뒤로 미루었다.





아이 기질이 순한 편이었다. 바닥에 드러눕는 일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고 채근하거나 보채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의식주 해결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그거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 육아는 그냥이었다. 똑소리 나는, 현명한, 발 빠른, 앞서 나가는... 모두 내게는 붙일 수 없는 수식어였다.





엄마인 내가 스스로 움직여야 일이든 공부든 하는 성격이라 아이에게도 - 특히 공부는 -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하기 싫었던 게 아닐까. 자신이 하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영아에게 반복적으로 “일, 이, 삼..”하고 알려주는 일에 의미도 따졌다. ‘벌써 그런다고.. 과연...’ 물론 적기 교육도 중요하지만 언제든 해야 했다. 그래서 놀이처럼 하면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곧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시계를 벽에 걸어두고 아이에게 일러준다. “몇 분 뒤면 열두 시 정각이 되네. 오분 밖에 안 남았어.” 시계를 띄엄띄엄 읽는 아이에게 분의 개념을 혼잣말로 크게 중얼거린다. 마트에 가서 가격표를 보고 “비싸네. 싸잖아?” 하고 굳이 말을 건다.





아이에게 알려 주다 보니 알겠다. 엄마도 잘 모르겠다. “하늘을 날고 싶어. 풍선 몇 개가 필요할까. 100개?” 하고 넌지시 묻는 아들. 나도 모른다. 풍선 하나가 몇 그램의 물건을 띄울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아들의 몸무게와 따져보면 될까 싶다가. 말해버리면 분명 하자고 하겠지. 일이 커지겠네. 풍량, 풍속.. 입으로 불면 아무래도 안 되겠지.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렸더니 아들은 이미 딴 데 가고 없다.





아이가 몰라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지 엄마인 내가 더 공부해보기로 다짐하게 되는 나날이다. 함께 배워가면 되겠거니. ‘지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으며 반이상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라서 할 수 있는 생각일까.




그러니 아무튼, 여섯 살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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