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먼-브록 매니아
WWE의 레슬매니아는 빈스 맥맨 회장이 과거에 자신의 부친과 마지막 담판을 지었을 정도로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미국 최고의 레슬링 쇼다. 동시에 지상 최대 규모의 스포츠 쇼인 NFL 다음으로 스케일이 큰 쇼이기도 하다. 로열럼블은 그런 레슬매니아의 커다란 스케일을 오롯이 담을 뿐 아니라 그 여정의 시발점이 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이벤트이다. 그런데 올해 로열럼블은 기존의 명성과 달리 역대 최악의 쇼였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평하고 싶고, 또 많은 WWE의 팬들 또한 그렇게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로열럼블은 흐름 자체가 예측에서 단 하나도 비껴가지 않았다. 더욱이나 이런 원인 자체가 브록 레스너와 로먼 레인즈를 WWE의 얼굴로 내세우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이 팬의 입장으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프로레슬링이 움켜쥔 드라마적 요소 때문에 스포테인먼트로써 애초에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또한 그걸 꼬집는 게 아니다. Anything can happen in WWE. 그들이 부르짖는, 마치 캐치프레이즈 같은 이 문장이 실현돼야 하는데 두 사람 때문에 번번이 막힌다. 레전드 급 선수나 현역 선수를 막론하고 그들 앞에서 무너진다. 무슨, 단체가 그 두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듯이 연일 푸시 주는 데만 급급해서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사실, 서두에 로열럼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비단 올해 로열럼블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전에도 그 후에도 WWE의 회장인 빈스 맥맨의 로먼 레인즈와 브록 레스너의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 팬들은 빈스 맥맨 회장이 절대 고집을 꺾지 않을 완강한 어르신(?)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신물이 나서 그 누구라도 두 사람의 독주를 막아줬으면 한다. 그 열망은 작년 머니 인 더 뱅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역반응의 상징이자 야유의 대명사인 존 시나의 테마곡이 울리자 경기장은 열기와 환호로 가득 찼고, 파괴되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엄청났다. 오죽하면 그럴까.
그런데 이제는 회장님이 한 술 더 떠서 이미 많이 봤던 두 사람 간의 매치를 무려 레슬매니아 38의 메인이벤트로 하시겠단다. 레슬링 팬이라면 그 누구라도 기대되지 않을 매치업. 뿐만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매치를 재차 현실화하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대체 얻는 게 뭘까. 두 사람에겐 야유만 가득할 뿐이고, 보는 재미도 없을 걸 뻔히 알 텐데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 브록 레스너가 받는 환호라면 로먼을 처단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일 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올해 유일하게 기대되는 매치업은 AJ 스타일스와 에지 간의 대결이다. 굳이 하나 더 넣으라고 하면, 세스 롤린스와 미스터리 선수의 경기이긴 하나 누가 등장하든 일방적으로 빠르게 끝나는 스쿼시 매치로 전락될 것 같아서 마음을 비운 상태다. 기대가 전혀 안 되는 레슬매니아 시즌은 내가 WWE를 시청한 이래 처음일 것 같다. 기대가 되지 않는다면서 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독자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한 마디만 더 하고 글을 맺으려 한다.
빈스 맥맨 회장은 알아야 한다. 프로레슬링은 환상이 아니다. 선수들의 역량이 우선되는 스포츠가 큰 줄기이고 나머진 양념이다. 이전엔 로스터에 속했지만 갖가지 이유들로 떠난 레슬러들의 기량을 떠올려 보시라. 진짜 양질의 드라마가 되려면 연기자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프로레슬링이라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스티브 오스틴이 케빈 오웬스를 혼내주러 오는 김에 빈스 맥맨에게 시원하게 스터너를 날려주면 안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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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Scott Hall… Rest In Peace.
Thank you, Triple H…
이 글은 Wmania.net과 PgR21.com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