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매일 수많은 세포를 새로 만든다. 피부는 벗겨지면 다시 생기고, 상처가 나면 새 살이 돋는다. 이 모든 과정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마치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배우처럼 세포는 자라고, 일하고, 제때 죽는다는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런데 이 복잡한 무대에서 가끔 대사를 틀리는 배우 혹은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배우가 나타날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이 암의 시작이다.
암은 대부분 유전자 복제 과정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된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자기 유전자를 복사한다. 그 복사본에 문제가 생기면 그 세포는 정상적인 행동을 잊어버릴 수 있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않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는다. 그렇게 세포는 통제받지 않는 상태, 즉 암세포가 된다.
이런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세포 복제가 반복될수록 실수는 쌓이기 마련이다. 흡연, 과도한 음주, 자외선, 바이러스 감염, 환경오염, 그리고 유전적 요인까지 이 모든 것이 세포의 실수를 더 자주,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다.
암세포는 태어난 순간부터 독특한 생존 본능을 갖는다.먼저 끝없이 자란다. 정상 세포는 이제 그만 자라라는 신호를 받으면 멈추지만, 암세포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계속해서 자신을 복제한다. 또한 죽지 않는다. 보통 세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라지지만 암세포는 이 사멸 기능을 꺼버린다. 죽을 때가 와도 스스로 살아남는다. 더 나아가 암세포는 자신만의 혈관을 만들어 영양을 끌어다 쓰고 기회를 봐서 몸의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자리를 잡는다. 게다가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마저 속이기도 한다. 원래 우리 몸은 이상한 세포가 생기면 면역세포가 나서서 처리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그 감시망을 피해 조용히 살아남는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암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라나고 퍼진다. 하나의작은 실수가, 우리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큰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항상 아주 작고 조용한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암을 두려워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 작은 변화를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이 암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