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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Sep 24. 2018

타로에 묻다! 그녀를 사랑할 용기가 있을까?

[1일 1점] 임경선, <사월의 서점>에서 배운 변화의 마법 레시피

* 이 글의 '나'는 임경선 소설 <사월의 서점> 주인공 '수현'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이 글 속 " "안의 문장과 * 표시한 문장은 모두 소설에서 인용했습니다.

    source : 임경선,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위즈덤하우스


1. 난 범생이인데, 왜 마음이 이렇게 흔들릴까...

나는 이 선을 넘을 수 있을까..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특히, 그녀를 만나고 집에 오면 말입니다. 내 40살 삶에 이런 일은 없었거든요. 오늘도 그녀의 서점에 들렀습니다. 특별히 찾는 책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냥 그녀가 보이는 곳에 있고 싶었습니다.


두달전입니다. 그때 그녀와 그녀의 서점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야근을 마친 퇴근길에 '사월의 서점'이란 간판이 이상하게 눈에 띄더군요.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던 곳이었는데 말이죠. '잠깐 구경하고 가볼까?'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나는 평소에 계획하지 않은 일은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녀는 서점 데스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직 영업하십니까?"

서점 사장으로 보이는 그녀와 어색하게 눈이 마주치자 내 잎에서 나온 말입니다. 서점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침묵을 유지해야 하는 것마냥 '입술을 다문 채 고객만 끄덕*'였습니다.

"혹시 지금 읽고 계신 책이 뭔지 여줘봐도 될까요?"

그녀는 책을 덮으며 표지를 보여주었어요. 임경선 작가의 <나의 남자>라는 연애소설이었습니다. 나는 연애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깊은 삶의 화두를 던져주는 인문학 책을 읽거나, 회사 생활에 실용적인 자기개발 책을 읽습니다. 연애소설이란 거 쓸모 없으니까요.


나는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쭈삣거리다가 얼굴을 숙인채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하고 나오려고 했습니다.

"거기 있는 귤, 드세요."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내 두발은 그 자리에 붙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퇴근길에 서점에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2. 범생이 콤플렉스가 싸이렌을 울리다!


나는 불편합니다.
이렇게 계획된 일상을 깨는 변화가 말이지요.


나는 안전한 규칙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범생입니다. 중고딩 시절에도 별다른 사춘기도 없이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취직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하며 살았습니다. 그 흔한 당구도 치지 않았고, 수업 땡땡이 치고 술 먹으러 가는 낭만도 멀리 했지요. 직장 생활도 비슷합니다.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고, 회식 등 예의를 지켜야 하는 자리에는 꼭 참석하고, 주위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생활했습니다. 결혼 생활도 그랬습니다. 야근을 하지 않으려 일정 관리를 잘 하는 업무 스타일 덕택에, 항상 집에 가서 가족과 저녁을 먹었고, 아들과 놀아주고 잠잘 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 흔한 골프도 치지 않고 주말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지요. 한 마디로 내 '연갈생 뿔테 안경은 여간해서 얼룩진 적*"이 없었을 정도로 반듯하려 노력했지요.


이런 나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녀의 서점에 발을 디디고 나서 말이죠. 서점에서 그녀와 몇마디 얘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면, '착실히 쌓아온 벽돌을 단번에 허물어뜨리고 싶은 욕구가 밤마다 꾸물거리며 숙면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3. 타로에 내 고민을 물어보다!


이런 내 고민을 누구에게 얘기할 수 없어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범생이인 내 주위에 이런 상황을 이해해줄 사람이 있겠어요? 내 친구들 또한 다들 범생이 스타일이니 말이죠.


그래서 더 답답했습니다. 내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날도 힘없이 터벅터벅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내 불안한 마음이 한곳을 가리켰습니다. '타로 리딩! 당신 인생의 이야기'란 간판이 내 마음을 꽉 잡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들어가 보자.'


영화 콘택트 원작 소설을 상담소 제목으로 했다면 뭔가 다를꺼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타로 리더 : 안녕하세요. 우선 눈을 감고 심호흡을 10번 해보실까요?
나 : 네.. 휴우~~~ 휴우~~~
타로 리더 :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 : 음... 한 여자분을 만났는데 그녀가 좋아요.
       그런데 그녀와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
타로 리더 : 고민이 많아 보이세요. 선생님의 고민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나도 구체적으로 내 고민이 뭔지 생각 못해봤습니다. 막연히 불안하기만 했지요.

나 : 그녀와 관계를 이어갈까요? 아니면 여기서 만남을 끝낼까요?
타로 리더 : 음.. 그런 고민을 갖고 계시군요. 그러면, 이 카드 중에 3장을 뽑아보시겠어요.
                  지금 선생님의 고민을 생각하며 뽑아주세요.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나는 세 장의 카드를 뽑았습니다. 카드 의미는 잘 모르지만, 세번째 칼을 든 손이 그려진 카드는 강해 보였습니다.

타로 리더 : 선생님은 책임감, 의무감 등 가치를 중요시하면 살아온 것 같다고 말하네요. 어떠세요?
나 : 음... 네, 맞아요. 그것이 저에게 중요하니까요.
타로 리더 : 첫번째 카드를 보시겠어요? 한 사람이 막대기 열개를 들고 가고 있어요.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그의 얼굴 표정은 어떨 것 같으세요?
나 : 글쎄요..
타로 리더 : 즐겁게 웃고 있을 수도 있고, 힘든 표정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만약 힘든 표정이라면, 그 이유는 책임감, 의무감 때문에 열개 막대기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죠.
나 : ...
타로 리더 : 이 타로 카드는 선생님에게 묻고 있는 거예요.
                   지금 삶이 즐거운지, 아니면 책임감 때문에 힘든지...

책임감? 왠 뜬금없이 이 단어를 나에게 말할까 싶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들 이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거기에 책임감이란 단어를 붙이는 건 조금 그렇습니다.

타로 리더 : 두번재 카드 설명을 하기 전에 하나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나 : 네...
타로 리더 : 선생님의 오늘 고민 해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되고 싶으신가요?
나 :  저는 이 고민이 사라져서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타로 리더 : 네, 그렇군요. 두번재 카드를 보시겠어요?
                  이 카드는 선생님이 변화와 안정 중에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카드 속 인물이 황금 동전을 끌어안고 있잖아요. 내가 가진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죠.
나 : 안정이라..
타로 리더 : 아마도 선생님은 그녀와의 관계를 끝낼 것 같아요.
나 : ...

이런... 내가 듣고 싶어했던 말이 이 말이었을까? 그러나, 난 슬펐습니다. 왜냐고요?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녀와의 관계를 계속하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타로 리더가 그렇게 말해주면,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타로 리더 : 선생님! 선생님이 그렇게 안정을 선택하면 (if),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줄 것이예요 (then). 선생님도 알고 있겠지만.. 세번재 카드의 칼 이미지가 그것을 의미해요. 그리고, 선생님 마음도 상처를 받을 것이고요.
나 : ...

솔직히 내 행동이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내 불안한 마음만 생각했어요. 이것이 나와 그녀의 운명인 것일까요?

타로 리더 : 선생님, 제가 주제넘지만 한가지 더 얘기드려도 될까요?
나 : 네...
타로 리더 : 타로 리딩은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운명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예요. 선생님이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죠. 만약, 선생님이 행동을 바꾸면 그 결과도 달라져요.
나 : 음...
타로 리더 : 그런데 행동 바꾸기가 어렵죠.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니까요.
                  미래는 선생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나 : ...
타로 리더 : 괜찮으시면, 제가 글귀 하나 적어 드려도 될까요? 부적은 아니고요. 지금 선생님을 보니 떠오른 글귀가 있어서요.

타로 리더가 나에게 적어준 글귀는 이것이었습니다.

인생의 고민은 언제나 비슷하다.
불만족스런 현실을 택할 것이냐,
불확실한 미래를 택할 것이냐...



4. 에필로그 - 사랑을 받아들이려면...

나는 변화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그녀와의 관계에서 멈춰버렸지요. 내 삶은 항상 이래왔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내 마음 속 사랑이 불러온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첫째, 사랑하는 마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라고 깨달아야겠죠?

내가 외면한다고 그것이 멀리 가는 것은 아니겠죠?

둘째, 사랑을 느낀 그 순간! 선택해야죠. 다음으로 미루면 기회는 없으니까요.

세째,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행동할께요. 내 이성의 지시대신 마음의 속삭임을 들어야겠어요.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까요?


* 이 글은 임경선 소설 <사월의 사랑> 리뷰를 타로점을 통해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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