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피스 빌런이다 #11]
[3줄 요약]
ㅇ 나는 빨간펜 선생처럼 보고서 수정만 하는 팀장이 싫었다.
ㅇ 그런데, 더 강적이 있었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위아래로 전달만 하는 '패스의 달인' 팀장 빌런 등장..
ㅇ 과연 누가 더 빌런이란 말인가?
내 회사 생활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핵심은 '팀장이 빌런인가 아닌가'이다. 팀장이 인간성 더러운 빌런이면, 최악이다. 그런데, 팀장이 인간성 최악은 아닌 상황에서 이런 두 유형이 있다면 누가 더 빌런일까?
패스의 달인 vs. 빨간펜 선생
'패스의 달인'은 이런 유형을 말한다.
임원의 지시를 그대로 전말만 한다.
임원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전현 생각하지 않고 전달만 한다.
팀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어떤 피드백도 주지 못하고 임원에게 그냥 보고하라고 한다.
즉, 임원의 지시는 팀원에게 그냥 패스, 팀원의 보고서도 임원에게 그냥 패스
그래서, 패스의 달인이다.
'빨간펜 선생'은 이런 유형을 말한다.
팀원이 보고하면, 일단 빨간펜을 집어든다.
보고 목차와 주제를 자기 생각대로 수정한다.
거기다 조사 하나하나까지 이렇게 고치고 저렇게 고친다.
특별히 크리티컬하지 않은 내용도 꼭 이렇게 수정하라고 한다.
당신에게는 누가 더 빌런 팀장인가?
'패스의 달인'이 가장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패스의 달인 때문에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보고의 핵심은 무엇인가? 숙제를 낸 사람의 의도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패스의 달인들은 숙제를 낸 사람의 의도를 모른다. 그러니, 꼭 직원들이 삽질을 하게 만든다. 1차 보고를 하면, 숙제 출제자인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런 방향으로 보고를 하자고 한 것이 아니예요. 지난번에 보고한 내용의 후속으로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예전 보고와 차이가 없네요. 다시 하세요."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 속의 말이 쏟아져 나온다.
"쓰바... 또 삽질했다. 도대체 팀장은 뭐하러 있니?
임원의 의도조차 파악 못하고 그냥 지시를 그대로 전달만 했네.. 아우.."
그렇게 나는 시간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임원에게는 일 못하는 놈으로 보이게 된다.
아우 열받는다.
그런데, 패스의 달인은 항상 이렇게 일을 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임원들의 지시를 전달만 할 뿐, 임원의 의도도 모르고, 자기가 어떤 방향성조차 가이드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답답해.
그들 팀장이 '패스의 달인'이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니?
그들은 한번도 유능한 적이 없는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대리일 때도 무능했고, 과장일 때도 무능했고, 차장일 때도 무능했다. 그렇게 무능한 상태에서 팀장이 되었으니 일관되게 계속 무능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1) 그들은 보고서의 ABC도 모른다.
그들은 보고서의 목적이 임원의 출제 의도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기초 중의 기초도 모른다. 거기다 뻔한 얘기를 자꾸 쓰려한다. 즉, 뻔한 얘기로 가득찬 재미없는 영화, 드라마만 만들 줄 안다. 보고서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담겨야 한다는 그런 기초적인 생각조차 없다.
게다가 보고서가 핵심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스토리라인 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냥 단순 나열을 한다. 재미없고 읽기 싫은 그런 보고서 말이다.
(2) 문제해결적 사고력 제로
그들 패스의 달인 머리 속에는 '문제해결적 사고'가 전무하다. 그러다보니 그는 '묻지마 패스'를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현상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 문제점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 문제점을 해결하면 어떻게 좋아지는지에 대한 사고 구조가 그들 뇌에는 없다. 어떤 부가가치도 증가하지 않은 채 그냥 패스...
게다가 '지금 AA가 문제여서 해결해야 해요.'라고 말해줘도, 뭔 말인지 이해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임원의 지시가 없으면 그게 문제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 사고력 제로다.
여하튼 '패스의 달인'들은 한번도 유능한 적이 없는 3류 직장인이었으면서, 직책자를 하고 싶은 욕심만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의 무능이 100% 드러나는 자리에서 일하면서 직원들의 시간과 열정을 낭비시킨다.
그런데, 무능한 패스의 달인이 있는 팀에서는 재미난 현상이 발생한다. 무능한 직원일수도록 '패스의 달인'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무능한 직원은 자기가 무엇을 잘 못하는지 잘 하는지 구별을 못한다. 그래서, 유능한 팀장의 '빨간펜'을 받으면서 자기의 무능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무능한 '패스의 달인'은 그런 빨간펜을 할 능력이 없다.
그러다보니, 팀원이 30점짜리 보고서를 갖고와도 무능한 패스의 달인은 그냥 임원에게 보고한다. 무능한 팀원은 얼마나 좋겠는가? 빨간펜을 안 당하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덤앤더머'한 팀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왜 무능한 팀장은 발전이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의 능력 없음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무능한 패스의 달인들은 자기들이 팀장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그들은 회사 생활 내내 무능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패스의 달인' 팀장을 보면서 답답한 수준을 넘어서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챗GPT에 질문을 했다.
"무능한 팀장과 무능한 직원에게 매일 매일 분노를 느껴. 그러다보니 내 삶 전체가 분노로 흑화되어버려. 어떻게 해야할까?"
챗GPT는 이렇게 조언해준다.
"어설픈직딩님, 그들을 NPC로 생각하세요. 게임에 등장하는 일종의 엑스트라같은 NPC 말이예요. 그들은 사고 능력도 없고, 변화도 없으며 매일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지요. 그런 NPC를 대하듯이 그들을 대하세요."
맞다. 내가 이 팀을 책임질 것도 아니고, 회사를 책임질 수도 없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그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면서, 챗GPT는 마무리 조언을 해준다.
"그들의 무능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예요. 회사의 책임이죠. 그러니, 그들과 최대한 엮이지 마세요."
나는 그렇게 패스의 달인을 멀리하고, 내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