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준현 Sep 04. 2020

오믈렛

포근한 아침의 완성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고루 들어있어 ‘완전식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계란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식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계란으로 만든 첫 요리는 계란후라이였다. 중학생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종종 간장 계란밥을 해 먹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계란을 톡 터트려 후라이를 만든 다음, 갓 지어진 쌀밥에 얹어 간장 한 스푼을 더하기만 하면 끝. 참기름 몇 방울을 더해도 좋다. 간편함에 비해 그 맛은 정말 훌륭해서 가성비가 좋은 식사다. 양반김이 있는 날엔 바삭하고 짭조름한 김에 따뜻한 간장계란밥을 싸 먹으며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학창 시절 간장계란밥과 함께 자주 찾던 간편식은 계란을 푼 라면이었다. 끓는 물에 수프를 먼저 넣고 면을 넣은 다음, 면이 잘 익어갈 때 즈음 계란을 터트려 넣고 젓가락으로 몇 번 휘휘 저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인스턴트 라면에 계란 하나 더했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맛과 영양이 풍부해지는 착각을 느끼며, 계란으로 구수해진 국물을 싹 비워먹곤 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 후, 내가 자주 찾는 계란 요리는 스크램블과 오믈렛으로 바뀌었다. 회사 조식에는 계란 메뉴가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데 보통 스크램블 에그 또는 오믈렛이 제공되기에, 계속 찾아먹다 보니 입맛이 그렇게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온기를 머금은 서양의 계란 요리는 어느새 내게 아침을 열어주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따뜻한 아메리카노까지 같이 마셔주면 완벽한 아침의 포문을 여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올 2월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산 식재료 중 하나가 계란이었다. 집에서도 오믈렛과 아메리카노로 포근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오트밀 또는 오믈렛을 번갈아 먹으며 아침을 맞이했다. 

내 아침을 밝혀준 오믈렛 요리들. 시계 방향으로 두부 오믈렛, 치즈 오믈렛,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오믈렛, 그리고 야채 오믈렛.

오믈렛의 매력을 몇 가지 짚어보자. 

오믈렛은 쉽다. 나 같은 요리 초보도 만들기 쉬운 음식이다. 계란 두세 개만 있으면 되고, 만드는 데 10분이 채 안 걸린다. 그릇에 계란 두세 개를 깨트려 몇 번 휘휘 젓고, 소금을 살짝 친 후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치기만 하면 된다.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우유 또는 생크림을 달걀물에 넣기도 하고, 풍미를 살리려 소금과 후추 간을 하기도 하지만 생략해도 무방하다.  

또한 오믈렛은 여러 변주가 가능하다. 반달 또는 럭비공 모양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원판 모양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오믈렛의 어원은 얇고 작은 접시를 뜻하는 라틴어 lamella에서 왔다고 하는데 (출처), 접시에 담아낸 넙적한 계란 요리라면 뭐든 오믈렛으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모양뿐 아니라 속재료도 취향껏 넣으면 된다. 새우, 두부, 버섯, 치즈, 고기, 각종 야채 등 계란과 어울리는 무엇이든 넣어 팬에 부어 익히면 근사한 오믈렛이 탄생한다. 요리사의 기호대로 재료를 넣는 것이 '취향껏 부침개'라는 뜻을 가진 일본의 오코노미야끼와 비슷하다. 아무 거나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부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믈렛, 프리타타

오믈렛은 프랑스에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여러 변형을 낳았다. 계란이 속재료를 감싸는 스페니쉬 오믈렛(Spanish omelet), 감자가 가득 들어간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Tortilla de Patatas), 이탈리아의 프리타타(Frittata) 등이 그것이다. 모두 맛있는데 내 기준에선 프리타타가 가장 만들기 쉽다. 프리타타 또한 속재료를 자유롭게 넣어 먹으면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재료는 시금치, 양송이버섯, 토마토, 그리고 새우다. 이들을 프라이팬에 잘 볶은 후 계란물을 부어 약불에 8분 정도 익히면 두껍고 폭신한 프리타타가 완성된다. 식감은 고급진 서양 계란찜 느낌이랄까. 오븐에 익히는 게 정석이라고 하지만 프라이팬을 이용해 간단히 만들어 먹어도 우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회사에서 조식을 챙길 땐 흔히들 생각하는 정통적인 오믈렛을 주로 먹었는데, 재택근무로 인해 식재료와 메뉴에 대한 결정권이 생기자 아침 메뉴에 다양성이 더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깨워준 기분이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나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이나, 나는 따뜻한 서양 달걀 요리로 아침을 맞이한다. 약 10분의 투자로 아침을 따뜻하고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요리가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오믈렛 한 접시 먹기 좋은 계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트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