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돈므앙 공항에서
지난 2월 초 태국으로 가는 단기선교팀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고, 선교사님의 사역을 돕고, 팀원들과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근방에는 국적이 없고 난민 취급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확인하고,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날이 되자 더 머물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변화를 만들기에는 짧은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기선교나 봉사를 할 때면 으레 이런 의문이 들곤 합니다. 잠깐 왔다가 가는 이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감사와 고단함과 아쉬움이 어우러진 생각들을 하며 출국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지나가던 도중 어울리지 않게 설치된 어린이놀이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뜬금없는 놀이터의 등장이었지만, 비행기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마냥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이트는 이보다 멀리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출국 직전, 양치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장실을 찾아갔습니다. 화장실은 지나가면서 보았던 어린이놀이터 근처에 있더군요. 그런데 화장실 앞에서 만난 팀원이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방금 전 우리 팀 팀장님께서 심정지로 쓰러진 현지인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마침 한국인 소방교 선생님도 근처에 계셔서 자동제세동기를 금방 찾아와 주셨다고 합니다.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가본 어린이놀이터에는 아직도 긴장과 여운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소생한 사람을 인계하고 출국 줄을 서기 위해 돌아가시는 팀장님에게, 현지 직원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것을 듣고서야 비로소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제 바람대로 우리 팀 일정이 하루라도 더 길었다면, 누군가의 삶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팀장님이 5분이라도 일찍 그 자리를 지나쳐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단기선교 기간이 짧다고 생각한 것은 저의 오판이었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적절한 시간에 우리 팀은 공항에 도착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지나칠뻔한 짧은 순간이, 누군가에겐 그 삶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과 타이밍이라는 것은 참 미묘합니다.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에측하고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맞춘듯한 타이밍, 그 되어진 것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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