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도 되는 날
이젠 의미 없어진 11월 16일
고등학생쯤 되었던 때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챙겨드렸다기에,
나도 언젠가 그런 이벤트 한 번쯤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남몰래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알아놓은 적이 있었다.
혹시나 까먹진 않을까,
한 손에 달력을 들고 동그라미를 거푸 그리며
기억에 새기고 또 새겼던 그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내가 미처 꽃 한 송이,
축하한다는 손 편지 한 번 전해드리지 못한 어느 시점에, 엄마, 아빠는 부부의 인연을 끊고 일부러 남남이 되는 선택을 했다.
혹 내가 두 분의 특별한 날을 꾸준히 챙겼더래도,
각자의 생을 살게 된 부모님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 테지만,
여전히 몰래 기다리던 그날이,
가족 모두가 함께 웃을 것만 같던 그날이,
나는 평생 한 번을 챙기지 못한 그날이
약간씩 아프고 아쉽다.
기회를 영영 잃었다는 생각 때문인 건지,
잊어도 될 날인 걸 알면서도
이맘때만 되면 자꾸 떠오르고.
또 떠오르는 생각.
오늘은 유난히도
넋두리 한 번은 내뱉고 싶은 맘에,
지워지지 않을 한 토막이 될 걸 알면서도
굳이 이곳에서 한숨을 쉬어본다.
그냥 지나는 날 중에 하루,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 하루,
이젠 좀 잊어도 되는 하루가
이렇게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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