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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는,
우리 주위에 아주 지극히 평범해보이지만, 남들 몰래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살인범을 만나게 되지만
아슬아슬하게 '생존자'로 살아남는다.
그녀가 생존자임을 안 기자들이 그녀를 찾아와
집요하게 묻지만,
동백이는, 이게 더 '낙인'찍는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가라고 한다.
자신이 생존자임을, 살인자의 목격자임을
무섭고 겁이 나서 말하지 않으려 하는 동백.
그리고...
동백이에게 까불지말라고 하는 까불이.
까불이는, 왜 동백이를 표적 삼았을까?
불우했던 가정사, 그리고 찌든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까불이.
동백이가 흥식이에게 친절을 베풀자,
흥식이는 그걸 값싼 동정으로 여긴다.
그래서 까불지 말라며 살해 협박을 한다.
가난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나간 엄마-
그리고, 시설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생명을 지킬 줄 알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착한 동백이.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동백이가 얼굴 이쁘고 몸매 좋지만
미혼모로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여자로 불쌍히 본다.
꽃뱀 취급도 하고, 불쌍한 여자 취급도 하며
가만 두지 않는다.
실은, 동백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아는 여자.
동백은 사장님으로 술장사를 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게 두지 않고,
딱부러지게 장사를 할 줄 아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혼자 아들을 낳아 키웠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준 상처를 아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동백.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오더라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헤쳐나간다.
그런 동백이에게 용식이가 반하고 만다.
처음에는 예뻐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혼자 키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점점 챙겨주게 된다.
남편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플 일이 많은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용식이는,
뒤에서 묵묵히 그녀를 챙겨주고, 응원해주고, 위로해준다.
아마, 동백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런 응원과 위로가 아니었을까.
그 누구보다 씩씩하고, 당찬 동백이가
이유도 모르고,
자식을 혼자 키운다는 이유로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경멸, 시선을 오롯이 다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과 비난의 말들이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갈까봐
동백이는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동백과 용식이가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을 무렵,
혼자 자식을 키웠기에, 자식이 미혼모와 좋아지내는 것을 알고
동백이에게 단념을 시키는 용식모.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이 있음에도,
동백의 주위를 기웃거리며 방해하는 종렬.
그리고... 필구가 그 사이에서 눈치보며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포기하려 하는 동백
동백은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버렸던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엄마를 미워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위해 다시 왔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 흘리며
엄마를 위해 신장이식을 결심한다.
동백이는 엄마에게 말한다.
"힘들어도 참아. 엄마 위해서 말고 나 위해서 살아"
그러나, 엄마는 딸을 아프게 하기 싫어서 도망가 숨어버리고 만다.
엄마들의 사랑이 그런 거 아닐까.
자식을 위해서, 목숨도, 인생도 바치는 사람들.
가만 보면, 불쌍하지 않은 인생이 없지만,
그렇기에, 불쌍하다고만 볼 수 없는,
가만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랑이다.
동백은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와 화해한다.
그리고, 용식모는 동백을 품어주고,
동백은 용식과 부부가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과연 드라마 속 판타지로 있을까.
현실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삶 속에
수없이 펼쳐졌을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동백이가 살인자 흥식이 무서워서 도망가려다가,
"내가 도망을 왜 가"하며, 흥식의 머리를 맥주잔으로 깨부시고,
용식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용식과 진정한 사랑을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고, 아름답다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사람이 사랑을 사랑하는 데에 외부, 마음의 장애물, 걸림돌이 많아진 세상.
사랑하고, 용서하는 게,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보다 더 쉽다는 걸 알까.
동백이가, 자신처럼 아름다운 용식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며,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
나 또한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