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페티다에서는 어떤 냄새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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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페티다에서는 어떤 냄새가 났을까
프란시스코 고야가 1788년에 완성한 「성 프란시스코 보르자가 회개하지 않는 임종자를 돕다」는 스페인 발렌시아 대성당에 위치한 성 프란시스코 보르자 예배당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연작의 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당시 고야의 주요 후원자였던 귀족 네트워크의 요청으로 그려졌으며, 예수회 제3대 총장이자 공작의 조상이었던 성 프란시스코 보르자의 생애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18세기 후반 스페인 왕실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고야는, 이 종교화를 통해 기존의 장식적이고 형식화된 궁정 화풍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공포와 심리적 갈등에 주목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을 선보였다.
작품의 구도는 성스러운 빛과 깊은 어둠이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화면 왼쪽에는 검은 사제복을 입은 성 프란시스코 보르자가 십자가를 들고 고뇌에 찬 표정으로 서 있고, 오른편 침대에는 죽음을 앞둔 남성이 창백한 나체로 몸을 비틀고 있다. 성인이 들고 있는 십자가에서는 붉은 피가 튀어나와 임종자의 몸에 닿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인을 구원하려는 신성한 기적의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임종자는 끝까지 회개를 거부한다는 듯 시선을 외면하며, 이 긴장감 넘치는 연출은 신의 구원 의지와 인간의 자유의지가 충돌하는 신학적 갈등을 한층 부각시킨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침대 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기괴한 생명체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죽어가는 영혼을 노리는 악마들로 표현되어 있으며, 고야는 이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이러한 도상은 중세 이후 서양 미술에서 자주 다뤄진 ‘죽음의 기술(Ars Moriendi)’ 전통을 따르지만, 고야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결합되어 독자적인 개성으로 완성되었다. 일부 미술사는 이 그림의 어둠 묘사가 훗날 청각을 잃은 뒤 그린 ‘검은 회화’ 연작의 시작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성 프란시스코 보르자는 원래 스페인의 권세가인 간디아 공작이었으나, 자신이 모시던 이사벨 왕비의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을 지켜본 후 세속의 덧없음을 깨닫고 모든 권세를 내려놓으며 사제가 되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고야는 이러한 성인의 배경을 바탕으로, 죽음의 순간에 벌어지는 영적 전투를 초자연적 공포로 재해석했다. 거친 붓놀림과 깊은 그림자는 렘브란트의 영향 아래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이를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임종자의 실존적 공포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프란시스코 고야가 그린 임종의 방은 단순한 시각적 공포를 넘어, 당대 의학과 종교적 신념이 얽힌 복합적인 후각적 공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18세기 후반까지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미아즈마 이론에 따르면, 질병과 죽음은 ‘나쁜 공기’나 부패한 냄새를 통해 전파된다고 여겼으며, 이는 종종 악마의 현현으로도 인식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림 속 침대를 둘러싼 기괴한 악마들의 형상은 당시 사람들이 오염된 공기와 죽음의 냄새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영적·물리적 오염을 정화하려는 시도로, 임종의 현장에서는 강한 자극성을 지닌 향료들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상상해 볼 수 있는 대표적 물질이 바로 ‘아사페티다’다. 미나릿과 식물인 페룰라의 뿌리에서 얻는 이 수지는 서양 의학사와 민간신앙에서 구마와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사페티다는 유기 유황 화합물인 디설파이드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황화수소와 유사한 유황 가스 냄새와 함께 매우 강한 마늘, 양파 비린내가 섞여 난다. 특히 이 물질은 ‘악마의 똥’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고약한 악취를 품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강렬한 냄새가 환자의 몸에 깃든 악령을 몰아내고 오염된 공기를 새롭게 바꿔줄 수 있다고 믿었다.
성 프란치스코 보르자가 회개를 거부하는 임종자를 도왔던 현장에서 아사페티다 연기가 자욱했을 것이란 가정도, 당시 의료와 민간신앙의 관습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아사페티다의 잔향은 이소발레르산 성분으로 인해 동물의 분변이나 땀에 젖은 가죽과 비슷한 꼬릿한 냄새가 오랫동안 공간에 남는다. 이 냄새는 사물 표면에도 쉽게 달라붙는 특징을 지녔다. 비록 고야의 그림에 향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초자연적 악마의 위협과 그에 맞서는 성인의 절박한 대립은 아사페티다와 같은 강한 후각적 결계가 동원된 당시 임종 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결국 악마와의 치열한 전쟁의 공간에 가득했으리라 상상되는 냄새를 이와 같이 추론해 보았다.
탑노트: 첫인상, 휘발성이 강함
미들노트: 향의 중심, 휘발성 중간
베이스노트: 본질적이고 은은하며 휘발성이 약함
Top Note: 썩은 양파 냄새와 유황가스
•아사페티다를 가열하거나 분쇄할 때, 2-부틸 1-프로페닐 디설파이드를 포함한 다양한 휘발성 이황화합물이 즉시 방출된다.
•황화수소 농도가 높은 가스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며, 마치 으깬 생마늘이나 양파에서 올라오는 자극적이고 매운 황 화합물의 향이 공기 중에 빠르게 퍼진다.
•코 점막을 순간적으로 자극하고, 심하면 눈에 따가움과 통증까지 유발할 만큼 짙고 강렬한 유황 특유의 휘발성 악취가 특징이다.
Middle Note: 끈적끈적한 마늘 냄새
•휘발성 성분이 날아간 후에는 수지 속에 결합된 디설파이드와 트리설파이드 계열의 무거운 분자가 본질적인 냄새의 중심을 이룬다.
•고농축 된 마늘의 알리신 향에, 식물성 수지에서 나오는 씁쓸하고 약간의 약초 냄새가 어우러져 진득하게 남는다.
•단순한 가스 냄새에서 벗어나, 혀끝에 알싸함과 구토감을 줄 정도의 묵직한 황 화합물의 핵심이다. 또한, 열을 가하면 수지가 녹으면서 더욱 진해지고, 강한 잔향이 남는다.
Base Note: 동물성 잔취 및 이소발레르산 계열
•페룰산 에스테르와 극소량의 이소발레르산 등 저 휘발성 화합물이 바닥에 남아 잔향을 형성한다.
•땀이나 오래된 가죽, 동물 분비물에서 느껴질 법한 특유의 꼬릿한 냄새와 암모니아, 지방산 계열의 냄새가 섞여 있다.
•유황의 날카로운 냄새가 사라진 뒤에도 표면에 오래 남아 떨어지지 않는 끈질긴 악취로, 생물학적 부패 과정에서 흔히 만들어지는 냄새다.
1. [어원과 상징] '악마의 똥(Devil's Dung)'이라 불린 유래
‘악마의 똥’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아사페티다(Asafoetida)는, 페르시아어 ‘aza’(진액)와 라틴어 ‘foetidus’(악취)가 합쳐진 이름이다. 이를 직역하면 ‘지독한 냄새가 나는 수지’가 된다. 중세 유럽의 약제 기록과 민간전승에서는 ‘스테르쿠스 디아볼리’, 즉 ‘악마의 똥’이라는 멸칭으로 불렸다. 단순히 냄새가 고약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는 지옥의 유황불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황 냄새가 악령이 남기고 간 배설물처럼 여겨졌던 종교적 혐오와 경외심을 표현하는 명칭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고대 로마에서는 이 아사페티다를 ‘실피움(Silphium)’의 대체재로 소중하게 여기며 ‘신들의 음식’이라 부르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다.
2. [퇴마] 미아즈마 이론과 후각적 방어
근대 이전 유럽에서는 부패한 유기물에서 발생하는 오염된 공기, 즉 ‘미아즈마’가 질병과 악의 기운을 옮긴다고 믿었다. 중세와 근세의 종교적·의학적 관점에서 악취는 질병과 악령의 징후로 여겨졌고, 강한 향료나 유황 성분이 정화와 보호를 상징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다만, 특정 임종 의례에서 아사페티다가 실제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1차 사료가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고야가 묘사한 죽음의 장면을 아사페티다의 연기와 직접 연결하는 해석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당시의 후각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상징적 재구성이다.
3. [인물] 프란치스코 보르자 공작의 일대기
작품의 주인공인 성 프란치스코 보르자(Saint Francis Borja, 1510–1572)는 본래 스페인 최고의 권력 가문인 제4대 간디아 공작이었다. 그의 사제 서품 뒤에는 '후각적 충격'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1539년, 그는 자신이 깊이 흠모하며 보필하던 카를 5세의 왕비 이사벨 드 포르투갈이 서거하자 시신을 그라나다 왕실 묘지로 운구하는 책임을 맡았다. 운구 도중 시신 확인을 위해 관을 열었을 때, 무더운 날씨로 인해 처참하게 부패한 왕비의 모습과 지독한 시체 썩는 냄새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이 순간 "다시는 죽어서 썩어 없어질 주인을 섬기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공작의 지위를 버리고 예수회에 입단하였다. 고야가 묘사한 임종의 현장은 이러한 보르자 성인의 개인적 체험과 맞물려, 육신의 부패를 상징하는 악취(악마)와 이를 정화하려는 영적 투쟁사이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4. [화학] 유황 화합물과 추출 및 제조 과정
아사페티다는 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미나릿과 식물, 페룰라(Ferula assa-foetida)의 뿌리에서 추출된다. 식물이 꽃을 피우기 직전인 봄철, 뿌리 윗부분을 수평으로 자르면 보호막 역할을 하는 우윳빛 유액이 흘러나온다. 이 유액은 공기에 노출되면서 며칠에 걸쳐 굳어져, 갈색 또는 붉은색의 단단한 수지 덩어리가 된다. 화학적으로 살펴보면, 2-부틸 1-프로페닐 디설파이드 등 여러 유기 유황 화합물이 수지 성분 속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분말로 갈거나 열을 가하는 순간 강한 냄새를 동반하며 급격히 휘발하는 특징을 가진다.
5. [의학] ‘떠도는 자궁’과 후각 충격 요법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여성의 히스테리나 실신을 자궁이 몸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이른바 ‘떠도는 자궁’ 현상 때문이라고 여겼다. 당시 정통 의학에서는 자궁이 향기로운 냄새는 좋아하고, 악취는 꺼린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자궁이 위쪽으로 이동했다고 판단되면 의사는 환자의 코에 아사페티다나 태운 깃털처럼 극심한 악취를 맡게 하고, 하체 쪽에는 꽃향기 등 좋은 냄새를 풍기는 식으로 자궁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충격 요법을 시행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6. [근대 및 생활] 약국에서 식탁까지의 생존
이러한 후각 치료 관습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서양 의학에서는 ‘아사페티다 팅크’가 경련을 완화하는 진경제나 신경 안정제로 약국에서 처방되곤 했다. 오늘날 아사페티다는 조리 시 가열하면 마늘이나 볶은 양파와 비슷한 풍미를 내는 특성 덕분에 인도 요리의 핵심 향신료인 ‘힌’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한때 영국 사교계의 필수품이었던 우스터소스의 풍미를 좌우하는 재료로 일부 레시피에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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