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왈츠'를 향수로 만들었다

by 냄새도감 Nose Co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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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왈츠를 향수로 만들었다



존 리치(John Leech), <비소 왈츠(The Arsenic Waltz)>, 『펀치(Punch)』 잡지, 1862년 2월 8일.



Description_개요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주간 풍자 잡지 『펀치』 1862년 2월 8일 자에 실린 존 리치의 삽화 <비소 왈츠>는, 그 시대에 유행했던 에메랄드그린 색상 드레스가 내포한 치명적인 위험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존 리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초판 삽화가로도 유명한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세밀한 표현력과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 삽화에는 화려한 무도회 의상을 갖춘 남녀가 왈츠를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생기 넘치는 인간이 아니라 모두 기괴한 해골로 묘사되어 미학적 모순을 드러낸다. 여성들이 입고 있는 거대한 크리놀린 드레스는 당시 비소를 주원료로 사용해 선명한 초록빛을 띠던 ‘셸레 그린’이나 ‘에메랄드그린’ 안료가 널리 쓰였음을 상징한다. 해골들이 짝을 이뤄 춤을 추는 장면은, 겉보기에 아름답고 화려했던 사교계의 이면에 사실상 죽음이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었음을 시각적으로 비유한다.

이 삽화는 비소 안료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영국 사회에 퍼지던 시기에 발표됐다. 삽화가 실리기 전날인 1862년 2월 7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무도회장을 독극물 실험실에 비유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존 리치는 이러한 사회적 논란을 ‘죽음의 무도’라는 풍자적 형식으로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한 벌의 드레스에 성인 수십 명을 치사시킬 만한 양의 비소가 들어 있었다는 분석은, 당대 의학 전문지 『랜싯』 등에서 제시된 바 있으며, 이는 리치의 삽화가 단순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당대인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던 현실에 근거했음을 보여준다.



Focus_어떤 냄새가 났을까

19세기에는 에메랄드그린 색상의 벽지와 드레스를 사용한 실내에서 독특하면서도 기묘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냄새는 주로 알싸하고 매캐한 마늘 향기로 표현되며, 당시 벽지나 옷감에 포함된 비소 성분이 습기나 열, 또는 곰팡이와 반응하며 트리메틸아르신(As(CH₃)₃) 가스를 생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891년 바르톨로메오 고지오에 의해 밝혀진 이른바 ‘고지오 가스’는, 비소 원자가 코의 후각 수용체에 작용하면서 마늘 속 황 화합물과 비슷한 신호를 뇌에 전달하여 마늘 냄새로 인식된다는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무도회에서 드레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체온이 올라가고 땀이 배출될수록 이 같은 화학반응은 더 활발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퍼지는 냄새는 단순한 식재료로써의 마늘 향과는 달리, 날카로운 금속성 냄새와 씁쓸함이 뒤섞인 인공적인 자극에 가까웠을 것이다. 또한 비소 가스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기체에 속하지만, 실제 실내 환경에서는 공기 흐름에 섞여 머무를 수 있다.

가스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냄새는 점점 지독해진다. 처음에는 은은한 마늘 냄새로 시작하지만, 밀폐된 공간에 오래 쌓이면 썩은 생선이나 요오드를 연상시키는 거친 악취로 변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이와 관련해 가스 분자 내의 메틸기(–CH₃) 구조가 생선이 부패할 때 나오는 트리메틸아민과 유사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결국 19세기 무도회장의 화려한 녹색 풍경 뒤에는 금속의 비릿함과 생선 썩는 냄새가 혼재한 치명적인 공기가 펼쳐져 있었던 셈이다.

다만 Gosio gas가 이후 트리메틸아르신으로 확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가스의 실제 독성 정도나 냄새의 정확한 특성(정말 마늘과 유사한지, 혹은 쥐 또는 대파 냄새와 더 비슷한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다. 또한 “비소 원자가 후각 수용체에 마늘의 황 화합물과 비슷한 신호를 준다”는 설명 역시 그럴듯한 가설로 받아들여지긴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생체 메커니즘은 아니다.

Olfactory Reconstruction _ 조향

탑노트: 첫인상, 휘발성이 강함
미들노트: 향의 중심, 휘발성 중간
베이스노트: 본질적이고 은은하며 휘발성이 약함


Top Note: 알싸한 마늘 향

•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가옥 벽지나 화려한 무도회 드레스에서 퍼져 나오는 첫 번째 경고의 향취다. 습기에 젖은 곰팡이가 비소를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마늘의 황 화합물과 유사한 신호를 내어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 자연스러운 식재료의 마늘 향보다 한층 예리하고 매운 화학적 냄새가 두드러진다. 아름다운 에메랄드그린 너머에 감춰진 독성을 알리는 은밀한 경고로, 공간과 의복 전체에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Middle Note: 부패한 생선과 요오드

• 가스 농도가 높아지거나, 사용자 체온과 땀이 비소 안료와 직접 반응할 때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중심부의 악취다. 트리메틸아르신의 분자 구조 자체가 생선이 썩을 때 나는 물질과 흡사해, 우아하던 무도회장이 순식간에 비린내 가득한 수산 시장처럼 변모한다.

• 눅눅한 습기가 배어 있는 생선의 비릿함과 요오드 특유의 퀴퀴한 화학 냄새가 뒤섞여 있다. 알싸한 마늘 향이 사라진 자리를 불쾌하고 무거운 악취가 대신 채우며, 감각을 마비시키는 이질적 분위기를 더한다.


Base Note: 날카로운 금속성 독소 향

• 이 향의 본질이자 쉽게 지워지지 않는 치명적인 잔향이다. 구리와 비소가 결합한 안료의 물리적 특성에서 비롯되며,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과 호흡기 주변에 낮게 깔려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 코 점막을 냉랭하게 긁는 날카로운 금속 가루의 감각, 그리고 폐까지 깊이 들러붙는 질식할 듯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향이 걷힌 뒤에도 피부와 공간에 길게 남는 텁텁하고 서늘한 금속성 여운은, 아름다움의 대가로 치른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NOTE


1. [기술] 저렴하고 찬란했던 '완벽한 초록'의 유혹

비소 그린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널리 사용된 데에는 경제성과 미학적 가치가 크게 작용했다. 비소는 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값싼 부산물이어서 대량 생산이 쉬웠다. 이 안료는 기존 식물성 염료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영롱하고 선명한 초록빛을 낼 수 있었고, 촛불 아래에서도 색이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그 화려함은 빅토리아 시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위험함조차 잊게 만드는 강력한 유혹이 되었다.


2. [화학] 죽음의 가스, 트라이메틸아르신

비소 안료가 사용된 벽지나 옷에서 나는 마늘 냄새의 정체는 바로 트라이메틸아르신 가스이다. 1893년 이탈리아 의사 바르톨로메오 고시오는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벽지에 서식하는 곰팡이가 안료 속 비소를 분해해 이 치명적인 가스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도회장의 열기와 사람들의 땀, 혹은 습한 주거 환경이 겹치면 이 알싸하면서도 비릿한 마늘 냄새의 가스가 실시간으로 배출되며, 사람들의 호흡기를 공격했다.


3. [문화] 19세기 영국의 마늘 냄새 괴담과 죽음의 왈츠

19세기 영국에서는 집안에 별다른 이유 없이 마늘 냄새가 풍기면, 곧 사람이 죽는다는 괴담과 불안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이러한 정서의 배경에는 실제로 비소 가스 중독에 의한 사례가 있었다. 1862년 풍자 잡지 『펀치』에 실린 존 리치의 삽화 <비소 왈츠>는 이런 공포를 강렬하게 시각화했다. 삽화 속 해골들은 초록 드레스를 입고 춤추며, 드레스로부터 퍼져나가는 비소 가루와 가스가 상대방을 중독시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무도회장에서 자주 벌어졌던 두통과 실신의 원인을 뚜렷하게 지적한 리얼리즘의 산물로 평가받는다.


4. [예술] 화가의 치명적인 습관과 실명 위기

예술가들 또한 비소의 위험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붓 끝을 입술로 다듬는 '립 포인팅' 습관은 안료 속 비소를 직접 삼키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역시 ‘에메랄드그린’ 물감을 사용해 카미유의 초록 드레스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네가 말년에 겪은 심각한 시력 저하와 신경계 이상은, 오랜 기간 비소 물감을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현대 의학계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아직 논쟁 중이며 명확한 인과관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5. [역사] 황제의 머리카락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사망 원인에는 오랫동안 비소 중독설이 제기돼 왔다. 세인트헬레나 섬 유배 시절, 나폴레옹이 머물던 방은 에메랄드그린 색상의 벽지로 장식돼 있었고, 고온다습한 섬의 환경이 비소 가스의 방출을 가속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그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정상치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비소가 검출되어, 나폴레옹의 비소 중독설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6. [사건] 녹색 토사물과 마틸다 슈러의 죽음

1861년 11월, 19세 인공 꽃 제작자 마틸다 슈러의 사망 사건은 당시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녀는 매일 조화에 ‘에메랄드그린’ 가루를 꽃잎에 바르는 작업을 하며 많은 양의 비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부검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손톱과 눈 흰자는 초록빛으로 변색돼 있었으며, 사망 직전 녹색의 토사물을 뱉어냈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었다. 이 사건은 『더 타임스』에 보도되면서 비소 안료가 가진 치명적 위험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Bartolomeo Gosio, "Ricerche sull'essenza del veleno gassoso degli arsenicali", 1891.

"Death from Arsenic in Artificial Leaves", The Times, November 1861.

James C. Whorton, The Arsenic Century: How Victorian Britain was Poisoned at Home, Work, and Play,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William Cullen, "Is It Garlic I Smell? The Chemistry of Arsenic Poisoning", Journal of Chemical Education, 2008.

존 리치(John Leech), <비소 왈츠(The Arsenic Waltz)>, 『펀치(Punch)』 잡지, 1862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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