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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Apr 25. 2022

낡은 몸빼바지

친정어머니를 보내드리고


해거름 차창 안으로

어둑어둑 스밀 때면

가슴 시리도록 밀려오는

어머니의 흔적들

숱한 세월들


부인하고 싶었던 어머니의 삶들이

어느새 중년의 노구가 되어

내가 분신처럼 거울 앞에 서 있네


한평생 새벽별 좇아 일하시고

새벽별 따라 잠드셨던 어머니

골 패인 무릎엔 살 대신에

한을 심으셨네


다 내어주시더니

내게 낡은 몸빼바지 하나 남기셨네


당신의 심장

사랑하는 자식 가슴에 묻으시고

저승꽃 한 무더기 안은 채

긴 여행을 떠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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