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개최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7)가 진행됐습니다. 1995년 첫 개최 이후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논의한 자리라 더욱 관심을 모았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살펴볼게요.
#손실과 피해
COP27의 최대 화두는 단연 손실과 피해였어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를 그동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온 선진국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죠.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92%를 선진국들이 발생시켰는데,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는 주로 개발도상국들이 받고 있으니까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처럼 말이죠. 그동안 문제를 일으켜 온 선진국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기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뒤늦게야 인정하고 수습을 시작한 것입니다.
#책임론
당사국총회엔 다수의 협상 그룹이 참여해요. 우선 유럽연합이 있고, 미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비유럽 선진국 모임인 엄브렐라 그룹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77개의 개발도상국으로 이뤄진 G77이 있는데 주로 중국과 함께 행동하고, 우리나라는 스위스 등과 함께 환경건전성그룹(EIG)을 결성해 참여하고 있어요. 유럽연합과 미국은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합의할 경우 무한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상해야 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어요. 그러면서 보상을 해 주려면 중국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도 보상금 공여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죠.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분류상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장기간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산업을 발전시켜 온 미국 등의 선진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며, 의무는 없지만 기여는 하겠다고 선을 그었어요.
#보상이 아닌 지원
당초 18일 폐막 예정이었던 COP27은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 차로 인해 진통을 겪다가 극적 합의를 이루어 20일에야 마무리되었어요. 오랫동안 선진국을 상대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해 온 개발도상국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기금을 설립하기로 한 것일 뿐 누가, 어디에, 얼마나,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라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기금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갖는 ‘보상’이 아닌 ‘지원’의 성격이라 각국 정치인의 생색 내기일 뿐이란 비판도 있죠. 그래도 일단 시작이 된 것은 분명하니, 앞으로를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미국 중간선거
11월 8일,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열렸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상원 1/3과 하원 전체가 새로 선출돼요. 대통령 취임 2년 뒤 열리는 선거라 국정을 중간 평가하는 성격을 지니기도 하는데요. 그러한 특성상 중간선거에서는 여당이 야당에 다수석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예상과는 다르게 민주당이 상원의석 수를 지키며, 완패를 면했어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중간선거
이번 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총평하자면, ‘예상 밖 민주당의 선전’입니다. 하원의석 수는 당초 예상대로 공화당이 과반을 가져가긴 했으나 의석 차가 9석으로 크지 않고, 상원 역시 민주당이 100석 중 51석을 지킨 상태거든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임신중지권입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뒤바뀌는 바람에 공화당을 지지하던 여성 유권자들의 이탈이 많았습니다. 경제 문제가 예상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어요. 언론으로 본 경제 상황과 국민이 체감한 경제가 달랐다는 얘긴데요. 꾸준히 안정적이었던 고용 시장이 이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겠네요.
#교착상태
CNN, 폭스뉴스 등 미국 내 언론들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자국 내 정치,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사실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판세를 이끌 만한 의석을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현안들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아요. 외교, 안보 등 주로 굵직한 사안을 다루는 상원에서는 중국 수출 통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논의될 텐데요.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는 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대중국 견제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관련해선 둘의 입장이 다릅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케빈 메카시 공화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죠. 그러나 하원 의석 차가 크지 않아 공화당이 지원 철회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디폴트
양당 간 의견 차가 가장 첨예한 사안은 세금과 재정 지출인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미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미 의회는 2021년 말에 부채 한도를 31조4천억 달러(약 4경240조5천억 원)로 이미 한 차례 상향 조정한 바 있죠. 바이든 행정부가 재정 지출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이 부채 한도를 내년에 한 번 더 상향해야 하는데, 공화당이 다른 사안들에 대한 양보의 대가로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만약 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데, 이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2011년과 2013년에 이 부채 한도를 둘러싸고 양당이 대치를 벌여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적이 있어요. 양당이 이렇게 교착상태에 빠지면 사태를 움직일 힘이 금리 인상을 쥐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로 치우칠 수 있다고 하니 여러모로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2050 한국 경제 전망
11월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국내 장기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놨는데요.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돼 205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0.5%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일까요?
#고령화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KDI가 중요하게 지적한 요소는 급속한 고령화예요. 인구 구조 변화라는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을 감안해 장기경제성장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요.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15~64세 사이의 생산연령인구가 2011~2020년엔 117만 명 증가하였으나, 2021~2030년에는 357만 명 감소하고, 2031~2040년에는 529만 명이 감소해 감소폭이 더 커질 예정이라고 해요. 이렇게 된다면 65세 이상인 고령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50년 51.1%로 가파르게 하락할 전망이에요.
#총요소생산성
고령화와 함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총요소생산성인데요.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과 자본의 직접적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의 효율성을 말합니다. 노동 공급, 자본 공급과 더불어 경제 효율성과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되죠.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에 2.3%였던 총요소생산성이 2000년대엔 1.9%로, 2010년대엔 0.7%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인 노동 공급은 세 기간 동안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고, 자본 공급도 2000년대에만 하락폭이 좀 컸을 뿐이에요. 이러한 수치로 미루어볼 때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경제성장률 하락에는 총요소생산성의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어요. 다른 연구들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성장률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공급, 자본 공급,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을 계산해보니 2020년대 총요소생산성은 1.0%로 유지되는 반면, 노동 공급의 하락폭이 컸습니다. 그 하락폭을 살펴보면 2030년대엔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2040년대엔 하락폭이 더욱 커지죠. 자본 공급 역시 노동 공급만큼은 아니지만 감소 수치를 보였는데요, 노동 공급이 자본의 성장 기여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요소로 경제성장률을 계산해 봤을 때 2014~205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7%로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속도로 간다면 2050년엔 0.5%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2010년대에는 총요소생산성이 경제 성장 하락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앞으로의 경제 하락에는 노동 공급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죠.
보고서에서는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률 하락에 대비하려면 경제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규제 합리화와 신생기업의 시장 진입 등을 통해 시장의 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또한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 활동 참여가 저조한 여성 인력과 고령층이 노동 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노동 공급 축소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합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정체되어 있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끌어올린다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3%를 유지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노동 공급의 성장 기여도가 여전히 낮더라도 2050년 경제 성장률이 1.0%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요. 잠재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지나친 목표보다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경제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