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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영양에 관한 고찰

고양이 필수 영양소에 대하여

by 이승훈

고양이는 사람과 닮은 듯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생명체입니다. 사람은 곡물과 채소, 고기를 고루 먹는 잡식성인 반면, 고양이는 오직 고기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육식동물’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은 전기와 휘발유 둘 다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면, 고양이는 오직 고급 휘발유로만 달리는 고성능 스포츠카입니다.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바로 이상이 생기지요. 그래서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보충제’가 아니라 ‘필수 부품’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백질입니다. 고양이의 간은 항상 단백질을 에너지로 분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쉬지 않고 달리는 엔진과 같습니다. 단백질이 조금만 부족해도 근육이 줄고 털 윤기가 사라지며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고양이 사료의 단백질 함량은 전체 칼로리의 최소 30~40% 이상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영양소는 타우린입니다. 타우린은 심장과 눈 건강을 지키는 핵심 아미노산이지만, 고양이는 이를 스스로 만들 수 없습니다. 타우린이 부족하면 시력이 저하되거나, 심근이 약해지는 질환이 생깁니다. 마치 엔진오일이 없는 자동차가 내부 마찰로 망가지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건식 사료는 가공 과정에서 타우린이 쉽게 파괴되므로, 보충제를 함께 급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라키돈산도 반드시 필요한 지방산입니다. 이 물질은 염증 조절, 피부 건강, 세포막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고양이는 식물성 지방을 아라키돈산으로 전환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동물성 지방, 특히 닭고기나 생선에서 얻는 아라키돈산이 중요합니다.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털이 푸석해지며, 번식력도 저하됩니다.

비타민 A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당근 속 베타카로틴을 비타민 A로 바꿀 수 있지만, 고양이는 그 능력이 없습니다. 즉, 아무리 당근을 줘도 비타민 A는 얻을 수 없습니다. 동물의 간 같은 ‘동물성 비타민 A’만이 고양이에게 실제로 흡수됩니다. 부족하면 야맹증이나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타민 D, 칼슘, 인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햇빛으로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식이를 통해 섭취해야 합니다. 어린 고양이에게는 성장, 노령묘에게는 뼈 건강과 면역 유지에 필수입니다. 이때 칼슘과 인의 비율은 1.2 대 1 정도가 가장 안정적입니다. 균형이 깨지면 뼈 구조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장에 부담이 됩니다.

비타민 B군, 특히 비타민 B1(티아민)은 신경계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부족하면 경련이나 발작이 생기기도 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므로, 보충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탄수화물은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는 아닙니다. 다만 소량의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돕고 변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수화물이 많으면 비만이나 당뇨 위험이 커집니다. 고양이는 본질적으로 ‘밥보다는 고기’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은 피부, 털, 관절, 뇌 건강을 모두 책임지는 영양소입니다. 특히 나이 든 고양이에게는 염증 조절과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연어유나 정제된 피쉬오일을 급여하면 좋지만, 산패된 오일은 오히려 독이 되므로 냉장 보관과 유통기한 확인이 필수입니다.

또 한 가지, 많은 보호자분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수분입니다. 고양이는 사막 출신이라 물을 스스로 잘 마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 부족은 신장질환, 방광결석, 요로염의 원인이 됩니다. 건식 사료만 먹는 고양이는 습식 사료나 닭육수 등을 함께 급여해 수분 섭취를 유도해야 합니다. 연료만 넣고 냉각수를 빼먹은 자동차는 오래가지 못하듯, 고양이도 수분이 부족하면 내부 장기들이 금세 지칩니다.

결국 고양이의 필수 보충 영양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 유지 장치’입니다. 타우린은 심장과 시력을, 아라키돈산은 피부를, 비타민 A와 D는 성장과 면역을, 단백질은 그 모든 것을 지탱하는 기반을 담당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몸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고양이를 잘 돌본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몸속에서 매 순간 복잡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그 재료가 바로 영양소입니다. 자동차가 좋은 연료로 오래 달리듯, 고양이도 올바른 영양으로 평생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건강은 식탁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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