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죽음

by 오종호

스피커를 빠져나온 소리들은

한 마리씩 환호성을 지르며

앞다투어 공중으로 흩어졌지만

창문에 도달하기도 전에

거의 다 꼬리를 잡혔다

열린 창틈으로 몸통을 넘긴 몇 마리도

끝내 제 가느다란 긴 꼬리로 인해

손톱자국을 남기며 끌려갔다

소리는 끝도 없이 뛰쳐나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뛰다 바닥에 쓰러졌다

바람이 분주하게 시체를 밖으로 실어 날랐지만

나중엔 스피커 바로 밑까지

소리들의 시체 행렬이 줄지었다

소리들의 시체 위에서 몇 송이의 꽃이 피는 듯 했다가

다른 주검들에게 짓눌려 목이 부러졌다


소리는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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