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 간병을 하러 병원에 들어왔다. 격주 토요일마다 엄마 간병을 위해 병원에 오긴 하지만 이렇게 며칠 동안 내가 엄마를 보는 건 지난 추석 이후 처음이다.
깨끗한 엉덩이에 뽀얀 얼굴, 컨디션도 썩 괜찮아 보인다. 오전 재활까지 거뜬히 마치고 엄마를 침대에 눕혀드리고 나니 그제야 병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병실 공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싶더니, 창가 쪽에 계시던 치매 할머니 자리에 다른 분이 와 계셨다. 몸은 건강하셨던 분이라 병원을 옮기신 것이거나 자녀분들이 집으로 모신 것이겠다 싶었는데, 우리 방 공동간병인 분은 뜻밖에도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가시나 싶어 어떻게 가신 것인지 여쭤보니 독감이 원인이라 했다. 독감으로도 그렇게 가실 수 있구나... 황망한 마음이 몰려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휴우;
병실을 휘 한번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지금 우리 방 할머니들은 온통 독감을 앓는 중이셨다. 모두들 같은 수액을 달고 누워 계시는 중. 의외로 엄마는 멀쩡했는데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방어전에 실패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간병 첫날이 잘 마무리되려나 했는데, 어딘지 엄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아닌가.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 체온을 재고 보니, 37.8.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인가.
물수건을 만들어 요리조리 엄마 얼굴을 닦아내고 이마에 한참을 얹어두어 체온이 조금 떨어나 싶기 무섭게 다시 오르기를 반복. 꼬박 하루가 지나자 가래까지 심해져 하루 한두 번 세척하는 석션통이 금방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독감 검사 결과, a형 양성. 에잇. 방어전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곧장 엄마에게도 다른 할머니들과 같은 수액이 달렸다. 수간호사 선생님은 만 하루정도는 엄마가 힘드실 거라 했다.
오후에 잡혀있던 외삼촌과 사촌오빠들의 면회는 어쩔 수 없이 짧은 병실 면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열이 나고 가래가 심한 엄마의 모습에 외삼촌은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다가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다 나가시고, 멀리서 온 사촌오빠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뻘쭘하게 서있다가는 "고모, 빨리 나으세요!"란 말만 되풀이하다 돌아가야 했다. 조금만 더 괜찮은 모습으로 다 같이 1층에서 만나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들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늘 영상통화만 하다 이렇게 먼 길 달려와 준 외삼촌에게 엄마의 아픈 모습만 보여주어 미안한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켜 나도 괜스레 우울해졌다.
수액의 효과인지 저녁이 되자 거짓말처럼 열이 내리고 맥박도 안정되어 가며 엄마는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숨 푹 자고 나서 거짓말처럼 싹 낫자, 엄마!!
다음 명절엔 2-3일 병원에다 외박신청을 해 두고, 엄마를 잠깐 집에 모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환자용 침대랑 석션기 정도 대여해 두고 피딩팩이랑 주사기 같은 소모품 몇 개 사두면 하루 이틀은 가능하겠지 싶었는데 그것도 엄마 컨디션이 따라 주어야 가능하겠구나. 쉽지 않음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