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말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눈물이 핑돌고 고맙고 위로가 되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요즘 괜찮지가 않네요. 그저 자기 합리화일 뿐이고 변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잘하지 못하면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서 내가 뭐라고 글을 쓰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작할 때는 안 쓰는 것보다야 쓰는 게 낫지 싶었고 그저 글 쓰는 엄마 정도의 타이틀이면 됐어 하는 마음이었는데 욕심이 생긴 건지 현실을 알게 된 건지 자꾸만 작아지고 발행버튼이 안 눌러져요.
이런 내용의 글 쓴 적 있었는데 이 녀석 참 주기적으로 이러네요.
글은 바다인데 저는 조개껍데기 같더라고요.
수많은 조개껍데기 중 하나 일뿐인데 바다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바다는 한 낱 조개껍데기 하나 따위 관심 없을 무인데 지금 뭐 하는 건가.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왜 이렇게 못쓸까. 어휘가 왜 늘 그 모양일까. 문장이 왜 이렇게 매끄럽지 못할까. 브런치 북 만들어 보는 거 목표였는데 주제도 못 잡았네. 여태 뭘 안다고 썼을까. 민망하고 이게 무슨 글이야.' 부끄러워진달까요.
속으로 '너 또 시작이니. 제발 그만 좀 해. 생각이 많은 거 보니 밖으로 나가던지 몸을 혹사시켜야겠구나.' 싶은데 이렇게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신나서 작가지원 할 때가 아련하면서 그때의 나는 몇 번을 떨어져도 이 조차도 과정이지 후훗 했던 거 같은데 이제야 현실에 발을 디뎠는지 쓰면서도 마음에 안 들고 더욱 조심스럽고 그렇네요.
아이와 같은 반에 자가출판으로 책을 낸 친구가 있어요. 너무 신기하고 대체 그 아이는 어떤 아이길래 벌써 책을 냈을까 싶고 부모님이 작가이신건가 궁금증이 가득했는데 한 권 받아왔더라고요.
3월에 출간했으니 쓰긴 작년에 썼을 테고 그럼 아홉 살 아이가 고전을 읽고 글을 썼단 말인데 충격이라는 단어 이상으로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아이가 정말 있구나.
글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지 고전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우리 아이는 저리도 학습만화에 빠져있나.
고전 읽어야지 싶어 코스모스를 꺼내 들었다가 숙면을 취해 버렸고 오디오북으로 노인과 바다를 듣다가 또 숙면을 취했는데 이거 어쩌죠.
저도 아이도 고전을 안 읽어서 글도 안 써지고 써도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싶네요.
쓰면서도 뭐라고 쓰는 건지 발행은 해도 될지 (이미 발행했지만요.) 솔직한 심정은 안 쓰고 숨어서 읽기만 하고 싶은데 그럼 안되니까 이렇게 저렇게 쓰고는 있는데 글한테 작가님들한테 미안하네요.
이런 감정을 다 느껴보니 감사한 일인 건가요.
이건 뭐 하루 걸러 하루 이러니 이거 참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다시금 루틴을 잡아야 할 때 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