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입장권 응모 할 때만도 꼭 가야지 해놓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직도 내 머리를 믿고 있었던 건지. 목요일 단톡방에 올라온 도서전 사진을 보고 금요일 아이 하교 후 바로 코엑스로 향했다. 주말에 가서 하루종일 있다 오고 싶다는 바람이 가득했지만 일정이 있어서 (브루노 마스와 BTS의 일정이었을 뿐) 하루 앞당겼다.
평일 오후라 조금 덜할까 싶었지만 발 디딜 틈 없다는 말 (구닥다리 표현 죄송합니다.) 이 딱 맞을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과 작가와 어우러져 있었다. 그 속에 아이와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꽤나 교육적인 느낌을 준 것 같아 살짝 뿌듯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읽는구나. 저기는 작가님이 인터뷰 중이신가 봐."
"엄마, 우리 집에 있는 책들 정말 많다. 근데 엄마 나 이거 사고 싶어. 어, 나 이것도 사줘. 엄마 이것도 사주면 좋겠는데."
사고 싶은 것이 참 많았던 도서전 이었는데 아이가 사달라고 했던 것은 만들기 키트들과 어여쁜 굿즈들이었을 뿐 책은 아니었다.
도서전에 가서 책 대신 굿즈 사는 사람도 여기 있습니다.
아니 굿즈를 위해서 책을 사기도 했지요.
무슨 책이든 네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마음껏 고르라고 했지만 부스에 놓인 과자와 사탕 먹는 재미와 더불어 뽑기 하는 재미에 신이 났을 뿐 아이는 엄마의 바람과 다르게 커가고 있습니다.
도서전이고 나발이고 코엑스 안에 예쁘지만 비싼 물건들에 정신이 팔렸던 아이였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에 앉아서 아이스크림만 먹었고요.
책육아를 이렇게 하는 집도 있습니다.
어디 가서 책육아 한다고는 못하겠네요.
욕심 많은 엄마는 열이 나는 줄도 모르고 아이를 데리고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그 욕심에 찬물을 끼얹은 아이 덕분에 다시 한번 될놈될을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최고였지 싶네요.
그렇지만 엄마욕심이 어디 쉬이 가라앉나요. 혹시 내년에 또 한다면 학교도 빠지고 다녀올 겁니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