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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그녀 Jul 18. 2023

명월관 가보셨어요?

나만 몰랐던 세상

생애 처음 명월관에 다녀왔습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몰라 설레었어요.

세상에 공짜 없는 법인데 이렇게 비싼 식사를 대접받아도 되는 건가 싶어 살짝 부담되긴 했지만요.

오픈시간에 맞춰 갔으면 좋았겠지만 어려운 자리라 일찍 도착했는데 기다랄만한 장소가 없더라고요. 

한 시간을 하염없이 서있을 수 없어 본관 커피숍에 갔습니다. 

앉을자리가 없더군요. 주말 아침이었는데요. 가까스로 의자를 빌려 앉아 커피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는데 에스프레소가 한잔에 16,000원 이더라고요. 이 상황이 저만 당황스러운 건가요. 


일행이 에스프레소는 너무 쓰지 않겠냐 셨는데 이 상황이 너무 써서 에스프레소의 쓴맛은 느낄 수 없겠더라고요. 가장 쌀 거라 생각해서 선택한 메뉴의 가격이 저한테는 너무 낯설었습니다. 그냥 물이나 한잔 마실수는 없는 걸까. 대체 이 돈 주고 커피를 왜 마셔야 되는 걸까.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유튜브에 나오는 월천대사들이 이렇게나 많은 거였나. 우리나라 부자들은 죄다 여기 모여있는 건가. 

이 돈이면 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마실 수 있겠는데 에스프레소 몇 모금에 이 돈을 내야 한다면 자리라도 편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기는 대체 무슨 세상인 걸까. 나만 모르는 세상인 건가.


명월관에 간다고 들떴던 마음이 싹 사라지면서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오더라고요. '부자가 이렇게나 많은가, 아니지, 호텔에서 커피 마시면 뭐 다 부자인가 싶다가 그럼 부자지' 싶었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그분들을 평가하겠냐마는 낭비라고 느껴진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커피맛도 분위기도 몰라서 그랬을지도요. 


더욱 놀란 건 명월관도 만석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식사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흔한 일인건지 거기 있던 수많은 분들이 전부다 중요한 기념일이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룰루랄라의 마음은 싹 사라지고 경기가 어려운 건 다른 나라 이야기인 건가 나만 냉장고 파먹기를 하다가 우연히 얻어걸린 맛있는 음식에 행복을 느끼는 건가 싶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 같은 곳에서의 식사였는데 생각이 많았습니다. 


살면서 또 갈 일 있을까 싶어 자랑하고 싶었어요.  명월관 가보셨냐고 고기가 살살 녹는데 밑반찬까지 끝내준다니까요. 얼마나 맛있게요. 하면서 40대 아줌마의 허례허식을 가감 없이 보일 생각이었는데 식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현타가 와서 고기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는 다음날까지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자리였는데 주책은 혼자 다 부렸네요.


예상하신 대로 친절했고 맛있었고 이래서 호텔 오는 건가 싶긴 했습니다만 저에게는 눈물 나는 가격이라 누군가 사준다 해도 조심스러울 거 같습니다.

'아유, 이 돈이면 우리 식구 열 번은 먹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양한 경험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한다는데 맛있는 식사자리 만들어 주신 귀인들께 감사합니다만 저는 그저 정육식당에서 더 편하게 더 자주 먹는 게 최고인 사람이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에 만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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