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로젝트 단군', 영화 '플랜75'가 전하는 메시지
"인간의 가치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처럼 처리될 수 있는 것인가?"
어제의 청춘은 오늘의 노을이 되고, 오늘의 무관심은 내일의 절벽이 된다. 우리가 매일 아침 마주하는 거울 속에는 한 남녀가 서 있다. 아직은 팽팽한 피부를 가졌을지도, 혹은 조금씩 깊어지는 주름을 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울은 잔인한 예언자이다. 오늘 우리가 배척하는 '늙음'이라는 풍경은, 결국 우리가 반드시 도착하게 될 종착역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연극 <프로젝트 단군>과 <플랜 75>는 우리 사회가 고령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 칼날로 변하고 있는지를 은유와 상징으로 고발한다.
연극 <프로젝트 단군> : 마늘과 쑥으로 가려진 현대판 고려장
2026년 4월의 연극 <프로젝트 단군>은 우리 신화 속 '단군 신화'를 기괴하게 비틀어 더욱 섬뜩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때는 2064년, 대한민국은 중위 연령이 62.1세에 달하고 국가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한 초고령 사회이다. 정부는 2061년부터 80세 이상의 노령 인구를 정리하기 위해 '프로젝트 단군'을 실시한다. 홍보 문구는 이토록 달콤하다.
"100일간 자연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면 신체 능력이 37%까지 회복된다."
마치 곰이 사람이 되었듯, 노인이 다시 청춘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 실체는 입소자는 있으되 퇴소자는 없는, '현대판 고려장'이다. 연극은 인간 변호사 B가 프로젝트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동굴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사회가 노인을 지워버리는 무덤'으로 은유한다.
신화 속에서 사람이 되기 위한 인내의 장소였던 동굴이 이제는 사회의 경제적 파산을 막기 위해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제단이 된 것이다.
영화 <플랜 75> : 10만 엔에 팔려가는 황혼의 존엄
먼저 일본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영화 <플랜 75>의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의 일본. 국가는 '생산성'이라는 차가운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75세 이상의 국민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허울 좋은 선물을 건넨다. 신청자에게는 고작 10만 엔(약 90~98만 원)의 위로금과 15분의 상담, 그리고 장례 서비스 제공이 전부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미치'의 삶은 마치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과 같다. 평생 성실히 호텔을 청소해 온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나이'라는 이유로 가해진 해고와 사회적 고립이다.
영화는 '죽음을 권하는 사회'라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통해, 인간을 인격체가 아닌 '비용'과 '짐'으로 취급하는 기계적인 시선을 벚꽃처럼 아름답지만 시리게 그려낸다.
75세는 인생의 황혼을 즐기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는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다.
거울을 깨뜨리지 말고, 함께 들여다보라
이 두 작품이 주는 공포의 본질은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이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현실은 이미 우리 곁에 <프로젝트 단군>, <플랜 75>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방증한다.
영화 속 한 시민은 일갈하며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비용 문제로 접근하면, 장애인은 설 자리가 없다. 75세 이상 노인들이 다 죽는다고 해서 과연 젊은이들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 돈만 남은 사회는 젊은이에게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고령자와 젊은이는 한 나무의 뿌리와 잎과 같다. 뿌리가 썩으면 잎은 돋아날 곳이 없고, 잎이 없으면 뿌리는 영양을 얻지 못한다. 나이는 '자격'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였으며,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선배, 그리고 '고령자'가 된다.
청춘은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햇살일 뿐입니다.
공존의 무대를 위하여
이제 우리는 '프로젝트 단군'의 차가운 동굴에서 나와야 한다. 노인을 사회의 부채가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이자 지혜의 보고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절실하다. 경제적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인간의 생명을 재단하는 사회는, 결국 그 잣대에 자신마저 베이게 될 것이다.
연극 <프로젝트 단군>의 막이 내릴 때, 혹은 영화 <플랜 75>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공포 섞인 자각'이어야 한다. 약자에 대한 관용이 사라진 사회에서 당신 또한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
사회라는 커다란 연극 무대 위에서 노인과 청년은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파트너여야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이 섬뜩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본이다.
서로의 주름을 보듬는 손길이야말로, 우리를 동굴에서 구원해 줄 진정한 쑥과 마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