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친구가 "2년 안에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by lukas

개발자 친구가 "2년 안에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 대부분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있다.


AI가 발전하면서 일하기는 확실히 편해졌지만, 동시에 기술적 moat이 많이 사라졌다고.아니 사라져가고 있다고. 본인이 아니어도 대체 가능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으니, 짧으면 2년, 길어도 5년 안에 직장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건 개발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디자이너는 AI에게 시안을 시키고 결과물을 고르고 있다. 기획자는 AI에게 리서치를 시키고 문서만 다듬고 있고, 마케터는 AI에게 카피를 시키고 톤만 조절하고 있다.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골라내는 거다.

그런데 고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지식 노동이라고 불리던 영역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대체 가능해지고 있다.


나도 크게 다른 생각은 아니었다.

GPT-4 나왔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꼈고,


그리고 �에서 본 이야기.

"대표님이 AI에게 물어보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게 과연 위기로만 볼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사람들의 의사결정 구조가 회의를 통한 결정보다 감에 의한 결정보다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서 설명해주는 GPT를 통한 의사결정이 더 신뢰가 된다는 의미가 되어 가고 있다.


� 생산성은 올랐는데, 성과는 제자리

2022년 11월 30일, OpenAI가 ChatGPT를 공개했다.

5일 만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가 되었다.


AI 기술 자체는 그 전부터 존재했지만, ChatGPT가 특별했던 건 AI가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은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다들 이렇게 기대했을 거다.

"AI 쓰면 개인 생산성이 10배는 뛸 테니, 기업 가치도 당연히 오르겠지?"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개인의 생산성은 분명 올라갔는데, 정작 기업 전체의 성과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와 유사한 일이 역사에도 있었다.


1890년, 수많은 공장이 증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동력을 바꿨다.

그런데 생산성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동력만 전기로 바뀌었을 뿐, 공장이 돌아가는 구조 자체는 여전히 증기기관 시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 공장은 거대한 중앙 엔진 하나에 모든 기계를 벨트로 길게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이 낡은 뼈대는 그대로 둔 채 중앙 엔진만 전기 모터로 교체했으니, 효율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진짜 변화는 30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기계마다 개별 모터를 장착하고, 작업 흐름에 맞춰 레이아웃을 재배치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고, 인간과 기계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공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전기의 생산성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지금 우리의 시대로 급변하는 시대까지 왔다.


지금 AI를 적용하고 있는 지금 굉장히 유사한 딱 그 상태다.


기획자는 ChatGPT로 아이디어를 다듬고, 디자이너는 AI로 레퍼런스를 정리하고, 개발자는 코딩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근데 개인이 1시간 만에 끝낸 일을, 팀과 부서를 거쳐 승인받는 데 다시 일주일이 걸린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결재 프로세스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부서 간에 벽이 쳐져 있는 조직 구조, 사람의 직관과 전사적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의사결정 시스템 등등.


마치 전기 모터만 덜렁 바꾸고 공장 구조는 증기기관 시대 그대로인 모습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다.


즉, 개인의 생산성은 빨라졌는데 조직의 생산성은 그대로 라는 것이다.

AI로 높아진 생산성이 조직의 낡은 구조 속에서 증발하는 시간이 많다.


� 일자리는 사라지고, 1인 창업자의 시대가 열린다


젠슨황의 이야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 머스크의 말에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점점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AI로 기존 인력의 퍼포먼스가 충분히 나오니까,

굳이 신규 채용의 문을 열 이유가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서 희망퇴직과 인원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건 새로운 일자리가 태어난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슬로모는 혼자서 AI 코딩 플랫폼 Base44를 만들었다.

공동 창업자 없이, 투자 없이, 팀 없이, 출시 6개월 만에 25만 명이 쓰기 시작했고,

월 수익 18만 9천 달러를 찍었다. 그리고 Wix가 8천만 달러(약 1,100억 원)에 인수했다.


Danny Postma는 AI 프로필 사진 서비스 HeadshotPro를 혼자 만들어서 1년 만에 연매출 100만 달러를 넘겼다.


이건 특별한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기준, 미국 신규 스타트업의 36.3%가 1인 창업이고,

성공적인 엑싯의 52.3%가 1인 창업자에 의해 이뤄졌다.


엔트로픽 다리오는 "2026년에 직원 1명으로 10억 달러 기업이 나올 확률이 70~80%"라고 했다.


시대가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예전에는 팀이 있어야 만들 수 있었다.

팀에 투자하는 투자사가 자금이 있어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도 제품을 만들고, 유저를 모으고, 매각까지 할 수 있다.


직장의 자리가 없어지는 병목화가 진행되는 상황에 AI로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확실한 보험인 것 처럼 보인다.


�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는 시대

바로 그 AI 때문에, 이제는 누구나 슈퍼맨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


이제 AI가 답만 해주는 게 아니라, 내 컴퓨터의 일부 권한을 가지고 일을 대신 해주는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로컬 AI 등으로 불리는 오픈클로, 퍼블렉시티 컴퓨터 등.


얼마나 똑똑하냐보다,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 어디까지 자동화해도 되는지, 어디서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 이 구조를 만들고 그로 인한 판단 기준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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