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멍청이들이나 쓰는 거라면, 나는 멍청이입니다

개발 노동자들이나 쓰는 거잖아라고 한 그 어머니에게..

by lukas

며칠 전 선정릉 카페에서 일하다가 옆 테이블 대화를 들었다.
40대 초반쯤 된 엄마들이었다.


대화를 엿듣고 싶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우렁차서 다 들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 한 분의 말이 귀에 박혔다.


"AI는 멍청이들이나 쓰는 거야."
"우리 애들은 그런 거 절대로 못 쓰게 할 거야."
"누가 쓰냐고. 개발하는 노동자들이나 쓰는 거지."
"맞아요, AI 쓰면 애들 머리 안 좋아진데요."


화가 났다. 내가 순식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안쓰러웠다.
그분들의 아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그날 내 터미널에선 그 '노동자들'이 쓴다는 AI가 인간의 1일 치 작업을 1시간 만에 끝내고 있었다.


카파시가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AI Psychosis.

그는 X에 썼다. "내 타임라인을 보면 AI 능력에 대한 인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두 그룹이 있다."


첫 번째 그룹. 작년에 무료 ChatGPT 한 번 써봤거나, 인스타 릴스에서 AI가 세차장 질문에 헛소리하는 영상 보고 웃은 사람들. 그들한테 AI는 신기하지만 뭔가 부족한 장난감이다. 틀린 판단이 아니다. 그들이 본 AI로는 실제로 그게 맞다.


두 번째 그룹. 월 $200 내고 OpenAI Codex나 Claude Code를 직업으로 쓰는 개발자, 연구자들. 이 사람들은 터미널 하나 열어주면 AI가 며칠짜리 작업을 1시간 만에 녹이는 걸 매일 본다. 보안 취약점을 찾아서 실제로 뚫는 것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카파시는 이 두 번째 그룹이 "AI Psychosis"를 겪는다고 했다. 능력의 가파름이 주는 충격 때문에.

두 그룹은 서로 다른 AI를 보면서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서, 둘은 대화가 안 된다고..


왜 이런 격차가 생길까?


코딩과 수학에는 유닛 테스트가 있다. 통과하면 맞고, 실패하면 틀린, AI를 훈련시킬 때 피드백을 숫자로 줄 수 있다. 강화학습에서 가장 잘 먹히는 조건인데. 이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한다.


글쓰기나 일반 조언은? "잘 썼는지"를 수치로 판단하기 어렵다.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드백 신호가 모호하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글이고 좋은 조언인데 또 누군가에게는 나쁜 글이고 나쁜 조언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돈의 논리가 붙게 된다면? 개발자 한 명 연봉이 얼마인데, AI가 그 작업을 대신한다? 월 $300로비교가 될까? 즉, 비즈니스에서 코딩 에이전트의 가치는 인간보다 압도적이게 될 것이다. AI 회사들이 팀을 거기에 몰아넣는 게 당연하다. 글쓰기 개선과 조언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지금 AI가 가장 극적으로 발전한 영역이, 일반인이 쓸 일이 가장 없는 영역이 되었다.

얼리어답터, 개발자? 음.. 그냥 쉽게 Web에서 활동하는 자들의 영역이라고 하고 싶다.


지금 굉장히 비슷한 일이 과거에 있었다.


1990년대 초 한국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PC를 단순 빠른 타자기로 썼다. 워드프로세서. 신기하지만 타자기보다 조금 나은 물건.


동시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스프레드시트로 사업 모델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회계사들, 직접 소프트웨어를 짜는 개발자들. 메일을 만들려고 한 창업자들..같은 기계이지만 활용은 완전히 달랐다.


그 이후 두 그룹의 차이는?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를 묻게 된다.

W를 찾아서에서 등장하는 박상철님의 친구처럼..

그런데 카파시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현상을 묘사했다.


그런데 나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다.

지금 어느 세계에서 이 기술을 경험하고 있느냐가 향후 몇 년의 격차를 결정한다. AI 파워 유저와 일반 유저의 생산성 차이는 이미 6~17배가 되었다. 이게 더 벌어지고 있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AI vs 인간의 구도가 아니라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도라는 것이다.

그 대결에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유기물이 될 것이다 라는 것을 어디선가 보았다.



이 격차는 카페 옆 테이블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AI는 아직 못 믿겠다"고 하면서 수백 수천만 원을 외주 개발사에 돈을 주고 쓰는데 그 외주개발사는 AI로 개발을 하고 계약을 수주하고 있다는 현실이다..(이건 지방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세상의 발전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 자신의 돈이 눈먼 돈이 되고 있다는 걸 모르게 된다는 것을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AI를 경험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월 $30 ~ $200이다. Claude Code든, OpenAI Codex든. 그걸 내고 터미널 앞에 앉아서 며칠짜리 작업을 직접 해봐야 한다. 설명은 그 다음이다.


무료 모델로 가끔 검색하는 것과, 터미널에서 매일 에이전트를 돌리는 것은 같은 기술의 다른 버전이 아니다. 아예 다른 기술이다.


그 엄마들이 다시 생각나는 밤이다.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솔직히 1년뒤에 같은 카페에서 만나보고싶다.

결과가 어떻게 될까? 내가 틀렸을가? 그 어머니가 틀렸을까?


PC가 처음 보급될 때도 그랬다. 그거 왜 쓰냐고....대포처럼 거대한 휴대폰이 나왔을때도 그랬다. 삐삐가 있는데 그걸 왜 쓰냐고

아이폰이 등장했을때도 그랬다. 픽쳐폰이 있는데 그걸 왜 쓰냐고

클로드를 열고 뭔가를 만드는 사람 옆에서 누군가는 물을 것 이다. "그거 왜 쓰냐?"


당신은 지금 타자기만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안에 소프트웨어를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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