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닌, AI가 디자이너를 한다

디자이너 직군도 위험하다. 시간 문제다.

by lukas

신입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와이어프레임 잡기. 랜딩페이지 시안 3개 만들기. 버튼 위치 바꾸기. 배너 사이즈 6종 리사이즈. 개발팀에 핸드오프 파일 넘기기.


이게 지금 Claude code 사용자들이 Design을 하면 서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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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랜딩페이지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버튼을 더 눈에 띄게 바꿔줘"라고 하면 바뀐다. 슬라이드, 원페이지 자료, UI 시안. 대화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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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서 이제는 건축 디자인 툴도 만들었다.

스케치업? 라이노? 필요없게 될 것이다.

이제 기존의 도구를 쓰는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사라지는 건 그 역할을 막 시작한 사람들이다.


어도비는 피그마를 사려다 10억 달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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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피그마가 공개됐다. 어도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공식 기록은 없다. 6년이 지나 어도비의 태도가 숫자로 나왔다.

2022년 9월, 어도비는 피그마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다.

1년 3개월 뒤 EU와 영국 규제 당국이 막았다. 계약 파기 위약금으로 10억 달러를 피그마에 그냥 줬다. 인수도 못 하고 1조 4천억 원을 날린 거다. 그 돈을 쓰면서까지 사려 했다는 게, 어도비가 피그마를 얼마나 위협적으로 봤는지를 말해준다.

이제 둘 다 다른 위협을 받고 있다.


피그마는 협업 도구다 — 그 협업이 사라지면?

피그마가 기업에서 팔리는 이유가 뭔지 이해해야 한다. 예쁜 UI 도구라서가 아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가 같은 화면을 보며 일하는 공통 언어이기 때문이다. 핸드오프,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디자인 시스템. 이 생태계 전체가 하나의 워크플로우 위에 서 있다. "디자이너가 피그마에서 명세를 만들고, 개발자가 구현한다." 이 두 단계가 수십 년간 IT 업계의 기본 흐름이었다.


그런데 Claude Design은 그 워크플로우 자체를 건너뛰게 해버렸다. 두 단계가 한 대화로 압축된다. 도구가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 도구를 사이에 두고 돈을 받던 사람의 자리가 좁아지는 거다.

다만 이게 기업급 디자인 시스템에서도 통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결국 시간문제다. Claude Design은 현재 Research Preview 단계이니.


누가 제일 먼저 위험해지냐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주니어 디자이너. 입사 1~3년차가 주로 하는 일이 뭔지 솔직하게 보면 된다. 시안 초안 잡기, 배너 작업, 간단한 UI 수정, 핸드오프 파일 정리. Claude Design이 지금 커버하는 영역이 정확히 여기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 디자이너를 뽑을 이유가 서서히 줄어든다. 채용이 막히면 커리어 초입 자체가 사라진다.


둘째, 프리랜서 디자이너. 제일 빠르게 타격받는다. 랜딩페이지 하나에 50만 원 받던 시장이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Claude로 직접 만들면 그 시장이 사라진다. 단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간 대비 비용으로 따지면 AI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셋째, 중소 스튜디오 디자이너. 인하우스 대기업이 아니라 외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작은 스튜디오들. 클라이언트들이 초안은 Claude로 뽑고 "이걸 다듬어달라"는 방식으로 바뀌면 단가가 내려간다. 일은 늘고 돈은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자연어로 UI 만드는 도구는 이미 있었다.그런데 사용해보면 다르다.

앤트로픽이 지난 2년 동안 뭘 했는지 보면 패턴이 보인다.


Claude Code — 코드 작성 워크플로우 흡수

Computer Use — 컴퓨터 조작 워크플로우 흡수

Cowork — 에이전트 협업 워크플로우 흡수

Claude Design — 디자인 워크플로우 흡수


기능을 추가하는 게 아니다. 직군이 하던 일을 워크플로우 단위로 집어삼키는 패턴이다. 그리고 이게 Claude라는 하나의 대화창 안에 계속 쌓이고 있다. v0나 Lovable은 디자인 특화 도구다. Claude는 디자인을 코딩·검색·분석과 이어서 한 번에 처리한다. 이 통합이 다른 이유다.


그리고 이번 출시는 Opus 4.7로 구동된다. 고해상도 비전을 정식 지원한다. 최대 2,576px, 약 3.75MP. 이전 모델보다 3배 이상 높다. 이미지를 읽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양방향이 열렸다.


피그마와 어도비는 당장 안 죽는다

냉정하게 봐야하는데, 피그마의 2025년 매출은 약 10억 5천만 달러, 전년 대비 41% 성장이다. 2026년 가이던스도 약 3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정교한 디자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형 기업 고객과의 계약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Claude Design이 지금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충분히 좋은 수준"이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긍정적 기대와 "아직 초기"라는 회의론이 공존하는 상태다.

도구가 사라지는 건 아직 아니다. 근데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일자리 파이프라인은 바뀌고 있다.


그러면 시니어 디자이너는 뭘 해야 하냐

살아남는 영역은 있다. 단, 지금 당장 명확하게 옮겨가야 한다.


Claude가 아직 못 하는 것들이다. 사용자 리서치. 비즈니스 전략과 연결된 UX 방향 설정.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뉘앙스. 이해관계자 설득. 팀 내 디자인 원칙 구축. 이건 대화창에서 나오지 않는다.


결국 "화면을 만드는 사람"에서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올라가야 한다. 실무 실행은 AI에 넘기고, 판단과 방향을 가져가는 쪽이다.


이게 쉬운가? 아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화면 만드는 사람"으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게 몸에 박혀 있다. 그걸 바꾸는 게 진짜 과제다.


어도비는 피그마가 나왔을 때 대수롭지 않게 봤을 가능성이 높다. 6년 뒤 200억 달러를 주고 사려 했고, 10억 달러를 날렸다. 징조는 항상 천천히 쌓인다. 그리고 갑자기 터진다.


Claude Design이 출시된 날 피그마 주가는 7% 빠졌다. 시장은 이미 읽고 있다.

디자인 도구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AI가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다.

AI가 디자이너를 하는 거다.


그리고 그 범위는, 오늘부터 서서히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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