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니
이슬이 비쳤다.
이슬이란 자궁구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점액 상태 분비물, 자궁 입구에 있던 것들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보통 이슬이 나타난 뒤 진통이 시작되지만 곧 오는 경우도, 초산부의 경우 진통 오기까지 2-3일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며칠 전 내진했을 때만 해도 자궁구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고 하셔서 예정일까지 안심해도 되려나 싶었다. 허리가 아파서 많이 걷지 못해 짐볼 위에 앉아 통통통, 스르륵 움직임을 주다가 화장실에 갔는지 앗, 이슬인가 싶은 게 보인 것.
“여보야,,! “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남편한테 말했더니 곧바로 휴대폰을 끄고 몸을 일으킨다.
“아프진 않나? “
물으며 내 배를 쓸어내리는 남편도 약간의 긴장이 어렸다.
“응, 다른 느낌은 전혀 없어. 이슬인 것 같긴 한데 겪어본 적이 없으니 정확히도 잘 모르겠고, 사실. 그래도 갑자기 떨린다. “
꾸려둔 출산 가방을 다시 한번 점검,
아기띠와 카시트, 아기 이불 등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세탁 안 해놨던 것들 모조리 꺼내 세탁을 끝냈다.
얼추 준비해 둘 것들은 다 됐다 싶으니 긴장이 좀 풀렸던지 바람을 좀 쐬어야 할 것 같다. 단 것도 필요하고.
평소 같으면 남편이랑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는 일은 드물다. 친구들이나 만나야 달달한 디저트 먹는 ‘재미’가 있지, 이에 대한 감흥이 크게 없는 남편은 케이크도 식사처럼 뚝딱. 그런데 여유 있게 앉아서 케이크 한 조각 먹을 수 있는 날이 정말 하루이틀이라는 생각에, 오늘은 케이크가 비싸도 남편이 무심하게 푹푹 퍼먹어도 예쁘고 달콤한 케이크를 꼭 시켜야겠다. 가보고 싶었던 수제 초콜릿 전문점에서 진한 브라우니 케이크와 핫초콜릿까지 주문해 달콤 쌉싸름을 마음껏 즐겨본다.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꼼짝없이 금식해야 하는데 공복으로 있으면 안 된다는 논리와 함께.
달콤 쌉싸름. 달콤 쌉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