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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들여다보기

02 구름달팽이 글쓰기

by 향기나

아침에 눈을 떠 모닝페이지를 위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집중해 본다.

한참을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했지만 지금 떠오르는 특별한 감정이 별로 없다. 아니 하루 종일 생각을 붙들고 있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시목작가님은 내 감정 들여다보기, 꺼내보기를 첫 수업의 주제로 잡으셨다.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본인에게 지속적인 질문을 통해 감정을 알아차려보라 신다.

나는 내게 질문해 보았다. '너는 왜 지금의 네 감정을 못 느껴? '


몇십 년을 감정노동자로 살아온 나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지 않게 살아왔다.

직업상 나는 늘 포커페이스로 살아야 했다. 무덤덤, 무표정이라기보다는 웃음으로 포장된 과장된 명랑함이 필요했다.

원래 눈웃음치는 인상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다.


아이들과 학부모와 선생님들 앞에서는 늘 밝은 표정을 지어야 했고 나의 슬픔이나 고통 따위로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내 안의 소용돌이치는 울화로 화를 내거나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단번에 믿어버리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철칙이었다.


관리자인 내가 내 안의 분노를 참지 못해 퉁명스럽게 말하거나 쌀쌀맞은 표정으로 대한다면 권위와 존경심은 사라지고 선생님들은 금방 갑질한다고 몰아칠 것이다. 이런 상상하기 힘든 뒤탈로 인해서인지 내 감정은 늘 뒷주머니에서 존재감 없이 쭈그러져 있었다.

힘든 상황이 생겨도 내 얼굴에는 감정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게 되었다.

슬픈 일도 별로 없고 짜증 날 일도 대충 좋은 생각으로 얼버무려 강도를 줄이고, 아주 기쁜 일도 적당히 기뻐하다 말았다.


법륜스님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폭발시키는 것 모두 좋지 않으며,

“참지도 말고, 터뜨리지도 마라. 다만 알아차려라”라고 말씀하신다.

“감정을 드러내면 상대가 불편해지고 갈등이 생기니,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억누르는 것이 수행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나는 내 감정을 무시하고 산 것 같은데 감정을 억누르고 산건 아닐까? 꼬깃꼬깃 접힌 감정을 조심히 꺼내 들여다보며 '알아차림' 해볼까?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글쓰기를 위해 꼭 필요한 연습이란다. 하지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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