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루미썬 Jan 10. 2020

그 결혼 반대합니다


친한 친구 두 명이 갑자기 결혼한다. 분명 최근까지 연애하는 걸 본 적이 없어 놀라니 순식간에 그렇게 되었단다. 작년에도 친한 친구 두 명이 같은 동호회에서 남자친구를 만나서 8개월 만에 갔는데 이번엔 한 달 만나고 6개월 후에 결혼한다고 하니 말이 안 나왔다. 너무 놀라 축하보다는 그렇게까지 급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 묻는 내 모습이 미안했다. 나이가 있는지라 결혼 사실이 놀랍지는 않다. 다만, 결혼이 급한 건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햇갈릴 뿐이다.



남자친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서른이 넘으면 꼭 결혼하고 싶었다. 내 편이 늘어나니 든든하게 안정감이 생길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렸다. 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전보다 엄마와 다툼이 잦아질 땐 독립하고 싶은 마음을 결혼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도 결혼을 준비했다. 건강을 잃고 명예를 잃었던 그해에 나를 지극히 보살피며 마음 써준 사람과 말이다.


내가 2019년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내게 왜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생기는 건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여자로서 가졌던 결혼에 대한 로망도 무너졌다. 무엇보다 결혼은 두 사람의 힘을 모으는 시작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나와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을 때 그동안의 신뢰가 거품이 되니 내게 남는 건 슬픔뿐이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언제 생각해도 내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이다.


적령기가 되었으니 결혼할 사람을 찾고 결혼을 준비하면서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잘 살면 문제없지만, 서로를 알아갈 시간도 없이 만나 미처 몰랐던 불만이 쌓이고 터지면 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하니 안타깝다.


나도 주변의 간섭과 시선이 싫어서 적당한 때에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후의 삶도 그들이 책임져 주는 게 아니므로 무조건적인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고 내 마음부터 살피면 좋겠다. 결혼은 나와 상대방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때, 상대의 허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나 자신을 믿으며 하는 것이다.



친구가 결혼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하니, 남자친구의 사진도 한 번 보지 않으셨으면서 아버지 퇴직 전에 빨리 하라고 하셨단다. 친구는 엄마의 말에 너무 서운했다고 씁쓸하게 고백했다.


지난날 내가 결혼을 고민할 때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엄마는 나 결혼 안 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지?"

그랬더니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하셨다.


본인들의 속도 타들어 갔을 텐데 나를 먼저 생각해주신 우리 부모님께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으니 참 설렌다!! 그게 효도인 듯!


상견례보다 우리에게 예비 신랑을 보여주는 게 더 떨린다는 친구에게 이제는 축하할 수 있겠지?

친구야, 나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진_ Photo by Siora Photography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하나뿐인 매실의 효능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