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의 관점에서 읽은 "좋은기분 by.녹싸"
최근 같이 북클럽을 했던 멤버들이 녹싸가 운영하는 젤라또 가게에 가보자고 하여 저는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녹싸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허허허 책이 되게 유명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녹싸의 “좋은 기분”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책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녹싸라는 젤라또가게 사장님이 직원을 뽑기 위해 쓴 글이 합쳐져 책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공감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데이터 분석가가 가져야 할 마인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점들도 있었고 인생을 살아갈 때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도있어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에 있는 인용구는 모두 책에서 발췌한 글로 저작권은 모두 녹싸의 “좋은 기분”에 있습니다.
가을이 다가오니 또 겨울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작년 딥상어동님의 블로그에서 본 *‘겨울은 씨앗을 뿌려두는 시기’*라고 적혀있던 부분이 리마인드 되었는데요. 그 당시 겨울이라는 계절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던 시기라 기억에 더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 문장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하고 있어서 가져와보았습니다.
말하자면 겨울은 구상의 시간이고 봄, 여름, 가을은 구현의 시간입니다. 겨울에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제대로 결론 내리지도 못한 채 봄을 맞이하곤 합니다 -녹싸, 좋은기분(북스톤)
저는 사람이 계절마다 주로 사용하는 뇌 부위가 다르고, 이성과 감정을 할애하는 정도도 다르다고 믿습니다. 저만 해도 봄, 여름, 가을에는 누구보다 활동적이지만, 겨울이 되면 눈에 띄게 차분해지면서 사색의 시기를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되면 조금은 울적해지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은근히 부담됩니다. -녹싸, 좋은기분(북스톤)
녹싸님은 겨울에 주로 걷고, 책을 읽고, 목욕하고, 불멍을 하는 등 원시적인 활동들로 한 달을 채우며 한 해의 방향성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겨울에 겨울잠을 자듯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저도 다가오는 겨울에 이렇게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벌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 어떻게 잘 쉴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왔네요) 올해는 어렵겠지만 내년 이맘때쯤 원시적인 생활을 했던 한 달 후기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해보고 싶네요. 저처럼 원시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시려나요…!
사실 해당 책의 대부분은 가게에서 손님을 어떻게 접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엉뚱하다고 여기실 수도 있지만 저는 데이터 분석가도 데이터라는 가게를 판매하는 사장님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함께 일하는 PM, 운영자, 개발자분들이 저희의 고객이고 이분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잘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데이터 가게 사장님의 마음으로 제가 행동으로 옮기면 좋겠다 하는 문장들이 있어 가져와보았습니다.
저는 주문을 받을 때 '알겠습니다' 만큼이나 '좋습니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 Okay 보다 That’s cool or Good 이라는 표현을 써보자
우선 메뉴 제안은 앞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잘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제안은 언제나 프런트의 생각과 손님의 상황이 동시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 내가 다루게 될 데이터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우리 회사 그리고 팀의 목표와 방향성을 생각하며 업무를 proactive하게 해보자
제안하는 개인적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일은 매장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줍니다.
→ 들어온 요청만 처리하기보다 한 단계 더 앞서나가 + 까지 생각해보고 제안해보자. (여유가 없을 때 힘들다는 걸 알지만 이런 사소한 습관이 결국 일잘러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또한 손님의 맥락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 시간이 점심인지 저녁인지, 식사는 언제 어떤 메뉴로 하셨는지, 누구와 함께 오셨는지 등을 유추하거나 여쭈면서 지금 드시기에 가장 적합한 메뉴를 떠올려 봅니다.
→ 누군가의 요청을 잘 해결하고 먼저 제안까지 해주려면 일에 대한 맥락, 즉 배경을 잘 파악하자
메뉴의 특징을 머리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이 먹어보아야합니다.실력도 쌓여야 가능하겠지만, 스쿠핑이 익숙해질 즈음에는 시간과 분자 구조가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디저트를 손끝의 감각으로 어루만지는 일이 하나의 명상으로 여겨지면 좋겠습니다.
→ 일을 하는 과정이 명상하듯 나만의 속도로 숨을 쉬며 타인의 속도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 그렇게 일을 완벽하게 하자. (실수를 줄일 방법)
주문을 받을 때는 입술 사이로 퍼져나가는 언어의 진동을 의식하면서 최대한 정확한 발음과 안정적인 톤, 그리고 적당한 말의 속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말의 속도는 기본적으로 손님과 같거나 약간 느린 편이 좋습니다. 손님이 가진 일상의 속도보다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드리기 위함입니다.
→ 가끔 마음이 너무 급해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을 때도 있었던 것 같고 말을 빨리 했던 적도 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와 미팅을 할 때 해당 문장을 새기며 말해보자
쇼잉showing, 즉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문할 때 오가는 말부터 아이스크림을 퍼내는 동작까지 의식적으로 아름다운 움직임을 추구해야 합니다.
→ 내가 한 업무를 어느 정도 포장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회사는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고 그것을 잘 받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쇼잉이니 부끄럽지만 이걸 해보자
'죄송하지만 어떤 메뉴라고 하셨죠?'처럼 부드럽고 온기가 담긴 말을 건네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내가 실수하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제가 어떤 부분을 놓쳤을까요..?” 라고 말해보자
포장 용기에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도 무작위가 아니라 먹는 순서나 메뉴들의 색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이 담겨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순서로 담기고 무슨 맛부터 먹는 것이 좋은지도 하나의 중요한 경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 데이터나 결과물을 전달할 때 받는 이를 고려하여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결과물만 보고 더 이상의 질문이 나오지 않게 디스크립션과 히스토리를 잘 기록해두기)
이렇게 글로 적는 것과 이것을 내 업무 녹여내는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책에선 몸의 자세가 마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공감하고 바른 자세로 업무를 할 때, 효능감이나 집중력이 더 올라간다고 믿습니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인사는 인간이 가진 매우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인사를 들으면 그 사람의 기분 혹은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듣고 저는 회사 노트북에 해당 문장을 적어두었습니다 마주치게 되는 팀원이나 화상 미팅으로 보게 되는 팀원에게도 저의 좋은 인사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려고 합니다.
날이 좋은 어느 주말 오후 지인분들을 만나 오랜만에 근황도 이야기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덕역에 있던 젤라또 가게 근처에는 경의선 숲길이 있었는데요. 그곳을 거닐며 먹은 젤라또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행복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책 “좋은 기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사람으로 행복해진다.”
실제로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입맛 보았을때 얼굴에 미소가 띠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책에서 보았던 좋은 문장들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같이 먹어서였을까요? 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여러분들도 친한 지인 혹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행복을 맛보러 가보시는 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