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1일차
Day 1
2025년 10월 24일, 미국 애틀랜타 - 멕시코 시티
1. 시차 없는 내가 자랑스러워
밤낮이 바뀌었지만 시차 없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며 아침을 맞았다. 한국 밤 시간에는 비행기에서 자고 도착하니까 미국도 밤 시간이라 21시부터 04시까지 야무지게 또 잤다. 낮잠쟁이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새벽 4시에 일어난 게 약간 애매하긴 했지만 15시간 시차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7시간이나 잔 건 꽤나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입국하기 직전에(!) 멕시코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습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약간 부끄러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눈앞에 다가오는 여행을 준비하는 건 아주 좋은 루틴인 것 같다>< 푹 자고 일어난 뇌가 깔끔하게 일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룻밤 호텔에서 느긋하게 머무르면서 한 달여간의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 않게 1박 스탑오버를 선택한 루나씨 매우 칭찬해~*
멕시코시티 - 과나후아토 가볍게 다녀오기 - 와하카 밤늦게 도착해서 호텔 1박 - 산크리스토발 - 과테말라까지 12시간 버스(!!!) - 과테말라 여행 후에 벨리즈 - 바칼라르 - 플라야델카르멘과 칸쿤으로 *완벽한 루트 완성했다* 으하하하 역시 내 인생 럭키비키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계획은 (당연하게) 꽤 많이 변경되었다. 더불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중남미 여행 기간이 총 5개월인데 멕시코에서만 한 달 있겠다는 생각은 당최 어디서 나온 거였는지ㅋ 결국 첫 나라인 멕시코에 35일이나 머무르게 되었고 이후 다른 국가 여행이 다소 바빠지게 된다ㅠ
2. 미국 호텔의 아침 식사
체크아웃은 여유 있는 편인데 아침 식사가 오전 10시까지라는 사실을 퍼뜩 깨닫고 재빠르게 씻은 후 1층 식당으로 향했다. 리셉션에서 안내해 주길래 당연히 조식이 무료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어쨌든 조식뷔페가 아침 계획이었으니까 돈 내고 먹어봤다. (미국 물가는 매우 비쌌고 조식뷔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구에서 잘 놀다 가는 70가지 방법>의 마지막 챕터를 읽는다. 어린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아침이 따뜻하다.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할 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이들을 생각한다.
책을 읽다가 질문이 나오면 늘 답을 생각해 보는데, 오늘 만난 질문은 “누구의 벗은 모습을 보고 싶은가?” 책에서 생각해 보라고 하는 스무 개가 넘는 질문 중에 이 질문이 맘에 들어왔다. 답은 좀 뻔하지만 “누군가의 벗은 모습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벗은 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정말 엉뚱한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식당 서버는 너-무 친절해서 달걀이 괜찮은지 세 번인가 물어봤고 다른 테이블의 대화를 슬쩍 들어보니 미국은 진짜 달걀, 가짜 달걀 이슈가 있는 듯하다(!) 내가 먹은 달걀은 진짜 달걀이었을까, 가짜 달걀이었을까. 스크램블은 꽤 맛있었는데ㅎ
3. 생애 최초, 배낭이 도착하지 않았다
여행은 아주 오랫동안 루나씨의 도피처이자 가장 큰 취미활동이었고 비행기를 탄 횟수도 셀 수 없이 많다. 저가항공이나 환승 경험도 당연히 많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았는지 단 한 번도 수하물 문제를 겪지 않았었는데... 생애 최초, 배낭이 도착하지 않았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만난 델타항공 직원은 짐이 연결되어 멕시코시티까지 간다고 확언했고 (아니었다) 보딩하기 전에 매니저급 되는 직원과 확인해 본 결과 짐이 아직 애틀랜타 공항에 있다고 해서(!) 함께 보내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안 왔다!!!!! 안 왔어!!!!! 잊지 않겠다, 델타항공@.@
뭐... 덕분에 환승하면서 짐 들고 호스텔 가는 수고를 덜었고 멕시코시티 도착해서도 250페소(약 2만원) 부르는 우버 대신 쿨하게 걸어서 20페소로 메트로 타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행운이다(!)
오는 길에는 멕시코시티 여성분들이 길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대낮에 도착했고, 다른 여행자들도 있었고, 보안 직원들도 여기저기에 근무하고 있어서 공항에서 걸어 나가는 길이 복잡하기는 했지만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겁 없는 개인의 경험이자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스페인어는 대충 알아듣기 대마왕>< 왼쪽, 오른쪽, 여기, 저기, 아래로, 정도만 알아들으면 메트로를 찾을 수 있다ㅎ 메트로에서 만난 젊은 여성분은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도 된다며 왓츠앱 번호까지 알려주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여러모로 첫인상이 좋았던 멕시코시티 1일차. 비록 배낭은 두 밤 자고 난 후 도착했지만ㅠ 캐리온에 세면도구, 잠옷, 여분의 속옷까지 잘 챙긴 여행자는 두렵지 않았다! 하하하.
4. 타코도 다 맛있는 건 아니었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시간. 외식하고 싶지 않아서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가는 길에 작지만 사람들이 잔뜩 줄 서 있는 길거리 타코 가게를 발견했다. 로컬 맛집 지나칠 수 없지. 가격은 2개에 40페소(약 3,200원). 메뉴판에 고기 부위인 듯한 이름들이 잔뜩 쓰여 있었지만 전혀 알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아마 순대 내장 부위 같은 말이었을까. 그러므로 “가장 유명한 걸로 주세요.” “포장할게요.“ 정도의 스페인어로 저녁 메뉴를 받을 수 있었다.
숙소에 와서 열어보니 비주얼도 별로, 살사 맛도 별로, 흐음... 이것이 멕시코 로컬 타코의 맛인가? 루나씨는 제주에서 세계 최고에 버금가는 타코를 먹어본 적이 있단 말이다ㅠ 나중에 알고 보니 타코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고, 가게마다 독특한 방식이 있어서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가격이 너무 싼 거라서 그랬는지 멕시코 여행 35일 동안 먹어 본 타코 중에 가장 맛이 없어서 좀 당황스러운 밤이었다;;
그러고 보니 결국 가장 유명하다는 곱창 타코를 못 먹어봤네... 내가 그렇지 뭐ㅋ 맛있는 곱창 타코는 보통 밤에만 여는 가게가 유명했는데 루나씨는 일찍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았고, 배부르면 간식도 안 먹는 편이라서 모든 기회를 놓쳐버렸다;; 나중에 곱창 타고 먹으러 멕시코 또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