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감정이 아니라 범죄다

스토커 방지법(스토킹처벌법) — 1편 > 왜 필요한가.

by luna Han 윤영

왜 필요한가 — 법이 없던 시대의 참극, 법이 있어도 뚫린 현실


스토킹은 오랫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은 폭력이었다.

집요한 연락, 반복되는 접근, 일상을 따라다니는 시선은 ‘불쾌함’이나 ‘집착’으로 불렸고, 그 감정의 무게는 늘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알게 되었다. 스토킹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예고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예고는, 생각보다 자주 사람의 목숨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스토커 방지법이 왜 필요했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법이 없었을 때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법이 생긴 이후에도, 여전히 막지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 글은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건을 놓고 묻는다. 왜 이 법이 필요했는지,

그리고 왜 여전히 우리는 늦는지를.



법이 필요했던 이유 — 이미 시작된 폭력 앞에서


2021년, 서울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되었다. 가해자는 오랜 시간 스토킹과 위협을 반복해 왔고,

피해자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었다. 손목에는 긴급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보호는 그날, 그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불편한 사실을 남겼다. 스토킹은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분명한 신호라는 것.

그리고 사후 대응 중심의 보호는, 결정적인 순간 앞에서 너무 늦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시간으로 차단되지 않는 보호는 피해자에게 안전이 아니라, 기다림 속의 불안을 남겼다.



일상이 범죄 현장이 되는 순간


2022년, 서울 신당역 지하철 화장실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되었다. 가해자는 직장 동료였고,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해 왔다.

이미 스토킹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피해자의 출근 동선을 파악했고, 가장 평범한 시간과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스토킹이 결코 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직장, 대중교통, 출근길—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이 순식간에 범죄의 무대가 되었다. 스토킹은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침식하는 범죄였다.

이 인식을 공식화하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뚫린 시간들


스토커 방지법은 접근금지, 연락금지,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라는 이름의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법이 생긴 이후에도, 피해자가 무방비로 공격당한 사건들은 이어졌다.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받았던 가해자가, 조치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피해자를 찾아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보호가 끝난 시점이었지만,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종료는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와도 된다는 신호처럼 작동했다.


또 다른 사건들에서는 신고가 있었고, 긴급응급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더 강한 잠정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위험도 평가와 신청, 인용 과정 어딘가에서 보호는 끊겼고, 피해자는 다시 아무런 방패 없이 가해자 앞에 놓였다.

이 사건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법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작동하느냐는 사실이다.



왜 무방비는 반복되는가


판례와 공식 자료들은 몇 가지 공통된 구조를 드러낸다.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고, 초기 조치 이후에도 스토킹이 지속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신고가 다른 사건 유형으로 분류되며 위험도가 과소평가되는 문제도 반복된다.

법리는 재발 우려를 핵심 기준으로 삼지만, 실무에서는 그 우려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확신할 것인가를 두고 계속해서 흔들린다.


그 흔들림 속에서 피해자는 다시 혼자가 된다.



필요했다, 그리고 아직 충분하지 않다


스토커 방지법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이 법이 필요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법이 없었다면, 스토킹은 여전히 사적인 문제로 남았을 것이고, 피해자의 공포는 설명해야 할 감정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이 법은 최소한의 선언이었다. 당신의 불안은 과장이 아니며, 보호받아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말이 남는다.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살릴 수 있었다.”


그 말은 늘 모든 것이 끝난 뒤에만 등장한다.

사람의 숨이 멎고, 삶이 닫힌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법이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되돌아본다.


큰 참극이 벌어진 뒤에야

“그때 구할 수 있었다”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문장은 언제나 과거형이고,

그 후회는 이미 닿을 수 없는 시간 위에 놓인다.


스토커 방지법은

그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죽음 이후의 말이 아니라,

죽음 이전에 개입하겠다는 사회의 약속으로서.


이 법은 완벽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법을 계속 고쳐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문장을 말하게 될 것이다.


큰 참극이 벌어진 뒤에야,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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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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