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진실을 말한 사람이 책임을 떠안는 사회에서

by luna Han 윤영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발사는 결국, 땅속에 대고 외쳤다.
그 자리에 자란 대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그가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대신 전했다.


오늘 우리는, 또다시 그 대나무 숲 앞에 서 있다.
진실을 말한 사람이 법적 책임을 떠안고, 말하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보호받는 사회.
이제, 이 기이한 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진실이 유죄가 되는 사회, SLAPP란?

어떤 고통은 말해야만 회복된다.
하지만 그 말이 ‘불편한 진실’일 경우, 사회는 오히려 그 입을 막는다.

특히 권력과 자본, 지위를 가진 이들이 법을 ‘공격의 수단’으로 삼을 때,
피해자는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 부른다.
이는 공익적 비판이나 내부고발을 위축시키기 위한 소송 전략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반 SLAPP법이 별도로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부족하다.
그로 인해 ‘진실을 말한 사람’이 처벌받고, ‘침묵한 가해자’는 보호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 사실을 말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피해자

� 배우자의 불륜을 가족에게 알린 A씨 → 명예훼손 유죄

A씨는 배우자와 B씨의 외도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B씨 가족에게 알렸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실이어도 ‘사적 영역 침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구조.
피해자는 진실을 전했지만, 법은 피해자의 상처보다 가해자의 ‘명예’를 먼저 보호했다.


� 직장 내 괴롭힘 내부고발자 → 명예훼손 유죄

한 직원은 상사의 폭언과 갑질을 문서로 기록해 동료들과 공유했다.
그 결과, 해당 상사는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공익 목적을 인정하지 않고 고발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 조직 내 문제 제기를 공익보다 개인 명예 침해로 해석한 대표 사례.

� [보완된 설명]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뿐 아니라 사실을 말해도 성립되며, 한국은 유일하게 형사처벌 대상

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 점에서 이미 법 자체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 [2] 공익 폭로도 소송 대상이 되는 사회

� SNS 미투 폭로 작가 → 8천만 원 손해배상 청구

한 작가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SNS에 올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그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8천만 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불기소, 민사 재판에서도 피해자 측이 승소했지만
� 이 과정만으로도 시간과 돈, 심리적 피해는 막대했다.

SLAPP의 본질은 ‘이기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입을 막기 위한 소송’이다.
승패와 무관하게, 소송 그 자체가 위협이 된다.


� ‘배드파더스’ 사건 → 대법원 유죄 확정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한 ‘배드파더스’.
1심은 무죄, 2심은 벌금형, 대법원은 유죄 확정.

공익적 목적이 있었음에도 ‘사적 제재’라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례.
‘공공의 알 권리’보다 ‘개인의 체면’이 우선된 판결이다.


� [3]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당하는 구조

� 연예인 학폭 폭로자들 → 명예훼손 고소 후 불기소

학폭 피해를 폭로한 글 작성자들과 댓글 참여자들이 고소당했다.
수사 결과, ‘허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불기소됐다.

� 사실이어도, 고소가 시작되면 법적 절차 자체가 공포로 다가온다.


� 반복적 사과 요구 → 스토킹·협박 혐의 적용 사례

SNS나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거나 대화를 시도한 행위
결국 스토킹이나 협박 혐의로 수사된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은 처음엔 단순한 감정적 요구로 시작되지만, 법은 그 메시지의 반복성, 상대의 불편감, 비대면성 등을 근거로 가해 행위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표현의 내용보다 빈도와 형식이 더 중요해지는 법 적용은, 때로는 관계의 맥락이나 감정의 복잡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 법의 칼날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이 모든 사례는 피해자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가해자 보호’라는 이름으로 법적 침묵을

강요받는 구조를 보여준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진실을 말한 사람이 고립되고, 침묵한 자만이 보호받는 사회.

이것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다.
법 해석의 실패이자 제도의 부재가 만들어낸 구조적 비극이다.


�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들

더 이상 피해자에게만 용기를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 법·제도 개선

SLAPP에 대한 역제재 규정 신설 (소송 남용 제재)

공익제보자 보호법 확대: 공익 목적의 표현은 면책

명예훼손 판단에 있어 ‘공공성’ 기준 강화


�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

피해자 중심의 보도 가이드라인 정착

온라인 플랫폼 내 2차 가해 방지 시스템 설계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미디어의 책임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반 SLAPP 입법 청원 참여

피해자 연대 서명과 모금

사건 보도에 대한 균형 있는 여론 형성


⏹️ 마무리하며

진실을 말한 이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 역설.
그 책임은 정작 지워야 할 이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불편한 진실이 침묵으로 덮이면, 다음 피해는 더 쉽게 반복된다.

하지만 억눌린 말은 결국 자란다.
언젠가는 대나무 숲처럼 흔들리며, 바람을 타고 세상에 진실을 전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이 더 이상 '책임'이 되지 않는 날.
진실을 말해도 위축되지 않는 사회.
우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인간답게 말할 수 있는 사회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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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안내

이 에세이는 실명으로 연재되는 회복의 기록입니다.
� Luna Han 윤영의 연재 일정

《이혼해도 괜찮아》 :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말 한마디 못한 채 끝난 결혼,
이제는 나를 위해 입을 여는 이야기.

《루나의 세비야》 : 매주 화요일, 토요일, 일요일
저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된 도시,
세비야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진실, 유죄》 : 매주 목요일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죄가 되는 시대.
그럼에도, 말해야만 회복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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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