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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Nov 21. 2016

ERP 정보는 무엇을 향하는가

죽은 데이터가 아닌 실적을 만드는 데이터

기업이 몇 명이서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데이터베이스를 전사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생깁니다. 부서 안밖의 정보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검토하는 일에 실무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말과 글을 단타성으로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크기가 도래할 때 기업은 돈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흔히 전사적 자원 관리 (ERP)라 불립니다. 하지만 이런 이름은 크게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자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입니다.



일전에 지인이 다니는 사회 단체에서 거금을 들여 ERP를 세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대표가 두 팔 걷어부치고 하는 일이라 제대로 된 경영 시스템이 잡히리라 내부에서 기대감이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ERP가 생기고 나서 사업의 변화는 크게 없었습니다. ERP를 하는 목적이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내부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무엇을 얼마나 단축시키고 비용을 아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있었습니다. 물론 메일이나 서면으로 결제하는 것보다 전산상으로 모바일까지 활용한다면 업무 처리의 효율성은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막대한 돈을 들여 ERP를 시작하는 이유가 충분치 않습니다.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따라붙는 정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기업이 선행적인 전략을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하는 데이터는 무엇일까요? 임의적으로 단계는 나누었습니다.



A 기업은 산업계에서 업력이 오래 된 B2C 기업입니다. 내부에 사람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ERP는 10여년 전에 한 번 설치한 다음 대부분 관심의 밖에 있었습니다. 오류가 나면 수리하는 수준의 관리 인력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체계적인 재무 조직을 갖고 있었고 ERP를 세팅할 때 재무조직과 사업조직이 함께 어떤 것을 정보로 다룰지 오랜 기간 토의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재무적인 성과들은 비교적 빠르게 ERP를 통해 전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A 기업은 정확히 잘 모르는 ERP에 대한 답답함이 돌고 있습니다. 실무자를 중심으로 ERP 시스템이 느리다거나 오류가 나거나 끊기거나 인터페이스가 유저 중심이 아니라는 불만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ERP를 유지하는 비용 이상의 효용이 손에 잡히지 않는 답답함이 생겼습니다. 최초에 ERP를 셋업한 인재들이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제 다른 부서에 배치 받은 이후 회사의 정보 시스템은 완전히 정지되어 버렸습니다. 처음 ERP를 세팅한 시기가 2001년이라면 2001년 이후 사업의 변화에 따른 적합한 정보가 변화되지 않고 고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입니다.



"이게 뭔 문제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란 것은 어차피 후행적이기 때문에 정보를 측정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이미 사후적인 조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ROI(투자대비이익)의 기본적인 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가 됩니다. A 기업은 B2C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중심이 아닌 재무중심의 지표들로 ERP로 구성했기에 다루는 정보가 외부적이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더 구체화해도 나오는 내용은 재무적인 지표의 세부적인 부분일 뿐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돈을 버는지 우리에게 돈을 벌어주는 주체가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데이터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것입니다.



재무 데이터는 의미는 있지만 사후적인 의미입니다


A 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조사를 해가 갈수록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잘 안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직원들이 단편적으로 스크랩한 내용이 덕지덕지 있는 내용이나 현실적 역량과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는 보고서가 넘쳐날 동안 지금 우리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어떻게 지갑을 열고 닫는지 사회학적으로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는 전무한 것입니다. 산업의 큰 흐름이야 미디어에 있지만 정말 우리가 추구하는 시장과 관련된 세부적인 시장은 깜깜이인 수준인 것입니다.



회의를 시작하면 군대에서 일일 상황보고 하듯이 틀에 박힌 재무 수치가 오고가고 인사이트를 내기에 너무 멀리 있거나 단편적인 내용들이 오고가면 그것과 관련된 팀에서는 팀의 이해에 맞게 반박하고 근거 없는 논쟁으로 회의 시간만 흘러가고 일은 성과와 맞지 않게 진행되곤 합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매월 유지하는 ERP는 이런 것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데 말이죠. 사실 이런 비용이 나가는 것에 대해 경영진은 관심도 없습니다. 놀이공원 입장료 같이 뭔가 봐야 하니까 깔아서 줘야 하는 돈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해가 없기 때문이죠.



여기서 누가 고객이며 고객의 행동은 어떻게 수집되고 있을까요


ERP 인프라를 새로 까는데 돈을 투여하자는 개념의 일이 아닙니다. 바라보는 관점이 내부가 아닌 외부, 후행적 결과가 아닌 선행적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정보를 모으는 구심점을 바꾸자는 이야기죠. 특히 마케팅이나 영업부서의 KPI를 BSC에서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이유도 고객 세그먼트가 사회학적으로 누구인지, 이 데이터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약하기에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감으로 맞추는 것은 한 번은 터지지만 시스템으로 계속 일정 수준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에 ERP를 주기적으로 수정해 주는 것은 이제 너무 필요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데이터 활용의 특성상 처음에 데이터를 실적으로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을 하고 예측의 검증된 값을 통해 일련의 규칙을 만들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전개가 기업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처음 수집하는 대상이 어떤 데이터인가를 잘 정의해야 이후 쓰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구두 브랜드를 운영한다고 할 때 구두 브랜드가 ERP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하고 예측하여 함수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 대상은 무엇일까요? 40대 이상 타겟 고객의 구두 구매량, 객단가, 방문주기, 판매율, 고객의 정보 습득 근원, 재방문 횟수, 방문 시각, 선호하는 제품의 유형 등일 수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고객군이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어떤 고객층이 멀어져 가는지, 어떤 고객 부류가 수는 적지만 성장이 빠른 가능성 있는 고객인지 고객 중심으로 사업의 방향을 설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업의 ERP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제품 중심이나 유통망 중심인 '우리 회사'가 주인공이 되는 정보입니다. 이런 정보는 언급한대로 재무적 성과나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그림자만 쫒고 있는 것입니다. 실체는 매출과 이익을 일으키는 고객, 그 자체에 있는데 말이죠. 고객에 대한 정보를 비싼 ERP 유지 비용으로는 건질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지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 만든 시스템에 대해 실무자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내부 부서간 정보 공유를 할 유의미한 데이터도 없습니다.



만약 매출 회의가 매출에 국한되고 매출을 입증할 고객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면 무엇을 수집해야 할지 처음부터 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라도 가설을 가지고 가설의 검증을 병행하면서 찾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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