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Dec 08. 2019

좋은 피드백의 조건

브랜드도 나도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가

연말입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미 상당 수의 회사는 내년의 경영계획을 수립했을 시기입니다. 올해의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다시 보면서 잘한 것은 살리고 못한 것은 어떻게 프로그램을 변경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저도 한창 때는 경영계획 중 올해의 사업 성과를 돌아보는 데에만 몇 주의 시간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현상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새로운 것을 꾸리기는 쉬워도 지나간 일을 돌아보며 실적 이면에 감춰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나 자신, 혹은 구조적인 모순과 다투어야만 할 수 있는 생각보다 큰 여정입니다.



그래서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피드백은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현상만 나열하거나 현상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일에 그치는 일이 많죠. 물론 보다 더 세부적인 계정으로 내려가서 피드백을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또 제어할 수 없는 것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성향도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원인을 돌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매 번 더 나아갈 수 없는 피드백을 보고서로 만들어냅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런 것을 만드느라 상당 수의 인생이 낭비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피드백이란 단어만큼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도 드뭅니다. 작용에 대한 반작용의 의미부터 성장이라는 개념까지 정말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피드백은 

'다시 그 일을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바둑을 두고 나서 다시 두는 것처럼 과정을 살펴보고 의사결정이나 전제로 생각했던 것을 복기하고 다른 방법을 배우는 자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계획이 피드백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기에 피드백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문을 열어젖힌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피드백이야말로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저서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특히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생명처럼 매일 매 순간 가치가 달라지고 고객과 직접적인 호흡을 하고 있기에 반복된 오류는 브랜드의 자산을 돌릴 수 없이 추락하게 만듭니다. CEO 리스크나 환경 문제처럼 뜻하지 않은 일로 브랜드가 갑자기 망가졌다고 느끼는 회사도 있겠지만 피드백을 해 보면 사전에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경영을 한 일이 원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노화되고 있는 브랜드도 시나브로 구조를 바꾸지 않은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을 피드백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죠.




피드백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사명과 제품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경영학에서 다루는 과정들은 이것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한 중간 길잡이에 불과합니다. 가장 좋은 피드백은 우리의 의도인 브랜드의 사명이 우리의 실체인 제품으로 연결이 되었는지 비교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고객의 평가는 제품의 실적에 달려있죠. 피드백을 위한 복잡한 허례허식은 오히려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지 않기 위해 보고서에 만든 술수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스타트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상당수 스타트업 대표들은 비슷한 사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략 '기존 시장의 높은 가격 구조를 혁신적으로 낮춘다거나', '가장 빠른 콘텐츠 전달자',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제안할 수 있는 브랜드' 등의 몇 개의 카테고리로 그들의 사명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업이나 브랜드의 사명이란 게 없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구성원을 하나로 묶고 투자자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명과 전략은 구체적인 행동을 유발하기에 많은 기업들이 나름 정리해서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서비스나 제품의 상당수는 사명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사명에 이르기 위한 과정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파괴를 위한 구조를 만드는 데 들인 행동이나 온디맨드(on-demand)를 하기 위한 역량을 준비하고 있지 않고 시장에 내놓은 콘텐츠는 기존의 경쟁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에서 뭔가 하나 바꾼 것에 불과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죠. 전략의 중요한 부분인 '차별화'로 평가해 보았을 때 사명의 연결이 되지 않는 제품을 그들은 피드백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 사명을 껴안고

끝까지 평가하는 브랜드는 드뭅니다 



어느 순간 일에 치이고 환경을 분석하는 데 치여서 정체성을 망각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안 되는 이유'가 의사결정을 점령하게 됩니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던 브랜드의 사업 평가 대부분은 사명과도 제품과도 관련 없는 비본질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시장의 원가가 어떻게 변하고 있다든지 판매 채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등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제품을 몇 분기 동안 피드백하지 않는 조직도 있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진부화 되고 있는데 몇 년간 조직의 리더는 이것과 상관없는 재무나 영업 출신 인사가 이끄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피드백과 방향 재설정보다는 당장 몇 푼을 벌기 위한 디브랜딩(de-branding) 전술만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할인, 사은품, 쿠폰 등 자극적인 방법론은 브랜드가 아닌 'one of them'의 말단 제품들만 가득했습니다. 스토리가 사라진 제품에 값을 주고 구매하는 고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우리는 아이폰(iPhone)의 신화나 나이키(Nike)의 스니커즈를 과거의 것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것의 프로모션 방식만 관심을 갖죠. 새로운 아이폰 광고 구성이나 나이키가 컬래버레이션을 한 상품의 중고 가격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것은 그들의 제품 우선주의입니다. 멋진 IMC(통합 마케팅 방법론)도 끝에는 제품에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적인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그것 말이죠. 사명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제품이 사명을 향해 가고 있는지 계속 질문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우리를 '무엇'으로 기억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아이폰의 포장을 설계할 때 케이스가 열리는 느낌부터 향기까지 아이폰이 추구하는 본질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개인도 그렇습니다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이 모습에 맞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속도가 아닌 방향을 되물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사명과 모습을 직관적으로 비교해도 피드백은 풍성합니다. 작은 변화는 환경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서 할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원하는 것인지는 너무나 많은 비용을 들여야 환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나'라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 당연한 소리지만 대학교 때 원하지 않는 전공, 전혀 모르고 들어갔다가 방황한 첫 회사의 직무, 이름만 보고 택한 인간관계에서 보다 편안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었던 일이니까요. 



추구하는 바가 없다면 굳이 성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다만 무엇과 무엇을 비교해야 진정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한 피터 드러커는 MBO, 목표 기반의 경영을 강조한 사람입니다. 얻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해야 피드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죠. 연역적으로 정체성을 지향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인정하는 우리 브랜드의 모습, 혹은 사람들이 잘한다고 봐주는 내 모습을 기반으로 귀납적인 목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획일화된 입시와 유독 모더니즘의 사회 관습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라도 목표를 찾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라도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고 다시 피드백을 통해 본질과 직면하기를 제안드립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