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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Dec 30. 2021

매출 성장률이라는 허상

박수만으로 부족한 성장 지표 찾기

'21년은 코로나 2년 차를 맞이하는 해로 '20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락다운(lock-down) 기간이 짧았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시장에 이미 풀린 자금 덕분에 '20년에 비해 '21년 대부분의 업종이 매출 성장을 서류상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아직 어렵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소비재를 중심으로 내수 산업을 하는 기업들은 특수 상황이었던 '20년 매출과 '21년 매출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9년과 '21년을 비교하는 식으로 성장률을 정의하기도 하죠. 특수 상황은 관리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이 말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최근 1주일간 가파르게 20% 상승한 주식이라고 해도 1년간 -50%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투자를 1년 정도 한 분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매출도 그렇죠. 가장 기초적인 경영 지표인 매출 역시 기간과 조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고 허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소비재와는 반대로 언택트(untact)의 수혜를 입고 있는 산업은 지난 2년간 큰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IT 서비스를 중심으로 커져버린 시장 규모에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커진 시장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투자를 유치하고 고객 수가 증가하고 누적 거래액이 얼마인지 마일스톤을 만날 때마다 홍보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하는 산업에서도 매출 성장률이 정말 유의미한 성장 지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성장을 가파르게 해야 합니다. 성장률 자체의 증감도 중요합니다. 이것들 모두 기본적인 관리 대상은 맞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다루지 못하면 전통적인 기업들이 거쳐간 비전을 잃게 되는 단계를 밟기 쉽습니다. 많은 경쟁자들이 침투하고 있는 성장 산업에서 우리는 전체 성장률을 상회하면서 꾸준한 시장 점유율 상승을 이뤄내고 있는지가 정체기를 맞기 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입니다.



향후 시장의 규모는 예측이 어렵지만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의 규모는 결국 일정 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산업이라면 결국 소비자의 구매 여력, 구매 항목 비중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 등이 이를 보조해 줄 수는 있지만 이것 역시 고객의 지갑을 보조하는 수준입니다. 이익은 충분한 고객, 매출 확보 뒤의 일이라는 전략을 세운 기업이라면 우리가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향후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보고 이익 중심으로 전환할 시기를 세워야 합니다. 너무 커진 적자 기계를 주주들의 인내심을 받아가며 흑자로 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성장 산업에서는 '일단 가보자'는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야죠. 가야 어디까지 시장성이 있는지 알 수 있죠. 하지만 전체는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판단의 기준이 흐려지면 우리는 '20년을 기준으로 '21년 매출이 급성장했다고 의아해하는 전통적인 산업의 신입 직원과 다를 바 없는 눈을 갖게 될 것입니다. 시장은 결국 어느 순간 성숙 단계에 이르고 자연스럽게 유사한 다른 산업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게 됩니다. 지금 역시 성숙한 단계에 이른 시장에 니치(Niche)한 고객을 대상으로 진입했다면 우리의 성장이 정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내부적인 시각이 아닌, 전체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계획은 확률의 게임입니다. 피드백을 위한 밑그림입니다. 알 수는 없지만 전제가 있고 흐름에 따라 전제를 만든 우리의 무엇이 부족한지 하면서 알아가고 그걸 강화하는 게 관리의 미덕입니다. 트렌드에 항상 눈을 맞추는 것처럼 경영 지표 역시 시장을 향해 기준이 잡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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