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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y 03. 2022

29CM는 어떻게 커머스의 ‘브랜드’가 되었을까

패션과 리빙 카테고리의 쇼핑을 즐겨하는 분 중에서 29CM를 모르는 분은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게 생소하던 때부터 29CM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 꾸준한 마니아를 만들어 냈고 독보적인 브랜딩을 쌓고 있었으니까요. 단순히 무언가를 ‘판다’는 것 이상으로 ‘소개한다’는 인상을 꾸준히, 그것도 이렇게 오랜 기간 만들기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29CM가 무신사와 한 식구가 된다는 소식은 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시장에서 각각 뚜렷한 포지션을 가진 브랜드가 하나가 될 때 어떤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름의 C가 콘텐츠(Contents), M이 미디어(Media)를 지칭한다는 29CM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다루어 봅니다.




29CM는 위기를 지나왔다



29CM는 한 때 팬덤으로 만들어진 커머스는 볼륨을 키울 수 없다는 평가에 부딪혔습니다. 29CM의 거래액이 다소 정체를 맞았던 2016년 전후의 일이죠. 다른 커머스 사이트가 브랜드가 아닌 양적 확장으로 상품 수를 늘리고 제품보다는 배송 등 밸류 체인(Value-chain)의 어떤 부분에 남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을 때 29CM는 커머스의 본질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남들이 모르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상품을 29CM의 방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했죠. 그래서 일반적인 사업가들이 보기에는 29CM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까지 5년간 평균 연간 거래액을 전년대비 70% 이상 성장시키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거래액을 72% 성장시키면서 뚜렷한 브랜딩이 일부 고객의 경험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 전략의 핵심인 코어 밸류를 토대로 확장 가능한 역량이 되었음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최근 론칭해서 막대한 투자금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 고객을 늘린 서비스가 아닌 약 11년간 그 자리에 있던 서비스가 2022 1, 2월 기준으로 MAU(월간 사용자 수) 성장률이 전년대비 약 2배 증가가 이뤄진 것은 인상적인 성적이죠. 무엇 때문에 29CM가 변함없는 고객 가치를 주면서 성장하게끔 만들 수 있었을까요?




처음부터 크게 될 생각은 없었다?



29CM의 과거  기사들을 찾아보면 일관된 기업 미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서비스가 되기보다는 스토리가 탄탄한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통로로 29CM가 사용되길 바란다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지만 탄탄한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마케팅 서비스 프로바이더(Marketing Service Provider)로서 플랫폼을 정의한 것이죠. 마치 ‘매거진 B’처럼 상품과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29CM만의 일정한 톤의 내러티브를 통해 소개하며 브랜딩을 구축해주는 역할을 이 플랫폼이 한 것이죠.



29CM의 이런 역할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수요가 있었습니다. 롱테일 산업 특유의 많은 상품 속에서 소비자는 나에게 맞춘 편집샵 같은 채널을 원하고 있었고 생산자는 단순히 오픈마켓의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이 되고 싶었는데 29CM는 그 지점에서 플랫폼의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Zara가 세상의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가져와 Zara 느낌으로 풀어내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29CM는 그 자체로 프리즘이 되어 작고 뚜렷한 상품들을 투과해냈던 것이죠.



함께 성장한 작은 브랜드들은 29CM가 제 역할을 해 냈다는 증거입니다. ‘22년 1분기 기준으로 전년대비 ‘마르디 메크르디’는 1135%, ‘슬릭앤이지’는 1056%, ‘타입서비스’는 619% 거래액이 성장하는 등 고객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찾아 함께 성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저 유명하고 매출이 많이 나오는 브랜드를 가져오는 안전한 선택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수고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 모두 만족할만한 서비스가 된 것이죠. 이런 역할을 오랜 기간 커머스에서 일관되게 진행하면서 29CM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디 메크르디




핵심을 확장하는 것!



핵심을 확장하는 것은 현대 전략의 격언입니다. 29CM는 자신의 핵심을 우리가 확보한 고객, 콘텐츠를 풀어내는 미디어 역량으로 정의했고 그것에 맞추어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갔습니다.



처음 29CM는 패션에 집중했습니다. 패션은 브랜딩이 명확한 카테고리죠. 많은 옷과 브랜드 속에서 재구매율과 로그 데이터를 통해 콘텐츠와 고객의 세그먼트를 정할 수 있고 유사한 취향을 제안하기에 비교적 정형화된 카테고리입니다. 패션 브랜드 중에서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메시지를 팔고 메시지를 개성 있는 옷의 형태로 제안하는 곳이 있죠. 29CM의 서비스가 세상에 알려질 때 마치 잘 만든 오프라인 편집샵에서 자세한 설명을 부담 없이 들으며 구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29CM는 리빙으로 카테고리를 넓혔고 지금까지 패션을 구매했던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찾아 일관된 콘텐츠 제시 능력으로 제안해 무난하게 확장에 성공했습니다. 그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리빙 제품은 취향을 어떻게 묶어서 제시할 것인가를 잘 아는 29CM에게는 비교적 손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패션 브랜드들이 토털 브랜드로 옷 외에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한 게 하나의 모멘텀이 되었을 것입니다. 고객을 기반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는 방법으로 리빙은 이제 29CM의 주력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29CM는 이런 확장 가운데에도 남다른 콘텐츠 제시 능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큐레이터가 꼼꼼히 상품을 소개한 이유를 영상과 화보로 소개하는 기법은 여전합니다. 자체 유튜브에서 ‘브랜드코멘터리’에서 소개한 브랜드의 매출이 콘텐츠 게시 후 급성장하는 등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큐레이터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고감도 큐레이팅을 29CM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협업 필터링 등 고객이 최근 살펴본 기록을 기반으로 기계 학습으로 상품을 제안하는 저감도 큐레이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고객에게 주고 있죠. 모두가 한 방향으로 커머스의 미래를 효율과 자동화, 많은 콘텐츠로 갈 때 29CM는 그 방법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29CM의 브랜드 코멘터리
여러 브랜드를 큐레이팅하고 있는 '브랜드코멘터리'




29CM의 보이는 미래



29CM가 시장에서 약 11년간 보여준 일관성을 본다면 앞으로 지향할 미래도 그려집니다. 우리가 나이키 다움과 애플 다움을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고객과 일관된 약속을 만든 브랜드가 어디를 향할지 예상 가능하다는 점은 브랜딩에 큰 도움이 됩니다.



29CM는 취향 기반의 큐레이팅을 꾸준히 지향하고 있습니다. 5년 전 기사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최근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을 봐도 역시 같은 이야기입니다. 29CM는 최근 '당신2 9하던 삶'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9CM가 2011년부터 일관되게 추구해 온 미션은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임을 소개하고 고객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고관여 카테고리에서 좋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개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실현을 돕는 가이드이자 더 나은 선택지를 앞서 제안하는 셀렉트샵임을 고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판매 순위 등의 잣대보다, 어떠한 취향 또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반 제안과 큐레이션을 보여주는 29CM의 방식을 풀어내기 위해, 하나의 슈퍼 모델을 쓰기보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스토리텔러를 모델로 보여줍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게시 3주 만에 재생 수 227만 회를 달성하는 등 고객에게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9CM에서 준비한 캠페인 '당신2 9하던 삶'



많은 브랜드가 이런 방식을 주장하지만 일관성 있게 고객에게 브랜딩 된 서비스는 많지 않습니다. 29CM는 지금까지 고객에게 보여 준 모습 그대로 앞으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서비스를 만들어 갈 신뢰를 고객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의 모습이 실적의 성장을 떠나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29CM에서 일정한 고료를 받았지만 Peter가 주제를 정하고 쓰고 싶은 방향으로 쓴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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