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Jun 04. 2022

회사 일 빨리 하기

일의 단계를 알면 일을 빨리 할 수 있다

저는 회사 일을 빨리 합니다. 속도가 더 빠른 회사에 갔을 때 처음에는 속도가 느릴까 봐 걱정도 했었지만 역시 빠르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빠른만큼 손해 보는 것도 있습니다. 빠르게 일한다는 건 디테일을 떨어트리고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명확한 줄기를 따라 일을 하게 되죠.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빠르게 일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일하는 것보다는 보편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근래에는 받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해 보고 수정하고 다시 해 보는 일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빠르게 일하는 것은 어떻게 일하는 것일까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의 과정. 과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각 단계를 명쾌하게 설계하는 것이죠.



사무직들은 대부분 일의 처음과 맺음에 일정한 단계를 보입니다. 문제 정의 - 자료 확보 - 분석 - 대안 도출 - 공유 - 피드백이죠. 영업 활동도 그렇고 데이터 분석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지식을 팔아 소득을 버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각 단계를 어떻게 꾸릴지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이 돌아가게끔 하는 게 일의 속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문제 정의


전부입니다. 문제 정의는 가장 어렵고 중요하고 파급력이 큽니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수고가 늘 벌어집니다. 문제는 고객이 갖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 일을 던진 사람이 고객이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고객이기도 하죠. 고객에게 문제를 정확히 찾는 게 핵심입니다.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다 쓸 건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디테일인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과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문제에 대한 고객의 생각은 현재 어떤지. 많은 배경 정보를 가져올수록 뒤에 할 일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일에 적응한다는 것은 문제 정의를 빠르게 한 경험치가 많다는 것이고 문제 정의를 많이 했다는 것은 뒤에 말씀드릴 단계를 이미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진다는 것이겠죠.



2. 자료 확보


자료 확보는 중요합니다. 패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격언입니다. 인터뷰를 하든 케이스를 가져오든 데이터베이스에 어디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떤 조건으로 꺼내와서 무엇과 비교든 그 자료라는 것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수긍할만한 것들을 나의 관점에서 많이 모으는 것입니다. 이후 분석을 하기 위해 귀납적으로 추론하기 위해 나의 인풋을 자료 확보에 쏟는 것이죠.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각광받으면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느냐가 논리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평소에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내가 권한만 받으면 접근할 수도 있는 데이터가 무엇이 있는지 많이 아는 게 경쟁력입니다. 보던 자료만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대체 가능한 결과를 내놓게 됩니다.



3. 분석


분석이 꼭 어려운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와 비교해서 이 문제가 어떤 상태인지 고객이 알아들을 수 있게 규명하면 됩니다. 지난 시간과 비교할 수도, 여러 카테고리와 비교할 수도, 비슷했던 케이스와 비교할 수도, 패턴을 찾아서 그 패턴과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분석이 분석으로 그치는 게 시간을 잡아먹는 이유입니다. 분석을 하면서 5분마다 문제를 다시 생각하십시오. 5분이 부족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5분간 정의한 문제를 다시 읽어 보면 분석은 됩니다. 그래도 분석이 안된다면 자료가 분석하기에 충분히 없거나 분석 방법을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이겠죠.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석을 하든 분석은 한 두 줄의 명확한 결론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효과가 크고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보통 결론입니다.



4. 대안 도출


도메인 지식이 없으면 대안은 나올 수 없습니다. 대안은 결국 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평소에 공유된 문서들을 읽어보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구는 어떤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누구는 지금 전략적으로 무엇에 집중하고 포기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분석의 결론을 실행으로 연결시키는 지점을 찾아 베팅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의 대안으로 외길을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이것, 저럴 때는 이것이 좋다는 방향도 모두가 수긍할 여지를 만듭니다. 새로운 영업을 누구와 할 것인지, 돈을 어디에다 먼저 쓸 것인지, 사람을 어디부터 집중할 것인지 대안 도출은 도메인 지식에서 비롯한 전략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좋은 생각은 과제 중 쉬고 있을 때 불쑥 나오기도 합니다. 기록하면 됩니다.



5. 공유


공유는 회사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공유는 문화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기존에 어떤 식으로 일을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미리 봅니다. 일정한 패턴을 알게 되면 그 방식대로 시작하면 됩니다.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은 시간으로 자료를 보면서 설득을 해야 할 수도, 더 간단히 언급하면서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건 문제를 의뢰한 고객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하면 됩니다. 조직에 대한 이해가 많을수록 이 부분도 더 빨리 할 수 있습니다.



6. 피드백


피드백은 평소에 하는 것입니다. 다 끝나고 회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사실 실행하면서, 그전부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 둔 바가 쌓입니다. 기록을 하면 피드백이 쉬워집니다. 더 짜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몇 번 하고 나면 문제 정의 단계에서 누가 말하는 뉘앙스가 무엇인지 더 빠르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면서 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펴보았던 자료들 중 어떤 것을 취사선택할지 생각나게 됩니다. 분석을 하면서는 역시 막막한 경우도 생기지만 어떻게 쓸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것에 맞는 적정 기술 수준으로 할 수 있습니다. 늘 같은 수준의 사람에 머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문제 수준에 맞는 대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유는 사실 친할수록 더 잘됩니다. 피드백은 습관인 것이죠.



물론 일이 너무너무 많으면 힘들어집니다. 일을 단계로 나누지 못하면서 멘탈이 무너지기 때문이죠. 일에 걸리는 시간이 이 단계 어디에서 있다는 것을 알아도 해결 의지가 없는 조직과 동료를 만나 그럴 수도 있죠. 서버가 정말 느리거나 늘 문제를 이상하게 던지고 필요한 배경을 설명해 주지 않는 동료를 만날 수 있고 공유를 하면 이상한 디테일에서 다시 해야 하는 트집을 잡아 무한 루프를 돌 수도 있죠. 현실은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어디에 지금 와 있나 짚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니까 분석을 못하는 거니까 데이터가 없으면 지금이라도 데이터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니까 자료 확보에서 리서치로 바꾸어서 외부 자료를 보는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태세 전환을 빠르게 할 수도 있죠. 물론 이 모든 것은 거들뿐입니다. 



많은 이론들에서 단계를 만드는 것은 숙달에 편하기 때문입니다. 운동도 동작 각각을 배우고 데이터 분석도 일정한 방법론을 따르고 있죠. 막막한 사막 가운데 있는 것 같다면 작게나마 도움 되시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고서 제대로 쓰기 : 수식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