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ónde estoy en este mapa?
17/04/domingo
4월 17일 일요일
des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hasta Belorado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 벨로라도까지
여행한 지 14일, 걸은 지 11일
어제는 산토 도밍고의 상징인 닭을 든 청년이 그려진 큰 그림을 보았었다. 그림 속 청년의 얼굴엔 구멍이 나있었는데, 난 그 자리에 얼굴을 들이밀고 가족에게 보낼 사진을 찍었었다. 우스운 표정을 지어가며 재미있게 사진을 찍었었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확인하고 내 모습에 기겁을 했다. 거울을 본 지는 오래이고, 순례길에서 더욱이 생김새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니, 코 주변이 햇볕에 검게 변하여 사내의 콧수염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반쯤 감긴 눈을 하고도 이른 아침부터 콧등에 약과 선크림을 열심히 문질렀다.
초록빛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차근히 해야지. 어딘지 분주한 것은 젖은 옷을 말린다고 배낭에서 잡동사니를 죄다 꺼내 놓아 정리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도 유난스럽게 두 번이나 신문지를 갈아가며 물기를 빼낸 신발은 잘 말라 있었다. 신발끈을 고쳐 맸다. 이 작은 마을에 짧은 시간 정이 많이 들었는데 훌훌 털고 떠나라고 하늘은 매우 맑았다. 그래도 그림 같은 풍경은 자꾸 멈춰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한 아저씨가 성당에서 나오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수고가 들겠지만 그것을 꼭 보라고. 다만 그 계단이 매우 부실하니 조심하라고 했다. 본인은 넘어졌다며 절던 다리를 내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냥 지나칠까도 했던 성당을 되려 호기심에 들어갔다. 생생한 후기는 옳았다. 성당 안은 정말 어두웠고 스테인드글라스만이 영롱한 색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자연스레 나를 다락으로 이끌었다. 다음으론 기둥에 붙은 좁은 계단이 눈길을 끌었다. 계단은 위에 작은 공간과 연결되어 있었다. 올라가도 되는 곳일까? 나는 올라 갈지 말지 다리를 움찔댔으나, 남몰래 도둑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머리칼이 곤두섰고 결국 그대로 성당을 나와 버렸다. 밖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자니 여러 감정들이 몰려들었다. ……. 나는 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시금 스테인드글라스를 눈에 담고, 오르고 싶었던 계단을 올랐다. 이때 아까는 보지 못한 엄청난 것을 봤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나의 소소하지만 분명한 이끌림에 의해 보고 만지고 듣고 경험하는 시간 말이다. 다시 성당을 나왔다. 마을을 지나니 다시 들판이었다.
큰 차가 지나갈 때마다 몸이 휘청, 앞뒤로 흔들거렸다. 운전자들은 저마다 나에게 차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렸다. 하지만 옆의 울타리를 넘기엔 그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수시로 돌려가며 차의 이동을 확인했다. 그저 울타리가 어서 끝나길 바랬다. 이 위험천만한 나의 곡예는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본 큰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곤 잠시 화장실이라도 들를 수 있을까 하여 바로 가던 길을 벗어나 도로를 가로질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식당 주인은 나를 건물 안으로 들이는 것을 꺼려했다. 한참을 밖에 세워 두더니 마지못해 들인 후엔, 지팡이와 등산화 그리고 배낭에 미간을 찌푸렸다.
- 혹시 화장실을 쓸 수 있을까요?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50센트를 지불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식당 주인의 시선에 배배 꼬인 마음은 모든 걸 아니꼽게 했다.
- 그럼 크루아상 하나 주세요.
- ……
주인은 내가 화장실의 위치를 물으면 다른 업무를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 나는 그를 따라다니며 화장실의 위치를 캐물었다. 아직 안 알려주셨는데요. 어렵사리 화장실을 다녀온 뒤엔, 주문한 빵이나 빨리 먹고 나가야지 했다. 그런데 내 빵의 행방은 묘연했고, 주인은 이번에도 나로부터 자리를 피해 다녔다.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주문 확인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자 그는 구석 자리에 둔 접시를 가리켰다.
마을에 도착했다. 서둘러 더위를 피하자.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숙소를 찾는데, 벽화가 그려진 골목에 들어섰다. 성 야고보가 벨로라도를 지나는 그림이 가득했다. 골목 중간 즈음엔 다리 한쪽을 바위에 척 올리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 순례객 조형물도 세워져 있었다. 벽화를 그린 장본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어찌 됐든 그의 존재로 알게 된 숙소……. 맙소사! 내가 이 숙소의 첫 번째 페레그리노였다. 처음으로 건조대의 가장 잘 마르는 자리에 너른 간격으로 옷을 널었다. 샤워실도 첫째로 썼으며 햇볕 잘 드는 이층 침대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가졌다. 이제껏 몰랐던 시간이었다. 근처 식당에서 깔라마리(Calamari 깔라마리, 오징어에 계란, 마늘 등의 양념과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반지 모양의 튀김 요리)까지 먹고 들어오니 이후 들어온 친구들, 다시 말해 은숙 아줌마와 유빈, 윤승은 나른한 오후를 꽤나 씩씩하게 즐기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