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삶에서조차 어설프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내게 내린 숙제였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부족한 사람이었다. 빼곡하게 한 바닥 손으로 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것조차 버거워, 타이핑 할 기력이나 조금 있을까. 느리고, 게으르며, 세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에는 턱 없이 어려운 사람. 그래서 나는 선택하기로 했다.
선택한 것들만큼은 곧잘 해내고 싶었다. 두 번은 돌아보곤 했다. 몇 번은 부서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나 역시도 부서지곤 했다. 그 무수한 선택지들 가운데 나는 지금을 선택하였고, 낱개의 게으름 대신 하나의 완성은 꼭 가지고 싶었다. 그게 내 삶이었다. 나는 내 삶 정도는 완벽하고 싶었다.
완벽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나는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걸 이룰 수 없다는 정도의 타협은 이미 오래 전에 마쳤다. 나는 내가 ‘만족’을 배우길 바랬다. 나에게 만족한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증거였다. 어떻게 보면 하염없이 쉬운 이야기이다. 나는 그걸 일평생 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어수선한 말들 사이에 진심을 숨기는 건 언제나 자신 있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숨기기 놀이를 하는 지금, 무척이나 어설프다는 걸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진심을 숨기고 싶지 않은 걸까?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진심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 나는 자꾸 세상에 내보여서는 안될 것들을 내보이려고 하고 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건 내 전문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점점 투박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과연 좋은 일일까? 다시 쌓아 올려야하는 거짓과 포장들을 위해 또 그만큼의 상처를 겪어야만 할까. 끔찍한 일이다. 다시 한 번 경계해본다. 어설픈 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어느 순간, 못지않게 말하는 것도 좋았다. 하루 종일 조잘조잘 대라면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쁘게 입을 놀리고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나는 점점 다른 쪽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조금씩 서툴러지고 있는 언어를 열심히 연습해본다.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 나는 더 이상의 언어를 잃고 싶지 않아.
어쩌면 이 조각들 사이에서 가장 진심이 두드러지는 조각일지도 모르겠다. 고찰이나 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기에. 혹은 그래야만 한다. 더 이상 낯선 진심을 들이미는 건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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