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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 여행 May 16. 2018

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어요!

서울생활 적응기 II

"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어요!"

우리 아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던 때 한 말이다.

(유럽에서 Primary school을 마치고 올해 3월 초등학교 6학년으로 전학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만 이야기하셔."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난 우리 아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열심히 들어야 해. 설명해 주시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수업방식이 우리 아이에겐 낯설었던 모양이다. 한국어를 또래 아이들처럼 잘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적응해서 잘 다니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 익숙한 영국식 수업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참고로 영국 학교도 학교재단마다 조금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지난 5~6년간 다녔던 두 곳의 영국 학교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I.

학교에 대한 학부모로서 가장 큰 불만은 교과서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속 요구했으나, 학교 측의 반응은 별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준비해 온 프린트물 등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정해진 교과서가 없어서 인지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재량권(수업 내용이나 방식)이 크다.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커리큘럼에 대해서 안내한다.

매주 말 금주 수업 내용과 다음 주 계획을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왠지 교과서가 없다는 것은 늘 불안했다.

반면 미국이나 한국 등 대부분 국가는 교과서가 있다.

아무래도 동일한 책으로 수업을 진행하므로 선생님의 성향이나 교육철학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줄어들 것이다.


II.

우리 아이가 다닌 영국 학교에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되어 있었다. 인터액티브 프로그램을 수업과정에서 많이 이용한다. 과제물도 IT기기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패드 등 개인별 IT 도구가 필수적이다.

학교에선 일정 학년(Year 5, 한국으론 4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관리한다.

처음 아이패드를 교육과정에 도입하면서 부모들의 찬반 논란이 있었다.

학교는 부모의 동의 과정을 거쳐(아이패드 사용에 대해 부모가 동의해야 한다. 수업 외 불필요한 앱 사용에 대한 금지와 기기 관리에 대한 부분..) 아이패드를 도입했다.

아이패드의 사용에 대해선 장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우리나라 수업에도 개인별 IT기기가 도입된다면, 아마도 큰 찬반 논란이 생길 것이다.


III.

수업시간 운영방식이 한국 학교와 다르다.

우리 아이가 다녔던 학교에선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수업 중간에 화장실에 간다. 보통 그룹으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므로, 그룹 공통과제 시간 등에 화장실에 간다. 수업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롭다. (어찌 보면 느슨하다.)

한국처럼 매 시간마다 쉬는 시간이 있는 대신, 일과 중간에 약 50분가량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엔 교실에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이다.(세찬 비바람이 부는 날만 아니면, 교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스포츠 등 신체활동을 하라는 취지이다.

 

 한국처럼 40여분 공부하고 쉬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다.

아이들은 장시간 동안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한국식 수업방식엔 적합하다.

반면, 점심시간 이외엔 밖에서 뛰어놀 시간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IV.

영국 학교는 수업시간에 학생의 자유의사를 너무(?) 존중한다.

우리 아이가 한국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참여하지 않고 보겠다고 한 적이 있었나 보다.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아직 아이가 한국의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설명해야만 했다.

영국 학교에선 체육시간에 컨디션이 안좋다고 하면 그냥 쉬게 해준다.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말썽을 피우는 아이가 아니면 선생님은 그냥 인정해 준다.  

 

V.

영국 학교는 초등학교(Primary school)부터 교복을 입는다.

하지만, 꼭 특정 상점에서 파는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 학교 로고가 있는 티셔츠 정도만 학교에서 정해준 한 두 곳에서 사면된다. 나머지 옷은 대중적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살 수 있다. 아이들 교복 라인이 대형 매장에 존재한다. 학교별 차이가 없어서 어디서나 살 수 있다.

 

VI.

학교 방문 시스템이나 시설물 차이도 있다.

보통 영국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사전 방문 신청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학부모라도 마찬가지다.

출입 통제가 매우 철저한 편이다.

 학교 건물을 통과해야만 운동장이 나온다. 운동장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교문이 운동장으로 이어진 한국학교와는 구조가 다르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측면에선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 개방이 안되니 한국처럼 주변 사람들의 학교 이용이 힘들다. 사회적 공공복리 차원에서 학교는 제외인 셈이다.


VII.

선생님에 대한 호칭에 있어서 Mr. 나 Mrs. 등을 꼭 붙여야 한다.

영국이나 유럽도 북미처럼 일반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이다. 하지만, 교사 직업에 대해선 일종의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이건 북미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듯 말이다.


참고사항)

캐나다의 스쿨버스  

토론토에 있으면서 선진국의 안전의식을 경험했다.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멈췄다. 버스에서 스탑 사인이 내려오면서 라이트가 깜빡였다.

뒤따르던 모든 차는 추월하지 않고 기다렸다. 항상 스쿨버스가 우선이었다.

눈에도 잘 띠는 노란색의 귀여운 스쿨버스는 도로에선 항상 우대되었다.

스쿨버스 정차시는 STOP 사인이 펴지며 뒤따르던 차는 스쿨버스가 출발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엔 학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럽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학원 시스템(성인 외국어 학원(랭귀지 스쿨) 정도는 있다.)이 없다.

방과 후 악기를 배운다거나 스포츠 레슨과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

(학교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별도 비용을 내고 클럽활동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


한국에 돌아와서 어느 부모나 그렇듯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 아이가 배우는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수학학원인데 선행학습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유럽에선 월등히 뛰어난 학생(한국에선 영재로 불릴만한...)만 해당 과목을 상급학년에서 공부하게 한다. 때론 특수 지도를 받기도 한다.


유럽식 교육에선 특별한 학생만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일반학생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에서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면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유럽인들은 나이에 맞는 공교육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는 방과 후엔 놀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교육철학(?)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친구 관계 등)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다각적으로 아이의 발달과정을 체크한다. 학교 성적표에서도 아이의 생활태도나 교우관계를 성적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룬다. (부모 상담시간에 주로 상담되는 부분도 학습태도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학교의 과제물은 아이가 잘 챙기도록 부모가 충분히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책을 하루에 몇 분 읽어야 하며, 어떤 책을 읽었는지 등이다.

그리고 책 내용에 대해 부모와 토론하도록 한다. 때론 어떤 과제물은 부모의 도움 없인 불가능한 것도 있다. 학교 과제물에 대해선 일정 부분 부모의 역할을 요구한다. 별도의 사교육이 필요 없이, 학교 과제물 정도면 집에서의 공부는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간 유럽에서 아이를 키우며 내가 느낀 유럽(정확히는 영국식) 교육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이다. 유럽 학교에서 가장 모범(?)적인 학생은(고학년으로 갈수록) 공부(지식 학습)나 사회성(친구 관계 등)에 있어 '자율'적인 학생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충분히 공부하고 즐겁게 놀 수 있게 해 주는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아이가 공부에 질리지 않고) 나이에 맞는 자율적인 학습을 하고(그리하여, 자기 나이 수준에 맞는 지적 목표에 도달하고), 사회성을 키워가고 있느냐는 유럽 교육의 핵심 목표이다. 성적표로 예를 들면, 과목별로 그 나이에 도달해야 하는 평균 지적 능력에 비해, 아이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모든 것(학원 선택, 과목 선택, 공부 시간, 심지어 놀이 활동을 배우는 학원도 있다고 한다 등)이 결정되는 한국 초등학생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교육제도는 한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내 생각에 정답은 없다.

한국적 교육 방식엔 분명 장점이 많다. 공부에 관한 한 유럽에선 한국 학생들이 인도, 중국 학생들과 더불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한다. 아마도 아시아인이 유럽인보다 똑똑하거나(??), 아시아 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일 것 같다.


그렇지만, 선행학습과 같은 나이에 맞지 않는 지나친 교육은 아이들을 너무 지치게 한다. 유럽 아이들처럼 나이에 맞는 공부를 하며,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지 않아도 되는 상식적인 교육이 일상인 사회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에 너무도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는 부모로서의 나 자신을 발견한다.

다만, 다른 아이들보다 적은 수의 학원을 보낸다는데 스스로 만족하면서 말이다.  



다음 글에선 외국인으로서의 영어학습을 주제로 이야기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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