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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 Apr 23. 2020

홈파티를 위한 핑거푸드와 파스타

토마토 치즈 크래커, 레몬 갈릭 쉬림프 파스타


룸메이트들과의 마지막 홈파티를 호기롭게 기획했다. 졸업 후의 우리는 이 집에서 만날 수 없다. 유목민처럼 곧잘 이사를 하는 미래가 기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의미 없는 파티에 더욱 흥미를 쏟아부었다. 살지 말지 망설이던 페퍼론치노와 칠리파우더, 파슬리를 구매했다. 크래커와 모짜렐라 치즈, 요즘 막 제철인 방울토마토와 부드러워 보이는 프로슈토도 구매했다. 근처 리쿼 스토어에서 정윤이의 추천으로 와인 한 병도 샀다. '조시'라는 이름의 그 와인은 너무 달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산뜻한 밤을 위한 산뜻한 음식들이었다.


먼저 크래커로 핑거푸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짜렐라를 대만에서 보았던 우유 튀김 크기로 작게 잘라주어 얹은 뒤 얇게 찢은 프로슈토를 접어 올렸다. 냉장고에 크림치즈가 남았길래 크림치즈도 무심하게 떠서 올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숭덩숭덩 갈라 과육이 흐르는 단면이 위쪽을 보도록 얹었다. 두 접시를 내가니 꽤나 근사한 한 상이었다.


노릇노릇 베이지 컬러의 크래커에 노란빛 치즈, 분홍빛 프로슈토와 빨간 방울토마토의 색 조합이 썩 어울렸다. 원래 분홍색은 빨간색과의 합이 좋다. 베이지색도 빨간색과의 합이 좋으니, 모양이 이상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릇을 절그럭 거리며 열심히 플레이팅 했다. 구석에 박혀있던 천을 꺼내 깔고, 분위기 있는 노래도 트니 루프탑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의미 없고 재미있는 말들이 오갔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레몬 갈릭 쉬림프 파스타를 만들기로 했다. 오일이 베이스였기 때문에 면수에 집착해야만 한다. 소금을 넉넉히 넣은 물에 링귀니 면을 넣어 팔팔 끓이기 위해 꽤 유명한 파스타 면 브랜드의 파란 박스에서 거의 3/5박스를 꺼냈다. 양이 너무 많다고 낄낄댔다. 하지만 파스타란 자고로 먹는 사람이 몇 명인지에 의해 양이 정해지는 것이다. 500원짜리 동전만큼이 1인분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먹었다가는 30분 뒤에 다시 배가 고픈 현상을 맛보게 된다. 그러니 면을 항상 넉넉히, 마음이 풍요로운 정도로 준비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면을 끓이기 시작했다면 동시에 다른 팬을 올려준다.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한국인답게 마늘 조금, 여덟 쪽 정도를 슬라이스 해 구워주었다. 둥실둥실 마늘의 냄새가 피어오른다. 옆에 삼겹살과 익은 김치를 굽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다 지워낸다. 그다음 버터를 둘러 반으로 가른 방울토마토, 양파, 프로슈토, 새우를 넣고 볶다 파슬리와 후추, 소금 두 꼬집을 넣고 다시 볶아준다. 불투명한 새우가 선홍빛을 띄기 시작하며 쪼그라들면, 면이 다 익기 전에 건져 재료를 볶던 프라이팬에 가차없이 부어준다. 면에 달라붙어 있던 물과 기름이 만나며 흡사 낙수하는 소리가 난다.


올리브 오일을 한번 더 두르고 크러쉬드 칠리 페퍼, 새우를 넣고 면을 끓이던 면수를 조금씩 부어 익혀준다. 그러면 오일 향과 함께 아주 근사한 냄새가 난다. 이제 다 되었다. 칠리 파우더에 레몬즙을 두르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조금 사치를 부린다면 트러플 오일을 둘러준다. 그야말로 호화로운 파스타가 아닐 수 없다.


파스타를 만든 후 먹으면서 졸업 후에 식당을 차리는 망상을 했다. 자주하는 종류의 망상이다. 한적한 곳에서의 카페라던지, 예쁜 식기류에 나가는 예쁜 음식들. 그런 가게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말로는 쉽게 얘기했지만 자영업의 세계는 무시무시함을 동시에 인지했다. 그렇게 어이없는 망상과 공허한 수다로 가득 찬 홈파티의 막이 내리고 있었다.





<모짜렐라 토마토 크래커>


재료: 크래커, 프로슈토, 크림치즈, 모짜렐라 치즈, 방울토마토


1. 크래커 위에 모짜렐라, 프로슈토를 얹어주세요.

2. 그 위에 크림치즈를 살짝 바르고 반으로 가른 방울토마토를 크림 치즈 위에 고정시켜 줍니다.

3. 토치로 살짝 그을리거나 트러플 오일을 살짝 곁들이면 좋습니다.




< 레몬 갈릭 쉬림프 오일 파스타 >

재료 : 면, 마늘, 방울토마토, 양파(없어도됨), 버터(없어도됨), 파슬리 혹은 바질(둘 중 하나), 후추, 소금, 새우, crushed chili pepper, chili powder, 레몬1/4

1. 물에 소금 두 꼬집(중요*물이 약간 짜다싶이 넣으면 됨)을 넣고 물이 끓으면 면을 삶아줍니다.
2. 다른 팬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볶아줍니다.
3. 2번에 버터+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양파를 볶다가 파슬리+후추+소금 두꼬집 넣고 또 볶아줍니다.
4. 면을 다 익게 삶지 말고 6분정도 삶은 후 재료를 볶던 프라이팬에 면을 건져 넣어줍니다.(면수 버리지 말기)
5. 올리브오일을 한번 더 두르고 crushed chilli peper+새우(제건 한 번 익혀진 새우라 금방 익었지만 생 새우일 경우 3번 단계에서 볶기 시작 해주세요)를 넣고 *면수*를 조금씩 부어서 익혀줍니다.
-이유: 오일이 면에 잘 스며들기위해서입니다.
6. 완성! 남은 프로슈토나 구운 베이컨이 있을 시 얹어 주시고 칠리 파우더 톡톡 레몬즙 1/4 두르고 extra vergin olive oil 혹은 트러플 오일 한번 슥 둘러주면 좋습니다.

*국가비님 파스타 레시피 베이스로, 응용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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