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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xxsxoxun Aug 23. 2021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다음이 기대된다는 것

동두천의 작은 책방, 코너스툴(cornerstool)의 이야기
저자 김성은 | 출판 책과 이음 | 2020년 02월 12일 출간
@sideseoul 피드 게시물에 응모한 댓글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은 작가의 몇 년간 기록을 담은 책이다. 동두천의 작은 책방 '코너스툴(cornerstool)'이 생긴 이유와 운영되는 몇 년간 그리고 책방을 통해서 모인 사람들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를 담은 도서다. 별다른 특별한 일은 없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1990년에 태어나 27살에 고향 동두천에 책방을 열기로 한다. 음원으로 알아주는 회사에서 모든 것을 갉아 먹힌 후 그녀는 퇴사했고 뜬금없이 책방을 고집했다. 그것도 경기도 동두천 어느 곳에서.


그녀가 말하는 동두천의 규모는 나에게 너무 익숙하다. 경기도 시흥시 태생인 나는 도시반, 시골 반에서 자란 전형적인 아이였고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작은 동네가 답답해 도망쳤다. 교통은 너무 불편해 어딘가를 가려면 기본 1시간을 넘게 투자해야 하며 병원조차 없어 비염과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던 나는 병원을 가기 위해 기나긴 버스 여행을 하곤 했다. 내가 다 자라 더는 시흥에 살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떠나 살기 시작하니 그제야 동네다운 꼴을 갖춘 곳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숨이 탁 트인다. 그만큼 공간에 여백이 있어 각박한 서울살이와 달리 안정감을 준다.









성은과 서은


나와 고작 4살 차이가 나는 그녀는 당당하다. 마치 졸업반 선배 중 당차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가 술자리에서 내게 가슴 뛰는 경험담을 전달해주는 진짜 선배 같다. 종이를 넘기면 그녀가 조곤조곤 얘기하는 일대기를 속삭이는 것 같다. 퇴사 후 결정한 몇 년을 책방에서,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쌓아간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 맞는지 나는 이야기가 있는 이야기가 취향이다. 올곧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판 짜인 성장 이야기는 와닿지 않는다.





책방은 사실 나에게 익숙하다. 여러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어릴 적 부친께서 차선으로 선택해 시작해 책방 딸내미가 된 적이 있다. 내가 소비하는 이런 책이 아니라 최대 중학생 수준으로 판매하는 교육 도서가 많았지만, 그때의 나도 중학생이 될까 말까라 만족스러웠다. 장녀였던 나는 가끔 공휴일에 책방을 나가 책방지기를 했다. 책방은 규모가 꽤 있었고 작은 체구의 내가 탐험하기 알맞았고 몸을 숨기고 책을 읽기도 좋았다. 한낮의 책방은 꽤 한가로웠고 손이 잡힌 책을 마구 먹어 소화하기 충분했다. 그러다가, 분식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순대를 사 들고 온 엄마를 보면 맛있게 먹다 구석 한편에서 잠들곤 했다. 몇 년 이후 책방을 접으셨고 처분하지 않은 책은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오게 됐다.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책방 딸내미 시절의 전부다.









사장님이 된다는 것은




코너스툴은 현재 폐업한 책방이다. 2017년 3월에 열었던 동두천의 작은 책방은 2021년 2월 12일 마지막 날을 맞이한다. 그녀는 앞으로 어떤 삶을 향해 달려갈까? 예전 하나의 직업을 정하면 경주마처럼 끝없이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트렌드였고 정답이었다면, 오늘날은 모든 것이 과정의 일부분이다. 작가 김성은이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연 것도 마찬가지로 기나긴 과정의 일부분이다. 엄청난 포부를 품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스타트업도 아니고, 커다란 규모의 창업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가 직접 꾸리고 운영하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방문객에게 조금씩 떼어주어 나눠 가졌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꽃피는 독서, 책, 토론 등 글자와 종이로 이루어진 소소한 인연들이 닿아 만들어진 북 토크 클럽과 형성된 또 다른 커뮤니티를 통해 책방 이상의 가치를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이렇듯 한 가지 일을 통해 그 의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생된 여러 가치를 한 가지 일을 통해 묶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만든다.


단순히 책방을 개업한다 했을 때, 손님께 책을 판매하는 것 외 이상으로 생각을 염두에 두기란 보통 어렵다. 낯선 분야는 그렇다. 책방 운영은 자영업이라 분류할 수 있는데, 소위 문과의 끝은 자영업이라는 말이 있듯, 끝은 창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움이 따라온다.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연차 따윈 없고, 쉬는 시간조차, 혹은 점심시간도 제때 갖기 힘들다. 내가 발로 뛰는 만큼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 매출이라 노력 대비 매출이 늘어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큰 손이 찾아올 줄 누가 알겠는가? 회사는 그래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라도 있지. 자영업은 그것이 참 쉽지 않다. 정말 '운'이 따르는 직종이다.


서비스업으로 근무했던 기억과 어떻게 운이 좋아 직접 창업 과정에 같이 뛰어들어 일해본 경험이 있다. 정말 피 말리는 경험이었다.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은 없었고 시간이 곧 비용이었기 때문에, 직원 마인드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들이 일할 때 일하고, 밥 먹을 때 밥 먹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 같은 경우는 전공이 호텔경영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그런 직종을 선택하지 못해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지만, 현재 지금은 사무직으로 일한다. 가끔 서비스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질문을 받는데, 나는 절대 돌아가고픈 생각이 없다. 내 공간을 직접 꾸려간다는 것은 엄청난 중압감과 부담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 물론 장점도 있다. 알아서 내 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과 내가 사장이기에 내 멋대로 운영할 수도 있고 책임도 내가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인이 아니라 고용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것 말고도 작가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보낸 시간에 비하면 그 무게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므로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고 말할 자격은 내게 없기 때문이다.









다음이 기대된다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은 총 여섯 차례를 가지고 있다. 퇴사를 시작으로 삶을 이겨내는 첫 발걸음부터 책방을 열게 된 일화까지, 동두천의 작은 '책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부터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했는지, 새내기 사장님이 되어 마주한 장애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명언과 같이 체득한 요령과 발견한 숨구멍을 통해 찾은 돌파구, 혹은 산소 호흡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찾아낸 그 이상의 가치들까지. 작가가 재계약을 통해 책방을 이어 하는 것까지 우리는 짧으면 짧지만 길고도 긴 몇 년간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일대기가 좀 더 와닿기 위해, 책 중간중간 필사처럼 들어가 있는 다른 도서들의 문장들도 매력적이며 사장님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노력을 들이기 위해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재활 훈련을 위해 운동을 하는 어르신이 된 작가의 숨겨진 땀방울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를 것이 없다. 조금은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뿐이며, 내가 주체적으로 실행해 만들어가는 경험을 농도 깊게 한 셈이다.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으로 놔둘 수 있는 기간을 꽉꽉 채우고자 실천한 모든 것들이 만든 기적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전달할까.


책을 통해 나는 '할 수 있다',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미 큰 사람이 되어 강연도 하고 미디어에서 자주 볼 법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나와 엇비슷한 나이에 도전하고 시도해 경험한 김성은이란 작가가 주는 힘은 또 다른 김성은을 만든다. 책방의 매출이 나오지 않아도 당장의 돈이 없어도 아직 도전할 수 있는 창창한 시간이 남아있기에 나는 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우울할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내며 놀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근검절약하느라 세상을 등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마치 앞에 말한 경주마 같은 인생을 말하느냐 싶지만, 요지는 그것이 아니다. 초라한 시기를 견뎌낼 줄 아는 단단함,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임을 알아가기 위해 나를 보듬어주는 '괜찮아'를 수없이 외치며, 젊은 날의 객기가 아닌, 도전과 시도로 가치를 매긴다. 그 가치는 상대적이지 않으며 함부로 평가할 수도 없다. 온전히 나를 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로써 가치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위한 글을 쓸 때마다, 3년을 보낸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가만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책방도 나만큼이나 유한한 생명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나는 상업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고,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못한다면 공간의 생명은 그저 거기까지. 

그래서 좀 더 진심을 다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진다. 자꾸 욕심을 낸다. 
그리고 이런 욕심에 부응해주는, 그러니까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아직 여기에 있다.
물론 그들은 지금까지 글로 써 내려간 사람이다.

도서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중 에필로그 233~234p



개인적인 과도한 정보일 수도 있지만, 책을 다시 잡은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슬슬 들고 다니기라도 하면서 지금은 무턱대고 한 달에 여러 권을 읽고 있다. 모든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는지도 미지수지만 계속 읽어간다. 그리고 글로 남기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좋아하는 구절이나 문단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필사도 생각했다가, 예쁘게 쓰지 못하면 금방 포기할 것 같아 이렇게 타자를 누르며 글을 쓸 때 종종 남기는데, 이번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을 읽으며 그녀가 편집한 여러 도서의 구절들이 마음에 들어오더니 괜한 욕심이 생겼다. 주로 지하철에서 읽다 보니 서서 읽고 가는데 마킹할 도구를 꺼내기도 어렵고, 어찌 책에 손상 가지 않고 체크해두자니 번거로워 말았던 일인데, 대충 사진을 찍다가도 어쩔 땐 핸드폰도 꺼내기 어려울 지경이라 기억 속 너머로 묻혀둔 일이다. 지금처럼 글을 쓸 때 번뜩 떠올랐던 내용을 찾아 쥐잡듯이 책을 찾아본다. 모든 구절을 기억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많다. 아쉽다. 아쉽다 보니 더 해보고 싶다. 욕심이 생겼다. 그녀가 쓴 책이 보통의 사람을 욕심 있게 만든다.


나 이서은은 글을 쓴다. 작가 김성은은 책방을 열고 책을 집필했고, 나는 소소하지만, 플랫폼의 편집자로 활동하며 몇 페이지 안 되는 글을 투고하거나, 공동 저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뭣도 아니지만, 개인 인스타그램에 '편집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계속 글을 쓴다. 연습으로 끝날 수도 있고 진정 앞으로 책을 낼 만한 위인이 될 거름일 수도 있다. 내가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런데도 오늘도 글을 써 내려간다. 덤으로 필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구상 중이다. 다음은 또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다음이 기대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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