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거닐다 :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개관전

2026. 4.15~6.15

by 화니샘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개관전 - 숲을 거닐며 찾은 무용함의 가치


북한산 자락에 있던 수유 아카데미하우스가 '더숲 아카데미하우스'라는 멋진 이름으로 새단장을 마치고 4월 6일 다시 문을 열었다. 숲이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오늘 불쑥 다녀왔는데, 마침 <숲을 거닐다> 라는 개관전이 열리고 있었다.

1만 평 숲속에 들어선 문화 쉼터

이곳은 북한산 국립공원 내 1만 평 부지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플랫폼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적 경험을 제안하고, 세대와 이념을 떠나 누구나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한다. 구) 아카데미하우스를 리모델링했는데, 숲의 생명력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더해졌다.

이번 개관전에는 한국의 자연미술 작가와 청년 작가 23인이 참여했는데,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과 대화하고, 자연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감각의 쉼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숲에서 만난 경이로운 작품들

작품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자연 그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이자 배경이 되어주니 예술의 가치가 더 깊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시선을 끈 장면들이 있었다.


고승현 작가의 <백년의 소리>: 가야금 형태의 소리 조각이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소리를 전하고, 관객의 참여로 그 소리에 화답하는 과정이 묘한 울림을 준다.

백년의 소리 ;고승현

이종협 작가의 <송화 장화>: 수백 켤레의 검정 장화에 노란 송화 가루가 묻어 있는 설치 미술이다. 자연과 인간, 흙과 노동,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생태적 사유를 끌어낸다.

송화 장화 ; 이종협작가

이곳이 가진 '장소 특정성(Site-specificity)'—즉, 숲이라는 공간과 작품이 억지로 꾸며낸 게 아니라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공존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UCLA 미술사학자 권미연이 말한 것처럼 장소를 역사적 기억과 사회적 관계가 교차하는 장으로 본다면, 이번 전시는 그 개념을 참 잘 구현해 냈다.

전시도 훌륭하지만, 사실 이곳은 숲속을 걷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특히 본관 라운지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 경치는 압권이다.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들고 그 경치를 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본관전경 ; 1층 dining&cafe, 2~3층 stay ,4~5층 라운지


나를 억압하지 않는 '무용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작품 해설에 적혀 있던 한 작가의 말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은 어쩌면 무용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무용함 또한 유용한 일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이 일은 나를 억압하지 않는다.
삶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다른 일들은 종종 나를 억압한다."

그동안 우리는 늘 '유용한 것'만 쫓으며 스스로를 억압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은퇴 후 비로소 마주한 이 '무용함'의 가치가 오늘따라 참 귀중하게 느껴진다.

바쁜 일상 중에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면, 북한산 더숲에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억압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테니까.


ps: 라운지 창가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니 눈치 싸움에 성공하시길...


무덤 ; 홍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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