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철 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의 시리즈 책 중 가장 먼저 고른 게 이 책이다. 서울대 교수진의 인기 강좌를 공개 강연한 것을 책으로 낸 건데, 나처럼 영상보단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이다. 왜 그간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던가.
고등학생 때 양자역학을 공부한답시고 과학 잡지에 빠져들고(지금 생각해보니 하나도 이해 못 했다), 천문관측부에서 밤늦도록 별도 보고(사실은 담당 선생님을 좋아해서 시작하긴 했다), 물리학과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불태우고, 그 재미로 나이 들어서도 천제 망원경을 사서 혼자 하늘에 뜬 별을 찾아보기도 했던 나의 과거. 이미 잊어버린 오래전 과거다. 이 과거를 일깨워 준 게 다름 아닌 류츠신의 <삼체>였고, 그 후 <중력의 임무>를 읽으면서 다시금 흥미가 불붙어 아예 과학책을 읽어보기로 한 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내 인생 책 중의 하나로 꼽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20년 전 내가 겉만 핥았던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었다. 이런 걸 보면 과학자들이 참 존경스러우면서도 멋있어서, 나도 이런 자연 과학을 연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내가 몸담은 곳이야 말로 끊임없이 변해 평생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담긴 우주, 그 광대한 세상을 보는 순간 그깟 분야는 망망대해의 모래알 보다도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단순히 천체물리학만이 아니라 그 밖의 온갖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동원해 설명해야 하는데, 그건 사람이 평생 익히고 배워도 다 알지 못할 만큼 광범위하다. 다큐멘터리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에서>에서 블랙홀 연구를 하던 어떤 과학자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는 질문에 "글쎄? 한 20년?"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라! 20년을 바쳐도 아직 결과를 얻지 못했다니!
책 내용을 쓰려니, 워낙 복잡한 이야기라 자칫하면 잘 못 전달할 수 있어서 쓰지는 않겠다. 다만, 책 제목과 연관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우주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우리 또한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 먼지로부터 우연히 탄생했다고 한다. 우주 먼지 일부는 별이 되고 일부는 생명체가 되어 인간으로 진화했으니 우리 역시 별에서 기원한 생명이다.
내가 과학 중에 가장 재미없어하던 게 생물학인데, 생물학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가장 미스터리한 학문이 아닐까 싶다. 물리학이나 화학은 적어도 우리 우주에 통용되는 법칙이란 게 있어서 이를 근간으로 다음을 예측할 수 있지만, 생물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리처드 도킨스도 "무생물과 물리학은 복잡하지 않다. 생물학이야말로 복잡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지구에 생명이 탄생할 것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듯 빅뱅으로 생겨난 온갖 화학물질이 별이 될 줄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알아낸 지식과 관측 결과로 어떤 곳에 어떤 천체가 있을지는 예측할 수 있지만, 어떤 천체 또는 공간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마지막으로 남는 건 생명의 기원이 아닐까. "생명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생명은 다른 곳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같은.
끝맺음은 유명한 하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을 국내 작가분이 그려내신 만화로 해 보자.
https://blog.naver.com/jongal2e/220840230430
우주의 기원을 반전으로 풀어낸 재미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