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사랑
친한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나는 먼저 연락을 잘하지 않지만 그만큼 먼저 연락하는 친구에게선 용건이 있는 법이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라던가,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다.
이 친구의 화두는 항상 '연애'이다. 소개팅을 하고 왔는데 처음이라 많이 떨렸나 보다. 만나기 전부터 외적인 조건이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만남을 미뤄왔는데, 그러면서도 막상 만나기 전날에는 쇼핑도 하고 왔다는 얘기가 너무 웃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늘도 내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상대가 자기한테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같다는 걱정이다. 지금까지 가볍게 만나온 관계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만나면서도 이 친구는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그냥 가볍게 만나보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씨앗 하나를 화분에 심어놓고 뿌리가, 새싹이 나기도 전에 열매를 보고 싶어 하는 격이랄까. "너 너무 성급해, 첫 만남에 무슨 벌써 마음을 확인하려고 그래." 누구나 쉽게 해 줄 법한 말들로 매번 안심을 시켜보려 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 잘 들어갔냐며 주고받은 연락에 자기가 다음엔 밥을 사겠다 했다고 한다. 그게 자기 나름의 호감의 표시를 한 거라며, 이게 예의로 한 것처럼 보이냐고 묻는다. "응 그건 예의지. 며칠 지나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돌아와서 오늘 좋았다고 하면서 충분히 덧붙일 수 있는 말이잖아." 아직 자기가 경험이 별로 없는 탓이라는 이 귀여운 친구는 자기는 그것도 엄청 용기 낸 거라며 믿을 수 없다는 내색을 보였다.
소개팅이 처음인데도 무려 네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는 기가 빨리는 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결혼 가치관이며, 좋아하는 스타일이며 여럿 얘기를 나누고 왔다는 친구에게 그래도 잘했지 않냐고 얘기했다. 자기가 말주변 없이 많이 어색해해서 상대가 좀 힘들어하는 것 같기는 했다고, 그럼에도 헤어진 뒤에 다음에 자기가 밥을 사겠다며 먼저 연락을 한 건 정말 큰 용기였다고.
그래도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게 됐으니 발전이 있지 않을까? 응원한다! 지금은 친구를 보며 답답하단 듯 애써 위로를 해주고 있는 나이지만 지난날에 나 또한 그랬던 흔적들이, 당시엔 낯부끄러웠지만 이제야 보이는 순간들이 떠올라 나도 다르지 않았구나 싶어 더 응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