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배운 것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 그게 글의 목적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래서 항상 '읽는 사람'을 먼저 떠올렸다. 이 내용이 도움이 될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이미 누군가 더 잘 쓴 글이 있지 않을까? 그 질문들 앞에서 글은 번번이 멈추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이, 글로 옮기는 순간 비로소 형태를 갖는다는 걸.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느끼고만 있었던 것'이었다는 걸. 글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어딘가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적어둔 글이 있을 것이다. 더 정돈된 문장으로, 더 깊은 통찰로.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글이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색으로, 나만의 해석으로 풀어쓰는 순간, 같은 생각도 전혀 다른 글이 되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하는 건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남을 위해 시작한 글이,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바꿔놓았다. 흐릿했던 생각이 선명해지고, 반복되던 고민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어떻게 다른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독자가 아니라 필자가 아닐까. 누군가 읽어주면 좋겠지만,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 쓰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얻었으니까.
오늘도 나를 위해 한 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