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단순하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운다. 그냥 앙앙 운다. 그러면 엄마는 그게 뭔지 금방 알아차리고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주거나 불편한 상황을 해결해준다. 아기가 원하는 게 뭔지 척척 알아차리는 엄마라는 사람도 참 대단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는 아기의 능력이 더 대단하지 않나 싶다. 울어버리면 된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강아지들은 더 단순한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본다. 그냥 대놓고 번갈아 본다. 원하는 것이 있는 쪽을 한번 보고, 원하는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보호자를 한번 본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릴 때까지 본다. 나는 이걸 번갈아보기의 기술이라고 부른다. 녀석들은 머리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집요하게 번갈아보며 원하는 것이 해결이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평소에는 출근을 해야 해서 아침에 6시 30분쯤 일어나 10분 정도 뒹굴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씻으러 간다. 씻고 나와 아침을 먹으러 나오면 보통 7시쯤 되는데, 그때가 딱 구름이의 아침 식사 시간이기도 하다. 주방에 들어간 나는 먼저 물을 마시며 약을 먹고,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내며 아침식사를 준비하곤 한다. 그러면 구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면, 자기 밥그릇을 본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고, 다시 밥그릇을 본다. 엄마와 밥그릇을 번갈아 본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아! 7시 넘었네? 구름이 밥 줘야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구름이는 꼬리를 사방으로 경쾌하게 흔들다가 몸을 낮춰 등을 차가운 바닥에 대고 두 다리를 쩍하고 벌리며 배를 깐다. 하루 종일 혼자서 외로웠던 구름이는 그렇게 반가움을 표현하고, 사랑을 갈구한다. 나는 얼른 가방을 식탁에 내려놓고서, 구름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뱃가죽을 연신 쓰다듬으며 갈구하는 사랑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참을 쓰다듬어 준 뒤 번쩍 들어 올려 가슴에 안고 입에 뽀뽀를 여러 번 해주면 우리의 인사는 끝이 난다. 충분히 사랑해줘야 삐치지 않는다. 이렇게나마 하루 종일 혼자 있으며 외로웠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나도 미안함이 조금 사그라든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주방에 들어가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구름이가 어느새 조용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연히 나랑 눈이 마주치면 물그릇을 본다. 그리고 나를 다시 보고, 다시 물그릇을 본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아! 구름이 물그릇에 물이 비었네? 구름이 물 줘야지!
구름이는 공놀이를 참 좋아한다. 그런데 집 안에서 하는 공놀이가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더 이상 해줄 수 없게 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너무 추워서 밖에 못 나가는 날에만 조금씩 해 주고 있다.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는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눈이 빠져라고 쳐다보고 있을 때가 있다. 구름이 뭐해? 하고 물어보면 나를 한번 보고, 다시 보던 곳을 바라본다. 나와 그곳을 여러 번 번갈아 본다. 뭔가 싶어 가보면 십중팔구 그 위에 공이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숨겨 둔 공이 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서는 눈으로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 모습이 또 안쓰러워서,, 그래! 오늘 한 번만 공놀이해줄게! 라며 마음이 약해지곤 한다.
우리 엄마는 분명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계실 거야..
구름이는 말은 못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으로 다 말하고 있다. 그 선하디 선한 눈빛으로 모든 말을 대신하고 있는 있는 것이다. 구름이가 우리의 가족으로 함께 지내면서 불편함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도록 해주기 위해, 지금보다 더 자주 구름이의 눈을 바라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자꾸 들여다 보고 관찰해야 우리 구름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어디가 불편한 건 아닌지... 구름 이의 마음을 잘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구름이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