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그맣고 새하얀 조그만 얼굴에 눈 두 개, 코 하나 3개의 까만 점이 인상적이던 구름이를 보자마자 나는 우리의 가족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다른 강아지들 역시 다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오랫동안 살펴봤지만, 내 눈에 구름이는 뭔가 달랐다.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처음 만나던 그 당시의 그 감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운명같이 만난 구름이가 우리 집에 와서 한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도 했고, 떨어진 것을 무분별하게 마구 삼켜버리는 이식증으로 인해 아직 본격적으로 산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구름이는 창문을 열어놓으면 자꾸 창문으로 꼬물꼬물 걸어가 그 짧은 다리를 들어 몸을 일으켜 창 밖을 바라보곤 했다.
그런 아기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쪼끄만 게 뭘 안다고...'
생각에 잠겨 창 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사람을 흉내 내는 것 같아 보여 귀엽기도 하고,
초록이 즐비하고 화창한 하늘이 매력적인 집 밖의 세상을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구름이의 진짜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같아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뒷모습은 분명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구름이는 그때 생각하긴 했을까?
그때 구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은 많이 커서 오히려 산책이 꼭 필요한 시기가 되었고, 그 사이 다행히 이식증도 없어져 아무거나 주워 먹을 위험도 많이 줄어 산책은 하루의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구름이는 어릴 때처럼 열린 창틀에 두 발을 걸치고 바깥 구경하기를 꽤나 즐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을 한다는 것에는 의심이 없다. 다만 여전히 모르겠는 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것일 뿐.
어떨 때는 가끔씩 구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그때의 눈빛과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이 하는 어려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한쪽으로 어깨에 닿을 듯이 기울이고 두 팔을 살짝 들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 우리가 이것저것 훈련을 시키며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 하던 말들은 대부분 "안돼!", "기다려!", "엎드려.", "잘했어.", 등의 짧은 단어 정도의 말이 었기에 이런 단순한 지시는 곧잘 알아들었지만, 평소보다 길게 말하는 보호자의 말이 어려울 때 이런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런 걸 보면 녀석은 나름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그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예민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알고 보면 똑똑한 녀석이다.
가족과 함께 놀 때는 행복해하고, 혼자 두고 모두 나가버리며 짖으며 화도 내고, 산책하거나 공놀이를 할 때는 신이 나서 흥분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자기만 주지 않을 때에는 앞발로 툭툭 치며 나도 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공부하는 누나의 머리칼을 물어뜯으며 놀아달라 투정도 부리고, '자자' 하고 불을 끄면 졸졸졸 쫓아와 침대에 한 자리 잡고 잠을 청하는 우리 집 구름이는 처음에는 우리의 반려견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냥 가족이다.
우리는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애완의 의미보다는 반려의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니라 함께 즐겁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사랑하는 사이인 것이다. 내가 그들이 되어 본 적이 없기에 알 수 없고, 사람이 아니기에 없을 거라 착각할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나의 강아지도, 남의 강아지도, 다른 동물들도 모두 다 각자의 생각과 느낌과 기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스스로 좋고 싫음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로 인한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도 느끼고 있다. 그들 역시 우리 사람처럼 하나의 생명인 것이다. 우리는 그저 다른 이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사랑만 하자! 사랑만 주기에도 그들의 인생은 너무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