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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고전
by 어설픈 글쓰기 Apr 08. 2018

아Q정전

루쉰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져 길이 된 것이다.

요즘 아큐정전은 중학생들에게도 읽힐 만큼 유명하고 대중적인 책이지만, 어릴 적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루쉰은 1980년 이후 재평가되면서 이름을 날리게 된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문득 ‘고전은 또 다른 역사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책에는 중국의 역사와 사회적 배경이 짙게 깔려있었다. 책 속의 <광인일기>, <아큐정전>, <고향> 등 열 편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혁명’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연결되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대부분은 혁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다.


1910년대의 중국은, ‘신해혁명’이 일어나고 얼마후 ‘중화민국’이 선포되 혁명과 신지식으로 불타올랐던 시기였다. 하지만 모두를 혁명으로 물들이기엔 중국은 너무도 넓었고, 게다가 열강의 제국주의로 지치고 늙어 있었다. 그 때문에 촌락을 지배하던 봉건주의와 농민들의 우매함을 걷어내기 위해 중국의 혁명가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했.   

<광인일기>와 <약>에 등장하는 ‘인육(人肉)’은 그런 혁명가와 우매한 농민들의 대립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였다. 신지식인을 광인으로 내몰고, 인육을 '약'이라 여기는 사람들혁명의 여명 속 짙은 어둠과도 같았다. 또한, 귀향한 신지식인의 눈을 통해 변함없는 건사회를 그려낸 <고향>,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등 우리에게 당시 혁명과의 괴리감과 모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야기들이었다.


그중 ‘아큐’는 몽매한 사람들의 대표 격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혁명이 뭔지도 모른 채 달려들었다가 죽임을 당하는 아큐의 모습은 절대로 빠르지도 쉽지도 않았던 혁명 속에서, 혼란과 격변을 겪어야 했던 어리석고 가련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부분 <홍수를 다스리다>는 ‘우(禹)’나라의 치수(治水)를 설화적으로 그려낸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리 마지막 <관문 밖으로>는 노자와 공자와의 대립을 통해 루쉰 자신의 갈등을 풍자한 작품이었다. 온 나라를 잠기게 했던 홍수를 해결하고자 직접 발로 나섰던 우임금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공자가 ‘나라의 도를 어지럽힌다’고 그토록 비난했던 노자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또한 역사를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혀졌다.


이로써 고전의 매력을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고전은 감명 깊은 이야기와 더불어 당시의 역사와 사회상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소설 한 권이 그려낸는 백 년 전 중국의 모습은 내게 너무나도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또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사회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또 한 명의 ‘아큐’인지도 모른다는 생 그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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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 미국에서 지낸 10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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