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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고전
by 어설픈 글쓰기 Apr 27. 2018

열하일기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였던 연암 박지원은 홍대용, 박제가 등과 함께 북학론의 일원으로 <열하일기>, <허생전>, <연암집> 등을 남긴 역사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책 <열하일기>를 통해 알게 된 박지원은 호기심이 많고 호탕하며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무엇보다 사대주의에 젖어있던 조선사회를 비판했던 진보적 성향의 소유자였다.  


<열하일기>는 1780년 청나라 황제 건륭제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조가 파견한 연행단의 일원으로, 청나라를 여행하며 기록한 기행문이다. 그리고  청나라 문물에 대한 소상한 기록과 대단한 문장으로 조선 후기에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라고 한다. 압록강부터 시작해 중국 황제가 잠시 머물고 있던 열하까지, 두 달여간의 일들을 자세히 기록한 이 책에는 당시 중국의 모습은 물론 조선의 사대주의와 비실용적인 학문에 대한 비판들을 속속들이 적고 있었다.


조선 사신들에 대한 후덕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함으로써 중국인의 마음을 닫게 했던 사신들의 행패, 또, 중국 황제가 소개해준 티베트의 고승을 오랑캐라 무시하며 결단코 만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신들의 모습을 읽으며 청나라를 비하하며 불렀던 ‘되놈’은 오히려 조선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선진문물을 보면서도 배울 마음조차 갖지 못했던 조선의 양반들은 백성들의 안위 따위는 염려하지 않은 채 골방에 박혀 공자를 읊조리고 있던 것이다.

                                                                                                                                           

 중국의 풍부한 재화와 물건이 어느 한 곳에만 몰려있지 않고 여러 지역으로 골고루 유통되는 것은 수레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의 영남 지방 아이들은 새우젓을 모르고, 관동 백성들은 간장 대신 산사나무 열매인 아가위를 절여서 먹고, 서북 사람들은 감과 귤을 구별하지 못한다. 백성들의 일상용품은 서로 유통시켜야 하거늘, 이 지방에서는 흔한 물건이 저 지방에서는 귀하고, 이름만 들었을 뿐 실제로는 평생 볼 수 없는 건 무엇 때문인가. 단지 실어 나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방 수천 리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이토록 가난한 까닭은 나라 안에서 수레가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레는 왜 다니지 못하는가? 그것은 양반 벼슬아치의 죄이다. 양반네들은 <주례>를 성인이 지은 글이라 떠받들며 입으로만 외울 뿐이다. 정작 수레를 만드는 방법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수레를 부리는 기술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는다. 그저 풍월만 읊을 뿐이니 이런 공부가 실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아, 한심하고 기막힐 뿐이다.

                                                                                                      

화려할 줄만 알았던 사신들의 여정은 힘들고 고되기만 하였다. 하루에 강 아홉 개를 건너기도 하고,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밥까지 굶어야 했던 그들은 무사히 연경에 들어서지만, 때마침 열하에 있던 황제를 만나기 위해 또다시 길을 나서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황제를 알현해 임무를 완수한 사신단과 박지원은 황제의 명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리게 되고, 이 책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은 이토록 다양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어떻게 한자로 기록했을까였다. 무지렁이에 불과한 노비와 종들과도 농담과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던 그는 길에 보이는 닭 한 마리조차 눈여겨보았고, 변덕스러운 날씨조차도 소상하게 적고 있었기에 한자로 기록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의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시선을 통해, 나는 뜻은 놔두고 음만 외워대는 중국의 이상한 교육방법과 화려함에 극치였던 중국의 도시들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지원이란 이름과 그의 작품들을 왜 그토록 달달 외워야만 했는지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또한, 조선의 양반에 의해 한자로 써진 책이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딸에게 읽히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실 한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딸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을 읽고 나면, 딸의 머릿속에 새겨진 게으르고 무능한 조선 양반들의 이미지가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조선에도 이렇게 개방적이고 멋진 학자들이 있었다는 걸 딸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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