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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고전
by 어설픈 글쓰기 May 13. 2018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오래전부터 읽으려고 마음먹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이제야 읽었다. 사실 나는 일본 책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난히도 많이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물론,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비위를 상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나는 일본 문학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몰랐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몇 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몇 권을 읽고서 일문학 전체를 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나쓰메 소세키의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로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일본의 천 엔짜리 지폐에도 그의 초상이 나와있을 정도로 명망이 높았던 그는 작가이기 전에 영문학자, 문학평론가, 언론인으로도 유명했고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전해진다. 작가로서의 그의 명성을 알린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 심리와 윤리의 이면을 구속받지 않은 시원스러운 문체로 예리하게 풍자하였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평등이 이루어지는 장소란 ‘문학’이란 공간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상상력과 사상을 나라별, 민족별로 줄 세울 수 없는 유일한 공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일본에 대한 감정적 장벽과 시대적 차이를 허물게 해주었다. 1905년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고양이에 대한 선명한 묘사는 현대의 독자들마저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우선, 허름한 일본의 한 가정집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래된 책으로 가득한 다다미 방과 고지식해 보이는 남자가 보인다. 그 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 고양이는 결코 평범한 동물이 아니다.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주인의 가족들 친구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기묘한 동물인 것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과 그의 친구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식인 척하면서도 실은 지질하기 그지없고, 세상을 등졌다고 허풍을 떨어대지만 결코 세상에서 멀어진 적이 없는 못난 인간들인 게다. 한낱 고양이에 불과하지만, 식견으로 보다 인성으로 보나 오히려 주인을 능가했던 고양이는 그런 한심한 무리들을 비웃지만, 한편으로는 한없는 애정을 품고 있었다. 마지막 인간의 문명과 죽음, 그리고 서양화에 대한 설전을 벌인 주인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고양이는 왠지 모를 허무감에 휩싸여 남은 맥주를 마시고는 자살 아닌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기가 막힌 구성이었다. 한 세기 전에 쓰인 소설이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더군다나 고양이를 가장해 인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는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고양이가 가소롭게만 보았던 집주인과 그의 친구들에게 나는 이상하리만큼 많은 애정을 품게 되었다. 전쟁과 서구화가 판을 치던 20세기의 도쿄에서 하이쿠를 읊으며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지막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방대한 지식과 정신세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현대화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까지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조차 고양이에 대한 묘사는 신비로웠다. 시종일관 시니컬한 태도로 인간과 사물을 판단하는 주인공 고양이에게 대단한 매력을 느꼈을 정도였다.

                                                                                                                                           

인간이란 동물은 사치스럽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서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마지막 장을 장식했던 주인과 친구들의 설전 역시 깊은 감동이 느껴졌다. 서양의 문명이 적극적이긴 하지만 결코 만족을 모른다는 점, 그리고 개성의 강조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멀어지고 종국엔 이혼이 범함하게 될거라는 그의 말은 차라리 21세기의 예언에 웠다. 그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확고한 시선을 갖춘 지식인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고양이의 말대로 하릴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는 한심이 인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애정을 품었던 이유 또한 거기에 있었다. 세상에 초연한 채 자신의 길을 고집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불안과 쓸쓸함을 지닌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쨌거나 앞으로는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조차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어쩌면 주인공 고양이처럼 신묘한 능력을 지녔을지 모르니 말이다. 고양이의 자살만큼이나 우습고도 기이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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