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하지 않기로...

출판사 이야기

by 권로하다

20년간 편집자로 일하면서, 또 10년 가까이 출판사를 운영하며

수도 없이 투고원고를 받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보내왔지만

요즘처럼 출간 거절 메일이 힘들 때가 없었습니다.


창업하고 나서 처음치고는 꽤 괜찮게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6개월 동안 책 5권을 만들어 펴내느라 꽤 무리해서 한동안 책을 못 만들다가,

몸 추스르고 책 만들려고 하니 창고에서 불이 났지요. 2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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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내서 텀블벅도 좋은 성적으로 성공하고 기획도 하나둘 진행하려는데

곧바로 코로나 시국이 되어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분야와 제작비에 따라 출간을 할 수 없는 원고가 생겼습니다.


"투고해주신 원고는 이러이러한 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출판사 역량이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저희는 이러이러한 리스크가 있는데,

이런 리스크가 없는 곳이라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고가 부족한 게 아니라 출판사 역량이 부족해서 출간하지 못 하겠다는 말, 참 하기 힘드네요.

그동안 몸담은 출판사 이름에 기대서 일할 땐 이런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고... 좀 더 쌓아올려야 하고... 걷지도 못 하는데 뛰려고 조바심 내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진심을 담아 메일을 써서 '보내기' 버튼을 누릅니다.


모든 원고는 시장성 외에 또 다른 가치가 있습니다.

출판사 수익만 보는 '펴낸이' 말고, 원고에 담긴 가치를 알아보는 '편집자'로서만 일하고 싶은데

아직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더 부딪치고 실컷 깨지다 보면 답이 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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